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도시가 소멸하고 있다. 전국 228개 시군구 중 105곳이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됐다. 수도권 쏠림을 넘어 지방 도시들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수도권 과밀화는 이제 피할 수 없는 발등의 불이다. 사라져 가는 지방 도시를 살려야 한다. 전문가에게 현실과 대안을 물어봤다.

  지방분권, 재정독립부터 이뤄야

  현재 균형발전사업의 주도권은 중앙정부에 있다. 이에 교부금 의존 비율이 높은 실정이다. 또 지역이 사업을 추진할 재정 여력이 있어도 권한이 없어 사실상 추진이 어렵다. 전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인 이민원 교수(광주대 중국통상학과)는 추진 사업의 권한을 지방에 이양해 분권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정부에 권한이 몰려 있어요. 그러면 지역의 목소리는 적게 반영되고, 중앙정부의 입맛에만 맞게 국토를 디자인할 우려가 생기죠.”

  지방분권은 지역의 재정자립이 높아야 가능하다. 지역이 마음대로 예산을 쓸 수 있어야 진정한 분권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왕재 나라살림연구소 부소장은 중앙정부 주도의 사업 추진을 비판했다. “지방정부의 의사결정, 감시 및 감사 기능을 강화해야 해요. 지방재정을 지역 특성에 맞게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하죠.”

  이어 이왕재 부소장은 중앙의 통제가 강할수록 기획사업의 질이 떨어진다고 했다. “지방정부의 기획역량은 사업 실효성을 결정할 만큼 중요해요. 이때 전문가와 시민 활동가, 기업 등 다양한 구성원과도 함께 머리를 맞대어 사업을 기획하면 실효성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되죠.”

  지방 분권 강화에도 세심한 고려가 필요하다. 이민원 교수는 지역 간 경제력 격차가 불균형을 심화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경제력이 높은 지역은 세입 수준이 높고 그렇지 않은 곳은 그 수준이 낮아요. 지방 분권의 혜택이 모든 지역에 돌아가지 않는 셈이죠.”

  경제성 논리가 전부는 아니다

  균형발전사업의 발목을 잡는 것이 예비타당성(예타) 조사다. 이왕재 부소장은 중앙정부가 예타 조사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현상을 지적했다. 지방정부보다 중앙정부의 의사가 반영될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예타 조사는 지방정부의 자율에 맡겨야 해요. 중앙정부가 주도권을 가지면 사업을 평가하는 데 필요한 여러 요소를 간과할 수 있죠.”

  예타는 사업의 경제성과 정책성, 기술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평가한다. 초의수 교수(신라대 사회복지학과)는 현재 예타 조사가 사업의 경제성 평가에만 치우쳐 있다고 지적했다. “균형발전사업은 비용편익 분석에 의한 경제성 논리로만 판단할 일이 아니에요. 취약한 지역을 도와주는 정책도 필요하죠.”

  텅 비어버린 지역, 공동화 대책도 시급

  지방 공동화 현상은 예측 가능한 미래였다. 이촌 향도 현상이 나타난 지 60년이 지난 지금에도 지방의 인구감소는 반복되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 추세로 공동화 속도는 한층 빨라졌다.

  이왕재 부소장은 외곽 개발을 억제하고 도시 중심으로 흩어진 인구를 모으는 압축도시 건설과 광역화 방안을 제시했다. “압축도시는 행정비용을 줄여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 개선에도 효과적이에요.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서울에 버금가는 도시 광역화를 추진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죠.”

  도시 광역화(메가시티, Mega City)에 대해 초의수 교수는 다극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서울·수도권 중심의 일극 체제를 다극 체제로 바꾸자는 얘기다. “경제, 고용, 산업·기술 등은 광역 중심으로 발전하고, 사회복지 서비스는 주민의 생활권역과 가까운 곳에 배치해야 해요. 다극적 발전을 우선으로 사업 성격에 맞게 입지 조건을 고려해야 하죠.”

  서울이 ‘기회의 도시’라는 인식은 여전하다. 그러나 서울만 그래선 안 된다. 지방 도시들도 서울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발전해 새로운 기회가 넘쳐나는 곳이어야 한다. 지방 도시 살리기에 모두가 신경을 기울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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