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무슨 이유로 ‘사는 곳’에서 ‘사는 것’으로 바뀌었을까. 연일 신문과 방송은 상승하는 집값과 투기 소식으로 뜨겁다. 이에 정부는 계속해서 관련 정책을 내놓았지만 부동산 시장은 전혀 잠잠해지지 않고 있다. 

  우리 마음속에서 그 이유를 찾다 
  한국인들에게 부동산은 접근하기 좋은 투자 대상이다. 강창덕 교수(도시계획·부동산학과)는 부동산 접근성이 높아진 이유로 땅과 부동산의 역사적 연결고리를 말했다. “우리 민족은 벼농사를 지어왔어요. 벼농사의 핵심은 땅입니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땅을 소유하는 것이 중요하게 됐죠. 그러다 보니 도시화가 이뤄진 후에도 땅 위에 형성된 부동산에 주목했습니다. 익숙한 것을 찾기 위한 심리가 작용한 거죠.”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변화무쌍한 한국의 경제 성장 과정이 한국인의 부동산 소유욕을 높였다고 언급했다. “일부 심리학자들은 한국 사회에서 경제 변동이 워낙 심해 움직이지 않는 자산을 보유하려는 심리가 나타났다고 말합니다. 사회 변동으로 본인도 함께 흔들리기 때문에 일종의 고정 자산을 가지려는 욕구가 강해진 거죠. 이에 관한 보상 심리로서 부동산을 향한 수요가 강해졌다고 보기도 합니다.” 

  그는 심리학적 관성의 법칙이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사람들은 편향을 갖고 있어요. 현재 부동산 시장이 호황이면 미래 부동산 시장 역시 호황일 것이라는 믿음이죠. 이러한 심리학적 관성 법칙으로 인해 사람들은 합리적 판단보다는 안일하게 미래를 내다봅니다. 이때 우리는 ‘투자는 눈에 보이는 지금 하는 것이지만 투자 결과는 보이지 않는 미래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해요.”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도 군중심리와 같은 심리적 요인이 부동산 투기를 가중시켰다고 말했다. 더불어 매체상 무분별한 정보 노출의 위험성을 전하기도 했다. “SNS나 유튜브와 같은 다양한 매체에 부동산 정보가 무분별하게 노출되면서 투기가 더욱 만연해진 것 같아요. 이로 인해 ‘부동산에 관한 관심이 생겼다’, ‘부동산 투자라는 사회적 흐름에 소외되기 싫다’와 같은 심리가 발생해 과도한 투자와 투기가 발생하게 되는 거죠.” 

  불난 집에 부채질 
  부동산 투기가 발생하는 원인으로 경제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서원석 교수(도시계획·부동산학과)는 부동산의 희소성이 투기심리를 부추겼다고 전했다. “부동산은 희소성이 큽니다. 땅을 이용해 만들어내는 자산이기 때문이죠. 부동산은 무한정으로 공급하기 힘들기 때문에 이는 결국 ‘누군가가 부동산을 찾을 것’이라는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투기를 부추깁니다.” 

  송승현 대표는 금리 변화와 같은 시장 불안 요소가 투기 원인일 수 있다고 짚었다. “금리 인하로 인해 사람들은 저축보다 투자를 선호하게 됐어요. 이로 인해 가계 부채가 증가했는데 결국 이는 부동산 시장의 불안을 부추겼죠. 또한 낮은 금리는 대출을 용이하게 하는 등 사람들이 대출을 받아 무리하게 부동산을 매입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한국 사회에 만연한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정부는 관련 정책을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있지만 그 효과는 미비한 상황이다. 이에 관해 강창덕 교수는 정부의 규제 방향성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시장 흐름을 이긴 적이 없고 이길 수도 없어요. 자본주의의 흐름을 이해하고 정부 역할이 필요한 곳에 관련 정책을 펼치는 게 바람직합니다.” 

  그는 부동산이 아닌 다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실시한 정책이 또다시 부동산과 연관돼 결국 부동산 투기와 집값 상승을 야기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수도권 집중 현상으로 발생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도시를 개발했어요. 그런데 신도시에 거주하면서 서울로 통근하는 사람들에게 교통 문제가 발생했죠. 다시 교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하철 건설 등의 사회간접자본 사업을 실시합니다. 그런데 이는 역 주변과 수도권 집값을 대폭 상승시키는 결과를 초래했죠. 심지어 투기는 집값 상승 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문제입니다.” 

  문제의 본질에 집중하다 
  전문가들은 충분한 주택 공급을 부동산 투기 문제의 해결 방안으로 강조했다. 그러나 충분한 주택 공급에도 조건은 있다. 강창덕 교수는 민간 주택과 공공임대주택을 구분해 정부 도움이 필요한 곳에 주택을 집중적으로 공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남과 같은 지역에 주택을 공급하는 일을 정부가 할 필요는 없어요. 정부가 개입해서 그 값을 떨어뜨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죠. 정부는 주택이 필요한 중산층과 저소득층에게 공공임대주택을 지어 공급해야 합니다.” 

  송승현 대표도 충분한 주택 공급과 선택적 주택 공급에 동의했다. 하지만 그는 국내 경기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경제 정책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안정적인 금융 환경을 만들어가기 위해서 경제 정책을 함께 펼쳐야 해요. 부동산도 경제라는 큰 틀 안에 있기 때문이죠. 부동산 정책과 경제 정책이 함께 나아가야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고 더불어 투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또한 그는 부동산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들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1인 미디어가 발달함에 따라 부동산 투자에 관해 과장되거나 허위 정보가 돌아다니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이에 대한 법적 처벌을 강화해야 합니다. 제공된 정보로 인해 발생한 투자 결과에 투자자만이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닌, 정보 제공자도 함께 책임을 져야 하죠.” 

  단 1번에 해결할 수 있는 사회 문제는 없다. 한국 부동산 문제는 더욱 그러하다. 부동산 시장, 나아가 시장 전반에 숨어있는 원인을 찾고 단계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해당 기사가 그 출발점 중 하나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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