8일 진행된 2021-2 서울캠 확대운영위원회(확운위)에서 서울캠 성평등위원회(성평위) 폐지를 결정했다. 성평위 폐지 안건 발의자는 성평위 게시물에 페미니즘이라는 단어가 직접 언급됐다는 점, 성평위 사업과 정책이 특정 성별만 생각하는 편향된 방향성으로 운영된다는 점을 말하며 성평위 폐지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러나 성평위는 위와 같은 이유로 폐지돼서는 안됐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특정 단체를 향한 의견 차이와 불만, 오해는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성평위 폐지를 결정한 것은 성급한 처사로 보인다. 성평위의 정책과 위원회 방향성에 관해 학생사회에서 오해와 불만이 만연했다면, 총학생회(총학)를 비롯한 학생사회 구성원들은 성평위를 향한 오해를 풀고 성평위에 정책 방향성의 변화를 촉구하는 대화의 장을 먼저 마련했어야 했다. 폐지가 필요한 이유에 대한 담론이 형성되지 않았다는 점을 돌아봤을 때, 성평위 폐지를 향한 적절한 논의 절차가 결여됐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안건 발의자는 총학에 성평등 문화를 담당하는 국을 신설하는 등 다른 방식의 운영이 필요할 때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안건 발의자의 주장과 달리, 확운위는 성평위가 수행하던 기능을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채 종료됐다.  

  학생 대표자들은 성평등한 캠퍼스를 만들어가기 위한 대책을 어떻게 세울 것인지 확실하게 학생사회에 천명할 필요가 있다. 확운위 도중 일부 학생들은 반성폭력위원회,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 등 성평위를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을 여럿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모두 확운위에서 부결됐다. 심도 있는 논의조차 없었다. 대체 어떻게 성평등한 캠퍼스를 만들어갈 것인지 그들에게 묻고 싶다. 이번 확운위는 성평위 폐지가 몰고 올 여러 후폭풍을 안일하게 인식했던 학생사회의 모습을 드러냈다.  

  학생사회에서는 인권센터가 성평위의 기능을 대신 수행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성평위는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는 자치기구였다는 점에서 인권센터와 그 성격이 달랐다. 교내에서 성폭력 등의 젠더 문제를 마주해 피해를 입은 학생을 보호하고 직접 학생과 소통해 문제를 해결해주는 등, 캠퍼스 내에 성평등한 문화를 확산해나갔다는 점에서 성평위의 의의는 깊었다. 현재 성평위가 진행한 모든 사업과 기능을 인권센터가 대신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학가에서는 총여학생회(총여)라는 자치 기구를 폐지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중앙대가 총여 대체 기구의 폐지라는 유례없는 사례를 만들어 대학가에서 진행되고 있는 성평등 운동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진 않을까 우려된다. 성평위가 폐지되고 그 대안을 마련하지 않은 상황에서 학생 대표자들은 교내에 올바른 성 의식을 고취하고 젠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어제의 확운위는 이런 일말의 바람조차 가질 수 없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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