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에 12년째 있으면서 학생들과 교감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글을 띄워본다. 교정을 지날 때마다 느끼는 것은 해마다 고양하는 학생들의 지식에 대한 접근법과 그들에게 더 나은 혜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책임감이다. 졸업생들에게 종종 듣는 말은 ‘학교가 제일 빡빡했다’는 평으로 직장, 학교에서 배운 몇 가지만 얘기해도 진보된 방법이구나 하는 피드백을 받고는 한다. 그만큼 세련된 노하우가 전달된다고 믿는다. 교수 세대에게는 “의에 죽고 참에 살자”는 엄정한 중앙대의 모토가 자리하고 있다. 그동안 학교를 거쳐 간 그 많은 졸업생들은 다들 어디에 있을까? 갓 졸업한 중앙인들은 선배들이 어디에 있는지 잘 찾을 수 없다고 한다.  

  시대가 기다리던 그 분 같은 학생 중앙인은 언제 올까? 실제로 본인은 매 학기 수업에서 기다리고 있다. 선생의 허를 찌르는 그 분 같은 중앙인이 칠판에서 고개를 돌리는 찰나에도 나타났으면 하고 항상 바라본다. 젊음의 불안함, 엉성함, 뒤엉킴에 섞인 질문과 잇따르는 긍정과 부정의 토크의 주고받음이 일어나는 교정이었으면 한다. 온라인 수업의 엉성함을 파고드는 발칙한 질문도 좋을 듯하다. 학생의 본분은 질문에서 시작한다는 사실도 교정에서는 깨닫지 못하다가 종종 졸업 후에 깨닫곤 한다. 또한 선생들은 학생의 질문으로부터 세상의 변함을 읽고자 한다. 학생의 질문은 사회의 고정관념과 일의 방식에 대한 생각으로서 사회를 뒤바꾸는 가장 큰 힘이 된다. 질문을 던지는 중앙인이 바로 모두가 기다리는 그 분이다.  

  그 많은 중앙인은 어디에 있을까? 하는 질문은 졸업한 중앙인의 활약에 대한 기대감을 의미한다. 경쟁대학 출신들이 사회에서 잘하는 것을 보고 있어도 똑같은 의문이 생긴다. 중앙인의 착함은 언제 빛을 발할까? 앉아서 계속 꼼지락거려야 무언가 만들어질 수 있다. 선생들에게 등불이 돼 주는 것 중 하나는 제자들의 활약이다. 그 분 같던 학생이었던 제자는 언제나 빛을 발할 것인가? 사회 안팎의 중앙인들로부터 고무적인 소식이 기다려진다.  

  서울캠은 가파르지만 단단한 땅으로 교정 밖의 좁은 길이 오히려 매력적이며 에워싸는 단단함이 있다. 외지의 광활한 교정 밖의 모습을 지닌 캠퍼스와는 다르다. 교정과 학교 밖의 사회 간 경계가 느슨해 사회와 관계된 무언가를 만드는 테스트베드로서는 안성맞춤이다. 이곳에서 그 분 같은 중앙인이 되는 실험을 해보면 어떨까? 내가 무엇에 관심 있는지, 다른 사람들의 관심은 나와 어떻게 다른지 등 사소한 질문을 통해 생각의 위상을 정하면서 하나씩 문제에 대안을 만들어 공유해보자. 그런다면 그 분 같은 중앙인도 많아지고, 중앙인들이 흑석 외곽 어디에 있는지도 금방 알 수가 있을 것이다.  

  중앙인이여, 모름지기 끝없이 질문하자. 질문을 잘하면 그 분이 될 수 있다. 사람들은 항상 좋은 질문자가 어디 있는지 찾고 있다.


송하엽 건축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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