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0여 년간 EBS 등에서 PD로 활동하다 유학을 다녀와 2008년부터 대학 강단에 서게 되었다. 그러한 이력 때문에 PD나 기자가 되고 싶은 학생들과 진로상담을 할 기회가 많이 있었다. 상담을 할 때면 늘 누구에게나 가능성은 있다라는 말로 시작한다. 오랜 기간 여러 학생들과 만나면서 절실히 느낀 것이다. 오래전에 키만 멀대 같이 크고, 순한 눈동자를 껌뻑이던 학생이 찾아왔다. 첫인상에서 나는 독하게 일해야 하는 PD에 어울릴까하는 회의감이 들었다. 하지만 시트콤에 대하여 이야기를 할 때에 반짝이는 섬광을 보았다. 순한 인상과는 달리 그 학생은 오랜 기간 치열하게 노력했고, 바늘구멍 같은 시험을 통과하여 자신이 원하던 길을 가고 있다. 선입견이 생길 때마다 나는 그 학생을 떠올리며 자신의 어리석음을 잊지 않으려 한다.

  상담할 때 많은 학생들은 어디서 어떻게 시작할지 궁금해 한다. 나의 대답은 한결같이 자기 자신으로부터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혹은 더 나아가 자신이 잘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찾아보라고 이야기한다. 여기에서 자신이라는 단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대부분 남들도 다 좋아하는 것이다. 맛있는 음식, 여행, 가족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으라는 의미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더욱이 좋아하는 것을 과연 자신이 잘하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좋아하는 것을 잘하지는 못한다면 갈등이 생겨난다. 하지만 사람들은 잘하는 것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으니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는 것이 중요한 첫걸음이 된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았으면 좋아하는 것을 열심히 해야 한다.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살아가고 싶다면 다른 사람들보다 잘해야 한다. 좋아하는 것만으로는 직업이 될 수 없다. 사람들은 노래를 좋아하는 가수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노래를 뛰어나게 잘하는 가수를 원한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갖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치열하게 자신을 담금질하는 시간을 거친 결과이다. 다른 사람들은 성공한 결과만을 보지만 자신은 얼마나 혹독하게 노력했는지 기억하고 있다. 그 기억은 자신을 행복하게 한다.

  그런데 좋아하는 것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지만 여전히 잘못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좋아하는 것으로 만족하면 된다. 취미로 삼으면 그만이다. 그 과정에서 좋아하는 것을 찾기 위해 자신을 들여다보았다면 성공한 것이다. 자신을 들여다보면 행복해지는 길이 보인다. 자신을 들여다보면 많은 부분들이 자신이 원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 헛된 기대, 욕망, 질투 같은 것들이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만들어진 것들을 거둬내고 채를 치면 순수하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그것을 하면 행복해진다. 다른 사람의 시선은 중요하지 않다.

 

이승조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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