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정책의 주 대상자가 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당신은 청년정책의 주인공이기 때문입니다. 취업은 물론 주거, 금융, 생활까지 곳곳에서 청년정책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번 주 경제부는 ‘청년정책을 묻다’ 특집을 진행합니다. 취업과 주거를 중심으로 청년정책의 현실을 살펴보고 올해 출범한 청년정책조정위원회를 조명했습니다.
 

고용 늘었지만···정책 빈틈 여전
문제 들여다보니 ‘열악한 노동환경’ 심각

전문가 “일자리 다양성 포괄해야”
정부 부처 간 협업 필요성 제기

취업 성공을 뜻하는 ‘취업 뽀개기(취뽀)’. 취뽀의 길은 멀고 험하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지자체)는 고용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청년내일채움공제’와 ‘취업성공패키지’ 등 여러 일자리 정책을 시행했다. 하지만 청년이 원하는 일자리와 정책 대상 일자리 간에는 상당한 괴리가 존재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청년이 원하는 일자리에 주목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장기근속 강제하는 정책
  현재 청년 일자리 정책은 고용 개선 및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고용 이후 퇴사·이직 비율이 높아 정책 실효성이 부족하다. 가령 중소·중견기업 청년 근로자를 지원하는 청년내일채움공제 정책은 2~3년 이상 장기근속해야 제도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당 정책 가입자의 약 20.9%는 퇴사를 결정했다. 그중 노동환경이 좋지 않거나 업무 내용이 맞지 않아 이직한 가입자는 약 88.1%에 달했다.

  양승훈 교수(경남대 사회학과)는 정책 대상인 중소기업의 노동환경이 여전히 열악한 경우가 많아 청년의 선호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초과근로를 해도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요. 주52시간제를 준비 못 한 중소기업이 많기 때문이죠. 장기근속해도 그만큼 임금을 보장받지 못해 청년이 원하는 일자리와 다소 거리가 있어요.”

  장기근속을 강제하는 제도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은 청년내일채움공제 가입 기준이 너무 까다롭다고 언급했다. “다니던 회사를 자발적 의사로 그만두면 근로자는 가입 자격을 잃고 아무런 혜택을 받을 수 없어요. 평생 1번 가입이라는 제한이 청년을 압박하죠.”

  김민정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원은 일자리 정책이 단순한 고용을 넘어 근속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근속을 어렵게 하는 노동환경이 원인이에요. 고용 이후 유지관리, 환경 개선 등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죠.” 윤자호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원은 직장 갑질, 장시간 노동문제 등 조직문화를 바꾸는 것도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취업 기회·정보 죄다 수도권에만
  올해 8월부터 9월까지 이은주 정의당 의원실과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실시한 청년정책 제도화 현황조사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 10곳 중 4곳은 여전히 청년정책 자문기구를 운영하지 않았다. 기구를 설치 및 운영 중인 지자체에서도 34세 이하 청년위원의 비중은 약 28.4%에 그친다. 이에 수도권과 지방의 취업 ‘정보 격차’ 문제도 크게 나타났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비롯한 취업 기회가 수도권에 집중된 점을 지적했다. 지방에서 취업을 준비하는 배결씨(25)는 취업을 위한 교육 기회가 수도권에 한정돼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취업성공패키지 2단계에서 받은 훈련비를 사용할 수 있는 IT 학원에 다녔어요. 하지만 학원들이 서울에 한정돼있어 학습 기회가 부족했죠.”

  김영민 사무처장은 정부와 지자체가 협업해 지방 청년의 취업 인프라 접근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전했다.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사업을 적극 활용해야 해요. 지역을 기반으로 전달체계를 만들면 청년 구직자의 정책 접근성을 더욱 높일 수 있죠.” 이어 고용노동부의 정책이 온라인으로만 이뤄져 오프라인 전달체계를 만들면 더 많은 청년을 포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책 사각지대, ‘비표준적 고용 형태’
  대부분의 일자리 정책은 근로계약서 혹은 근로를 입증할 서류가 있어야 가입이 가능하다. 하지만 청년들은 특수형태고용종사자, 프리랜서 등 다양한 고용 형태를 띤다. 그렇다 보니 정책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청년 근로자가 많다. 고용 형태는 다양해지는데 일자리 정책은 기존의 표준적 고용체제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최근에는 플랫폼 노동자로 불리는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까지 등장하면서 제도적 차별과 배제를 동시에 경험하고 있다.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을 포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민정 연구원은 플랫폼 노동 등 정책 기준과 다른 고용 형태에 고용된 청년을 포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대부분 청년은 다양한 직종에서 일하길 원해요. 새로운 고용 형태에 놓인 청년을 지원하는 정책이 시급한 이유죠.”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고 설계해 나가는 데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취업 시장에 이제 막 뛰어든 청년들은 그런 시간을 확보하기 어렵다. 취업성공패키지 정책에 참여했던 이장선씨(27)는 작은 경험이라도 일을 접할 기회가 많아지면 좋겠다고 전했다. 전문가들도 다양한 일자리를 보장하기 위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 모아 말했다. 경직된 정책에서 벗어나 청년들의 꿈과 기회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정책. 청년이 원하는 일자리 정책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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