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0년 전, 한 학생이 중앙대에 입학지원서를 제출하러 왔다. 당신은 공대 실험을 직접 하기 어렵겠다. 에두른 말로 지원서를 반려 당했다. 반려의 근거는 그에게 장애가 있다는 것. 그는 ‘앉아서 일할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다시 전공을 선택한다. 30년이 지난 지금, 중앙대는 그때보다 성장했는가?

  그때보다 법이 발전하긴 했다. 고용의무제도는 장애인 근로자를 의무적으로 고용하도록 하는 제도다. 상시 50명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주는 3.1%를 초과해 장애인을 고용해야 한다. 지난해 기준 장애인고용률은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에서 각각 3.33%와 2.79%다. 민간기업 장애인고용 현황은 2009년 이래로 계속 증가 중이다. 그러나 작년 기준 근로자가 1000명 이상인 기업의 장애인 고용률은 2.52%로 100~999명인 기업보다 저조하다. 국내 대다수 사립대학도 의무고용제도를 지켜야 한다. 그러나 중앙대 포함 대부분 대학은 여타 기업과 마찬가지로 의무고용률을 지키지 않고 고용부담금을 물고 있다. 고용의무제도와 고용부담금 제도의 실효성에 반문하게 한다.

  장애학생 교육은 장애인 근로자 양성에 씨앗이 돼 장애인의 사회 진출을 도울 수 있다.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29조 2항에 따라 각종 장애 또는 지체로 인해 특별한 교육적 요구가 있는 자는 별도로 모집하게 돼 있다. 중앙대에도 ‘고른기회전형’이 있다. 근데 너무 조금 뽑는다. 2019년 기준 모집 정원은 서울캠 6명, 안성캠 2명, 총 8명이었다. 전체 모집인원 대비 정원외 장애학생 모집 인원이 얼만큼을 차지하나 타대와 비교해봤더니, 중앙대, 경희대, 고려대, 서강대,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한양대 중 중앙대가 제일 낮다. 그중 장애 학생 모집 비율이 가장 높았던 서강대는 전체 학생 중 약 0.84%를 장애 학생으로 모집하는 데에 비해, 중앙대는 0.15%다. 장애학생 모집 비율이 1%도 안 되는 대학이 비교군 중 1위라는 현실도 뼈아프지만 그중 중앙대가 가장 적은 비율을 차지한다는 결과는 절로 고개를 숙이게 한다.

  여기에 장애학생은 일부 전공엔 지원조차 할 수 없다. 대부분 대학이 장애 학생 지원 가능 전공에 제한을 두기 때문이다. 장애인은 일부 전공단위에서는 학습할 능력이 안 된다고 선을 그어둔 것이다. 교육, 고용 등 모든 생활영역에서 장애인을 제한, 배제, 분리, 거부하는 것은 장애인을 차별하는 행위다. 물론 대학 입시에서 지원자가 자신의 당락을 자단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그렇다고 대학이 장애학생의 학습능력을 기정해 지원 전공을 제한하는 게 용인되는 건 아니다. 장애인이 다양한 사회 분야로 진출할 수 없게 제한하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장애인 채용 시 지원자가 해당 직무 수행 가능 여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기업이 직무세부기술서를 채용 공고 시에 미리 첨부해야 한다고 알렸다. 입시에서도 장애인의 능력은 대학이 아닌 그들 스스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장애가 있건 없건 자신의 학업 능력을 검토해볼 기회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선 사례를 통해 중앙대의 자구책을 고안해보자. 경상대병원은 자체 발굴한 장애인 근로자 맞춤직무에 장애인 근로자를 배치하도록 관련 부서에 권고했다. 현대아미스도 장애인의 적성, 직무 적합성을 고려한 새 직무를 발굴해 장애인 고용을 확대했다. 이마트는 현장 동료가 장애인 근로자의 멘토가 되는 ‘나눔 지기’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중앙대 내에서도 장애인 근로자에게 적합한 직무를 검토하고 발굴할 때다.

  새로운 변화로 당장의 지출이 증가하면 속 좀 쓰릴 수도 있다. 그러나 발전과 혁신에는 당연히 비용이 들기 마련이다. 눈앞의 이익에만 매몰되지 말고 멀리 보자. ‘장애 인권 보장을 선도하는 중앙대’, 희소성도 있고 꽤 매력적인 타이틀 아닌가. 지금 달라지지 않으면 결국 중앙대는 장애인이 찾지 않는, 올 수 없는 대학이 될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꺼리는 대학, 모두가 선호하는 대학. 중앙대는 둘 중 어떤 길로 나아가고 싶은가. 쓰라린 현실이지만 대부분의 대학이 다 같이 뒤처져 있다. 지금이 우리가 치고 나갈 적기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