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내년이면 불혹(不惑),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는 나이’란 뜻이다. 진정 불혹의 의미처럼 나이가 든 어른인지는 알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먹는 것이 나이이지만 마흔이 되어 간다는 것은 무겁게 어깨를 짓누르기 시작했고 그 절정은 올해 여름이었다. 

  그즈음 아주 신선한 신조어를 접하게 되었는데 그 단어는 ‘라떼형’, ‘나꼰’, ‘따꼰’, ‘젊꼰’ 등의 소위 꼰대에 관한 단어들이었다. 보통 꼰대는 구시대적이며 타협이 없는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 및 사사건건 옛일만을 들먹이며 현실을 부정하는 사람을 말하는데 나 또한 이 세상에서 기피 대상이 되고 있는 꼰대가 아닌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꼰대테스트라는 것을 SNS를 통해 접했다. 해당 테스트는 나와 있는 각 문항의 답변에 따라 자신의 꼰대 성향 정도를 알 수 있는 것이었다. 외국 생활도 오래 했었고 다른 사람들보다 생각이 열려 있는 편이라 스스로 생각해 자신 있게 테스트에 응했다. 그러나 결과는 처참했다. 꼰대력의 최고 레벨은 5인데 그중에 레벨3이 나왔다. 해당 테스트의 설명에 따르면 “자신의 논리와 경험을 믿는 만큼 남의 의견을 쉽게 납득하지 못하는 경향을 가졌다”라고 한다. 이밖에 다른 것도 있었으나 어느 정도 스스로 맞다고 생각이 드는 부분은 윗내용이었다.
꼰대가 아닐 거라 자신했는데 내가 꼰대라니! 나의 의사와 상관없이 나의 삶의 방식을 나이가 어리거나 지위가 낮은 사람에게 강요하거나 설교를 늘어놓는 그저 그런 어른이 돼 버렸다. 어떻게 하면 진짜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새삼 어른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 사전에서 어른은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해를 달아 놓았는데 나는 그런 사람인가? 그 대답에 있어 100% 확신은 없다.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고민한 결과 나의 결론은 두 가지로 좁혀졌다. 먼저 ‘어쩌다 어른’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나온 꼰대 방지 5계명을 잘 숙지하고 그렇게 행동하려 하는 방법이다. 꼰대 방지 5계명은 ‘내가 틀렸을지도 모른다, 내가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말하지 말고 듣고 답하지 말고 물어라, 마지막은 존경은 권리가 아니고 성취’이다. 이를 항상 깊게 마음에 두고 노력하면 좋은 어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다른 결론은 김수현 작가의 서적 『나는 나대로 살기로 했다』의 인상 깊었던 부분이 될 것 같다. “지칠 만큼 누군가의 눈치를 볼 필요도, 주눅 들 만큼 겸손할 필요도 없다. 당신이 가장 존중해야 하는 사람은 언제나 당신 자신이다. 약간의 근자감과 어느 정도의 마이웨이 정신이 필요하다”라는 부분이다. 어른은 무슨 어른? 나이 좀 먹으면 어떠한가? 꼰대면 좀 어떠한가? 나는 그냥 나지. 이런 생각을 가지고 나를 중심으로 하는 삶을 앞으로도 살면 되지 않을까? 라는 결론이다.        

                                              김선미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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