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사회의 거울  

다각도의 성교육으로 바로잡아야

 

2019년 11월 성남의 한 어린이집에서 유아 간에 성행동문제가 발생했다. 피해 아동의 부모가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은 약 24만명의 동의를 받았다. 성남 어린이집 사건뿐 아니라 2019년 5월 24일 대전 대덕구의 한 유치원에서도 원생 간에 성행동문제가 발생했다.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며 관련 문제가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피해와 책임 사이, 그 공백을 들여다보자. 

 성장 과정과 성적 가해 사이  
 유아의 성행동문제란 유아의 자연스러운 발달 특성에서 벗어난, 위험한 수준의 성 행동을 의미한다. 유아 간 성행동문제는 피해가 분명히 존재하더라도 그 책임을 당사자에게 묻기 어렵다. 행위 주체가 유아기 때문이다. 유아 간 성행동문제는 발달 과정 측면, 범죄 측면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은 복합적 양상을 띤다. 신진희 대한법률구조공단 변호사는 유아 간 성행동문제를 범죄와 처벌의 논리로 바라보는 관점에 회의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만 14세 미만 형사 미성년자의 행위도 범죄로서 처벌할 수 없는데 그보다도 인지적 발달이 덜 이뤄진 유아를 처벌하기는 어렵죠.”  
 양육자를 처벌의 대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장경은 교수(경희대 아동가족학과)는 유아를 둘러싼 환경에 초점을 맞춰 문제 행위를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아 주변에서 영향을 미치는 성인은 대부분 부모입니다. 유아가 문제 행동을 하게끔 영향을 준 성인에게 처벌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외순 성&인권 상담연구소 이음 소장은 양육자를 대상으로 한 성교육을 우선해서 시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부모와 교사에게 성교육을 시행해 이들의 성교육에 관한 인식을 바꿔야 합니다.” 양육자의 건강한 성 관념이 전제돼야 유아도 바람직한 성 관념을 형성할 수 있다.  

 긴 후유증을 막는 찰나의 선택     
 유아 사이에서 발생한 성행동문제가 부모들의 다툼으로 번지기도 한다. 갈등 속에서 아이들은 혼란에 빠진다. 최재원 우정유치원장은 이로 인해 유아가 겪는 후유증을 이야기했다. “유아 간에 발생하는 문제로 부모 간 분쟁이 증폭되면 아이는 심각한 후유증을 겪습니다. 부모를 대상으로 한 성교육이 꼭 필요해요.” 아이들이 후유증을 겪지 않도록 신중히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 이외순 소장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교사의 반응과 행동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놀라거나 다른 친구들 앞에서 당황한 모습을 보이기 전에 먼저 분리해야 해요. 그리고 상황 설명을 들어야 하죠. 이렇듯 상황에 대처하는 매뉴얼을 만드는 게 중요하답니다.” 
 성남 어린이집 사건과 관련한 청와대 국민청원 답변에서 김유임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은 유아 간 성행동문제 발생 시 대응 매뉴얼이 부재하다고 언급했다. 이에 관련 매뉴얼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아직 개발 단계로 현장 상황은 여전하다. 
 이석원 성교육 전문기관 자주스쿨 대표는 교사와 부모의 대응에 초점을 맞춘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3가지 정도의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번째, 교사가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부모에게 안내해야 합니다. 2번째, 어린이집이 피해 아동과 행위 아동의 부모를 적극적으로 중재해야 합니다. 3번째, 재발 방지 차원에서 해당 유아, 교사, 부모에게 지속적인 성교육이 이뤄져야 합니다.”  

 미디어 홍수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  
 유아는 미디어 환경에 영향을 받으며 성장한다.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자료에 따르면 영유아의 약 53%가 스마트폰을 이용한다. 최초 이용 시기는 평균 만 2.27세로 영아기부터 스마트폰에 노출된다. 이외순 소장은 오늘날 미디어의 폐해가 유아에게 잘못된 성 정보를 습득하게 한다고 이야기했다. “미디어를 통해 왜곡된 성 문화가 빠르게 전파되고 있습니다. 이는 유아의 생활환경에 깊숙이 파고들어서 상품화된 성을 일반적인 것으로 인식하게 하죠. 잠재적인 성범죄 가해자를 양산할 수 있기에 성인의 세심한 주의와 지도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아이들이 미디어를 건강하게 받아들이고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강화가 유아 간 성행동문제의 예방책이 될 수 있다. 김아미 시청자미디어재단 정책연구팀장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과 성교육을 접목해 성범죄행위를 인지하게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두 교육을 연결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활성화되지 않았다. 김아미 팀장은 성인이 유아의 미디어 경험을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아가 미디어를 어떻게 접하고 있고, 그 안에서 어떤 성적인 경험을 하고 있는지, 그 환경에 대한 기성세대의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유아의 미디어 경험에 관한 이해를 바탕으로 두 교육을 융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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