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그때의 우리! 우리 사회가 21세기에 들어선 지 올해로 20년이 지났다. 지난 20년간 우리 사회는 어떤 문화를 보여줬을까? ‘그때의 교집합’은 2년 단위로 차례차례 각 연도를 거슬러 올라가며 그때의 문화를 살펴본다. 이번에 살펴볼 연도는 ‘2008년’이다. 사회를 뜨겁게 달군 2008년의 키워드가 무엇인지 함께 살펴보자. 

사진출처 한겨레
사진출처 한겨레

상실(喪失)은 어떤 것이 아주 없어지거나 사라진다는 의미로 잃을 상(喪)에 잃을 실(失)을 쓴다. 두 번이나 잃는다는 뜻을 강조하는 이유는 그만큼 상실의 아픔이 크기 때문이다. 삶 자체가 상실의 연속이란 말이 있음에도 무언가를 잃는다는 감정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하지만 상실의 아픔을 회피하거나 부정해서는 안 된다. 상실감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문턱을 넘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태어날 때부터 시력을 상실했지만 이를 극복하고 흑인 음악계의 전설이 된 ‘스티비 원더’처럼, 청력을 잃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위대한 음악을 작곡한 ‘베토벤’처럼 말이다.  

  ‘상실의 해’라 감히 결론지어본 2008년 대표 키워드로 ‘숭례문 소실’, ‘식품 안전사고’, ‘경제위기’를 선정했다. 세 가지 키워드를 통해 지난 2008년에 우리를 덮쳤던 상실감을 회상해보자.

  A) 숭례문 소실

  지난 2008년 2월 10일, 국민은 큰 상실감에 빠졌다. 대한민국 국보 1호 숭례문이 화재로 소실됐기 때문이다. 오후 8시 40분경에 발생한 불길로 건물의 누각이 전소되고 지붕을 포함한 석조물 전체가 붕괴했다. 화재 진압을 위해 소방 당국이 투입됐지만 결국 붕괴를 막을 수 없었다. 600년간 서울을 지켜온 숭례문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국민들은 충격과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토지보상 문제로 불만을 품은 방화범은 경비가 허술한 숭례문을 표적으로 삼고 방화를 저질렀다. 그가 숭례문의 2층 누각에 올라가 불을 붙인 후 도주하기까지 단 5분이 소요됐다. 당시 관리책임을 맡은 중구청은 화재감지기나 경보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채 숭례문의 야간경비를 민간 경비업체에 맡겼다. 그마저도 CCTV 4대와 적외선 감지기 6대가 전부인 무인감시 시스템에 불과했다. 이처럼 정부의 허술한 문화재 관리체계는 숭례문의 소실 원인이 됐다. 

  화재 이후 문화재 보존에 관한 경각심이 고취됐다. 서재권 교수(한국전통문화대 문화재관리학과)는 지난 2010년에 전부 개정된 「문화재보호법」을 예시로 제시한다. “숭례문 화재 사건 이후 문화재보호법을 전부 개정함으로써 통해 정부는 화재 및 재난 예방을 위한 시책을 수립하고 관리체계를 강화했어요. 또한 관련 법령을 개정해 국보, 보물급 목조 문화재 보호 인프라를 어느 정도 갖추게 됐죠. 흥인지문 방화시도를 방지한 일도 이런 노력의 결과라 할 수 있어요.” 당시 시민들은 ‘시민의 낙서장’이라는 이름의 대형 방명록을 통해 안타까운 마음을 표출했으며 온라인 공간에선 숭례문을 향한 누리꾼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지기도 했다.

  B) 식품 안전사고

  ‘먹는 거로 장난치면 안된다.’ 예로부터 전해 내려온 음식을 소중히 여기라는 조상님의 말씀이다. 직접 섭취하는 음식은 건강 문제와 직결되기에 더욱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 2008년에는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식품 안전사고가 유독 잦았다. ‘손이 가요. 손이 가.’라는 CM송과 함께 국민 과자로 여겨지던 농심의 ‘새우깡’에서 생쥐 머리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발견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생쥐깡’이라 불리며 소비자를 경악시킨 이 사건은 끝내 이물질 혼입 경위가 밝혀지지 않으며 마무리됐다. 이은희 교수(인하대 소비자학과)는 해당 사건에서 식품공장의 청결 문제가 대두됐다고 설명한다. “농심은 소비자들이 믿고 안심하던 회사였어요. 하지만 새우깡에서 생쥐 머리가 검출되면서 사람들이 조리과정의 청결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됐죠.” 이를 증명하듯 당시 소비자들은 농심 제품 불매 운동을 벌이기까지 했다.

  또한 중국에서 제조된 분유를 비롯한 유제품에서 유독성 물질인 멜라민이 검출되며 큰 파문이 일었다. 아기가 섭취하는 분유에서 멜라민이 검출됐다는 소식을 접한 부모들은 공포감에 휩싸였다. 국내에서도 분유뿐 아니라 과자류를 비롯한 총 13종의 제품에서 멜라민이 검출되며 소비자의 식탁을 위협했다. 연달아 식품 안전사고가 터지자 소비자들은 식품 안전에 신뢰를 상실했다. 당시 ‘멜라민 파동’으로 아이들 간식은 내 손으로 만든다는 ‘쿠킹맘족’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은희 교수는 해당 사건들이 소비자들의 저항을 촉발하는 계기가 되었다 전한다. “멜라민은 건강에 치명적이에요. 당시 소비자는 '멜라민의 유독성에 경악해 더는 건강을 해치는 상품이 나오면 안 된다'며 '행동하는 소비자'의 모습을 보여줬죠. 기업의 잘못된 행보를 알리고 이를 개선하게끔 피케팅을 하는 등 소비자들이 사안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계기가 된 거예요.”

  C) 경제위기

  ‘진실은 시와 같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를 싫어한다.’ ‘2008년 경제위기’를 소재로 한 영화 ‘빅쇼트’에 등장하는 문구다. 당시 거짓과 속임수로 얼룩진 미국의 금융 시장의 현실을 나타내는 문장이다. 지난 2008년에는 ‘대공황 이래 최악의 금융위기’라고 불리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도래해 세계적 경기침체를 불러왔다. 당시 대한민국도 자유롭지 못했다. 코스피지수가 약 41.09% 하락하고 코스닥지수는 약 53.26% 하락하는 등 주가는 반 토막이 났다. 지난 2008년 말에는 원·달러 환율이 약 10년 만의 최고치인 1513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부동산 시장은 집값과 거래가 동시에 급락하는 극심한 침체기를 겪었다. 이처럼 증시, 환율, 부동산 등 수많은 분야에서 한국은 날개 없는 추락을 경험했다.

  신관호 교수(고려대 경제학과)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지난 2008년 경제위기의 원인으로 설명했다. “당시 부동산 시장이 폭락하면서 부동산과 관련된 금융 가치가 하락했어요. 이로 인해 금융기관들이 파산 위기를 겪으며 위기가 시작된 거죠. ‘서프프라임 모기지 론’은 부동산 관련 대출상품인데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면서 해당 상품으로 대출받았던 사람들에게 큰 타격을 받았어요. 이는 자연스럽게 실업자 급증과 국민 소득 감소로 이어졌죠.”

  당시 대한민국은 세계적인 경제침체에 맞서 적극적 재정 및 통화 정책을 실시해 위기수습에 나섰다. 정부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 재정지출 확대 정책을 실행했다. 특히 경기 회복을 위해 연간 재정집행액의 약 65%를 상반기에 조기 집행했다. 한국은행은 금융 불안을 완화하고자 지난 2008년 10월부터 5개월 동안 금리를 여섯 차례에 걸쳐 3.25%p 인하했다. 이러한 노력은 대한민국이 금융위기 이후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전년 대비 경제성장률이 플러스를 기록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Wall Street Journal’ 등 다양한 외신은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금융위기를 극복했다는 평가를 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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