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영역에서 해결책 필요해 
노동자 중심의 현장 만들어야

지난해 5인 미만 사업장에서 312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산재)로 사망했다. 이는 전체 산재 사고사망자의 약 35.4%에 해당하는 수치다. 어렵고 위험한 일일수록 가장 말단의 하청업체 노동자에게 작업을 맡기는 현실 속에서 그들에게 죽음은 더욱 가까워진다. 위험의 외주화가 죽음의 외주화라고도 불리는 이유다.

  현재 마련된 법은 빈틈이 많다. 하지만 제대로 이행하기만 했어도 많은 이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법이 지켜지지 않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고 전형배 교수(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법학과)는 설명했다. “감독 인력의 부족, 기업의 낮은 인지도, 솜방망이 행정처분과 형사 처벌 등이 원인입니다.” 위험의 외주화는 수십 년째 반복되는 문제인 만큼 원인과 해결이 복잡하고 광범위할 수밖에 없다.

  해결방안 차근차근 짚어보면
  고용노동부는 7월부터 산업안전보건 감독관등 1800여명을 투입해 월 2회 현장점검의 날을 운영하기로 했다. 그러나 손진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연구원은 1800여명의 감독관으로는 구체적으로 노동자들이 사업장에서 어떻게 일하는지 파악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장 감독을 위해 현존하는 다른 제도를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에 따르면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을 위촉할 수 있어요. 사업장마다 산업안전감독관이 있을 수는 없기에 이미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감독 권한과 직책을 부여하는 제도죠. 이를 더 활성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노동자의 안전을 기업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것도 큰 문제다. 노동자가 위험한 상황에 놓였다고 판단했을 때 작업을 중지할 수 있는 작업중지권은 법적으로 보장돼있다. 하지만 작업중지권을 실제로 행사하는 건 상당히 어렵다.

  손진우 연구원은 해당 권리를 노동자가 당연히 행사할 수 있도록 사업주 대상의 홍보와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동자 개인의 판단에 의거해 작업을 멈췄을 때 기업이 해고하거나 불이익을 줄 수 없다고 분명히 산안법에 쓰여 있어요. 이런 내용에 대한 교육이 사업주를 대상으로 잘 시행되고 있는지 국가가 확실히 점검해야 합니다.” 해당 제도에 관해 사업주가 정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정부의 의지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솜방망이 형사처벌의 경우 다음해 1월 부터 실시되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에서 보완한다. 기존 산안법보다 처벌 강도가 높아졌고 기업과 경영인을 처벌 대상으로 설정했다는게 큰 변화다. 최정학 교수(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는 강력해진 형사처벌로 노동 현장에서의 매뉴얼 역시 강력해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경영자가 직접 사고의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잘 적용하면 상당히 현장을 안전하게 바꿀 수 있을 거예요. 경영자를 처벌하면 처벌에 대한 두려움으로 현장 감독을 더 하지 않겠어요?”

  노동자가 곧 현장의 주인
  노동자들은 현장 안전에 대한 지식이 많은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노동 현장에서 그들의 의견을 존중하는건 당연한 수순이다. 손진우 연구원은 노동자들에게 마땅한 권한을 줘야한다고 말했다. “노동 현장을 전문적으로 아는 노동자들이 안전 문제에 어떻게 조치해야 할지 기업과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수 있는 테이블이 필요합니다.” 김응호 정의당 노동생명안전 특별위원장도 사업장 내 제도 개선에 있어 노동자들이 직접 개선을 요구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업장별로 산업안전보건위원회(산보위)를 마련해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참여 속에서 운영한다면 빈번히 발생하는 사고 위험을 대폭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운영지도 지침」 은 산보위를 정기적으로 개최할 것을 명시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운영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김응호 위원장은 산보위가 확대될 뿐만 아니라 비정규직이나 하청 노동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가 권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장 노동자가 산보위를 구성·운영하는 것은 따로 비용이 드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요구할 수 있는 문제예요.”

  노동자들의 알 권리도 안전 개선에 참여할 권리만큼 중요하다. 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는 노동 현장이 하청 노동자들의 목숨이 달린 곳인만큼 노동현장을 자세히 알 권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 현장에 안전하지 않은 요소는 무엇인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어떤 논의가 진전되고 있는지, 예방 방법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 권리를 보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기업이 안전 문제를 포함한 많은 논의에서 노동자들을 배제하는 행태는 산업 구조 전반에 걸쳐있다고 덧붙였다. “기업이 노동자를 동반자로 보기보다 부품으 로 보는 시각이 만연하다고 봐요. 자본가가 노동자를 바라보는 시각이 전환돼야 합니다.”

  노동자들의 참여 보장을 위해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화하거나 직접 고용하는 것도 또 하나의 방법이다. 최창우 대표는 하청 구조에선 노동자들이 안전을 신경 쓸 겨를이 없다고 설명했다. “다단계 하청구조 안에선 명령·지휘 체계가 혼란스럽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위험이 배가돼요. 또한 하청 노동자들이 업체를 옮겨 다니기 때문에 안전 역량을 쌓기 어려워 더욱 위험해집니다.”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게 되면 현장 안전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법을 빈틈없이 만드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법을 잘 적용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인식이 함께 와야 한다. 하루에도 몇 명 씩 당연하다는 듯 노동자들이 죽어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경제 성장과 기업의 이윤이 노동권이나 국민 생명보다 중요하다는 사고방식이 존재한다. 그 무엇도 생명을 앞설 수는 없다는 당연한 사실을 잊지 않고 소리쳐야한다. 더는 죽음이 변화의 목소리를 대신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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