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스릴러. 두 장르 중 하나를 고르라면 기자는 단연 스릴러다. 단순히 개인의 취향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닌듯하다. 최근 영상매체 동향을 보면 정통 로맨스보다는 스릴러 요소가 가미된 추리 서사가 대세다. 발간 당시에는 큰 인기를 끌지 못했던 『셜록 홈스 시리즈』(아서 코난 도일 씀)가 어느새 다양한 형태로 변모해 우리 일상에 친숙하게 맞닿아있다. 지금은 어떤 모습으로 추리 서사가 대중에게 재미를 선사하고 있는지 알아봤다.  

  『셜록 홈스 시리즈』에 등장하는 추리 서사는 최근 영상매체를 통해 수사물로 발전돼 인기를 끌고 있다. 추리물과 수사물은 엄연히 다른 장르다. 주찬옥 교수(문예창작전공)는 인물과 사건 중 주안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해당 갈래가 정해진다고 말했다. “추리물은 등장인물 개인의 뛰어난 추리력에 집중해요. 반면 수사물의 경우, 인물보다는 사건 해결 자체에 초점을 둬요. 『셜록 홈스 시리즈』는 개인의 뛰어난 역량으로 사건을 세밀하게 파악해나가기에 추리물에 해당합니다. 반면 CSI나 국과수 등 수사팀 단위로 문제를 해결해가는 최근 드라마는 수사물인 셈이죠.”  

  『셜록 홈스 시리즈』를 원작 삼아 영상으로 리메이크한 작품에는 드라마 <셜록>과 영화 <에놀라 홈즈> 등이 있다. 두 작품 모두 19, 20세기 고전 소설 추리 서사를 기반으로 하고 있음에도 현대인에게 많이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현대 트렌드에 맞춰 수사물에 가까운 인물 및 이야기 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드라마 <셜록>은 『셜록 홈스 시리즈』를 현대적으로 각색한 3부작짜리 영국 드라마로 2010년부터 2017년까지 4차례에 걸쳐 방영됐다. <셜록>은 민간 탐정 셜록 홈스(베네딕트 컴버배치 역)와 그의 조력자 존 왓슨(마틴 프리먼 역)이 범행 현장을 조사해 범인을 추적하는 이야기를 여러 에피소드로 다룬다. <셜록> 속 등장인물은 최근 수사물에서 유행하는 캐릭터에 걸맞게 변형됐다. 

  약 20년 전 드라마 속 사랑받는 주인공들은 대부분 정의롭고 착하며 불의를 참지 못하는 성격을 지녔었다. 하지만 10년 전부터 멜로 드라마를 통해 까칠한, 소위 ‘나쁜 남자’ 캐릭터가 등장하며 수사물 드라마에서도 주인공이 보편적으로 지니는 특징이 변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소시오패스, 사이코패스 등 공감 능력이 결여된 캐릭터가 수사물에 많이 등장한다. 이러한 동향에 드라마 주인공 ‘셜록’이 부합한다. 셜록은 과할 정도로 지적이고 잘난 척이 심해 소시오패스에 가까운 인물로 극에서 묘사된다. 하지만 특정 사람에게는 잘하며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을 소유해 전형적인 현대 캐릭터의 면모를 보여준다. 

  <에놀라 홈즈>도 셜록 홈스 서사를 재해석한 작품으로 최근 미디어 동향에 걸맞다는 호평을 받았다. <에놀라 홈즈>는 2020년 9월 넷플릭스를 통해 개봉한 영화로 가상 인물 ‘에놀라’를 창작해 셜록 홈즈의 여동생으로 등장시킨 점이 돋보인다. 영화는 그녀가 홈즈 가문의 탐정으로서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엄마를 찾아 나가는 모험기를 주 내용으로 삼고 있다.  

  해당 작품은 캐릭터에 비춰봤을 때 최근 미디어 동향에서 두드러지는 여성의 주체성을 잘 표현했다. 장병원 교수(첨단영상대학원)는 장르를 막론하고 적극적인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는 방향으로 영화계가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기 주도적인 성격을 소유한 여성 캐릭터들이 많아지고 그들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어요. 특히 대중적인 수사물 서사에서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주요한 역할을 여성이 맡는다는 건 여성 인권이 신장하는 현실을 반영한다고도 볼 수 있죠.”  

  <에놀라 홈즈>는 최근 인기 있는 ‘판타지 사극’에 가까운 방식으로 이야기를 표현했다. ‘판타지 사극’이란 배경은 과거지만 인물은 현대적인 캐릭터 그대로 가져가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방식을 말한다. 주찬옥 교수는 <에놀라 홈즈>가 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에놀라 홈즈> 속 에놀라는 현대적 사고를 하는 인물인데 시대적 배경만 과거인 거죠. 여성 인권이 낮았던 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에놀라는 여성 인권에 있어 현대적 사고를 하잖아요. 극에서 에놀라는 당시 여자로서 따라야 하는 제약을 무시하고 진취적으로 활동하죠. 이 점이 관객에게 흥미를 유발했다고 생각해요.”  

  현대에 들어 추리물이 다양하게 변화됐지만 결국 그 근원이 추리 서사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장병원 교수는 추리 서사의 핵심은 시대를 막론하고 동일하다고 말했다. “추리 서사는 시간을 초월해 대중에게 사랑받는 스토리의 원형 그 자체죠. 셜록 홈스부터 에놀라라는 현대 캐릭터까지 결국 대중이 숨은 진실을 밝히는 이야기에 열광한다는 사실 하나로 귀결됩니다.” 

  시대를 떠나 우리는 알게 모르게 추리에 늘 관심을 가져왔다. 다양한 형태로 우리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추리 서사는 이젠 비단 형사나 탐정만의 몫이 아니다. 파헤쳐야 할 숨겨진 이야기를 쫓는 민간 탐정이 일상에서 한 번쯤은 돼보는 게 어떨까.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