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너무나 익숙하게 느껴지는 환경문제. 당신은 환경문제를 얼마나 알고 있나요? 복잡하고 다양한 원인이 얽힌 만큼, 미처 주목하지 못한 환경문제도 많을 텐데요. ‘시선을 끌다, 시야를 끌다-시끌시끌’에서는 사진을 통해 환경문제에 시선을 끌어와 독자의 시야를 확장합니다. 이번주 사진팀은 폐어구의 실태를 파악하러 1박 2일 현장답사에 나섰는데요. 인천광역시 옹진군 덕적면에 위치한 굴업도에서 사진팀 기자들은 섬의 수려한 경관과 많은 해양쓰레기를 동시에 볼 수 있었습니다. 어업을 하지 않는 섬임에도 많은 폐어구가 있었는데요. 폐어구 문제를 시끌시끌하게 이야기해봅시다. 지선향 기자 hyang@cauon.net

아름다운 석양 아래 폐부표, 폐어구, 깡통, 페트병 등 다양한 해양쓰레기가 목기미해변을 차지했다. 이질적인 해양쓰레기가 모래 위에서 밝게 빛나며 자연스럽게 풍경에 녹아들었다.
아름다운 석양 아래 폐부표, 폐어구, 깡통, 페트병 등 다양한 해양쓰레기가 목기미해변을 차지했다. 이질적인 해양쓰레기가 모래 위에서 밝게 빛나며 자연스럽게 풍경에 녹아들었다. 사진 김수현 기자

쓰레기가 잠식한 한국의 갈라파고스
파도에 실려 오는 폐어구에 몸살

인천광역시에서 남서쪽으로 약 90km 떨어진 10가구 남짓 살고 있는 옹진군 덕적면의 호젓한 섬. 아름다운 천연기념물과 바다 풍광이 빼어나 한국의 갈라파고스라 불리는 굴업도다. 그러나 중대신문이 찾은 굴업도는 그 명성과 달리 해양쓰레기로 인해 황폐해진 모습이었다. 굴업도는 사람이 거의 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왜 심각한 해양쓰레기 문제를 앓게 된 걸까.

  넘실대는 쓰레기, 목기미해변
  굴업도 목기미해변에 이르자 눈에 띈 건 금빛 모래가 아닌 일렬로 늘어선 새하얀 스티로폼 부스러기였다. 바다 위 길 잃은 스티로폼 부표가 바스러져 해류와 바람을 타고 굴업도에 당도한 흔적이다. 파도와 바닷바람에 깎여 동그래진 스티로폼 부표가 흰 조약돌처럼 보인다. 찬연한 해변 위 허연 조개껍데기와 스티로폼이 뒤섞이니 무엇이 자연이고 인공인지 구분하기 힘들다. 해변가의 스티로폼을 살펴보던 중 또 다른 폐부표가 떠밀려온다.

  부표뿐 아니라 그물과 밧줄, 통발도 가득하다. 모래사장에 박힌 통발은 비록 뼈대가 녹슬었지만 여전히 플라스틱 망은 탄탄하다. 이 통발이 바닷속에 있었다면 유영하던 물고기가 갇히기에 충분해 보였다.

  목기미해변 중간에 이르자 길고 긴 쓰레기 궤적이 시선을 압도한다. 발에 채는 익숙한 포장의 페트병 가운데 낯선 중국과 러시아, 베트남 제조 페트병도 심심찮게 보인다. 술병, 세제통, 신발에 배달 용기까지 물에 뜰 수 있는 쓰레기라면 이곳 해변에 다 모이는 듯했다.

  궤적의 끝에는 색색이 쌓인 온갖 쓰레기가 짠 소금기와 악취를 풍기며 이리저리 뒤섞여있다. 마치 해변 바위의 자리를 뺏으려는 듯 검은 바위틈 사이사이 침투한 플라스틱도 보인다. 작은 섬에서 목기미해변과 해양쓰레기는 그렇게 조용히 파괴적 병존을 이어간다.

  굴업도에서 썩어가는 폐어구
  천혜의 자연을 자랑하는 굴업도가 어쩌다 플라스틱 쓰레기의 종착지가 된 걸까. 굴업도 주민 이화용씨(87)에 따르면 6·25전쟁 이후 쓰레기가 많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치워도 치워도 계속 밀려와요. 옛날 민어잡이를 할 때도 해변에 쓰레기가 전혀 없었어요. 그물과 병 모두 쓸려 온 거죠.” 현재 굴업도에 존재하는 약 10가구의 주민 중 어민은 단 1명도 없다. 과거 굴업도에서 어업을 할 때조차 없던 폐어구가 지금은 넘쳐난다.

  수북히 쌓인 해양쓰레기를 처리하기도 쉽지 않다. 중국 황해에서 인천광역시로 향하는 해류를 타고 밀려오는 쓰레기는 섬 내 적은 인구로 감당할 수 없는 막대한 양이다. 굴업도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김두현씨는 쌓여가는 해양쓰레기에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중국에서 오는 쓰레기가 대부분이고 뱃사람들이 바다에 버린 쓰레기도 많아요. 1년에 1~2번 환경단체에서 쓰레기를 수거해 가지만 이마저도 2~3달이면 치우기 전 모습으로 돌아옵니다.”

  인지하지 못했던 폐어구 실태
  2019년 그린피스 보고서에 따르면 해마다 약 64만톤, 이층 버스 약 5만대와 맞먹는 무게의 폐어구가 바다에 버려지고 있다. 김경신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해양쓰레기 중 폐어구의 비율이 높다고 지적했다. “해양수산부가 올해 3월 발표한 제3차 해양쓰레기 관리 기본계획에 따르면 초목류를 제외한 국내 연간 해양쓰레기 발생량의 약 60%가 어업 관련 해상기인 쓰레기입니다. 육상기인 쓰레기가 더 많은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는 어업이나 해상활동이 활발해 해상기인 쓰레기가 많이 발생하죠.” 실제 2015년 기준 우리나라 수산물 생산액은 OECD 회원국 중 5위를 차지했다.

  국립수산과학원과 한국어촌어항협회는 2014년 국내 어구 적정 사용량은 5만1400톤이지만 실제 사용량은 약 2.5배인 13만700톤으로 추정했다. 통발, 자망같이 가볍고 저렴한 플라스틱 어구는 바다에서 유실되거나 쉽게 버려진다. 특정 해역에선 가라앉은 폐어구가 플라스틱 쓰레기의 대부분을 차지해 해저산이나 해령 밑바닥에 있는 쓰레기의 약 85% 이상이 폐어구다.

  우리가 방심한 사이 전 세계 바다가 쓰레기장이 되고 있다.  2019년에는 지구에서 가장 깊은 마리아나 해구까지 플라스틱이 발견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더 이상 지구가 고통받지 않도록, 무한한 바다의 생명력이 꺼지지 않도록 바다의 외침에 귀를 기울일 때다.

쓰레기 행렬이 끝나는 해변 구석은 스티로폼 폐부표로 가득 차있었다. 폐어구, 페트병 등 해변 위 다양한 쓰레기의 대부분이 플라스틱이었다.
쓰레기 행렬이 끝나는 해변 구석은 스티로폼 폐부표로 가득 차있었다. 폐어구, 페트병 등 해변 위 다양한 쓰레기의 대부분이 플라스틱이었다. 사진 김수현·남수빈 기자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