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7년 의혈대동제서 학생들은 정치적 자유를 목놓아 외치고 있다.
지난 1987년 의혈대동제서 학생들은 정치적 자유를 목놓아 외치고 있다.

'뭉쳐라, 중앙인이여!’ 중앙대 축제인 ‘LUCAUS’의 의미입니다. 재학생이 한자리에 모여 축제를 즐기는 모습이 떠오르죠. 그런데 여러분, 축제 모습이 시대의 바람에 따라 천차만별로 바뀌었다는 점 알고 계신가요? 굵직한 사건이 중앙대를 휩쓸 때마다 축제는 변모했습니다. 차례대로 알아보도록 하죠. 

  축제의 첫 등장은 지난 1964년 열린 제1회 ‘한강축전’이었습니다. 개교기념 행사로 치러진 한강축전은 축하공연과 무대제, 가장행렬 등을 선보였죠. 지난 1968년 열린 제5회 한강축전은 개교 50주년과 승당 임영신 박사의 칠순을 기념하기 위해 성대히 열렸습니다. 이때 중앙대 상징인 청룡상의 제막식을 거행했고 숱한 역사를 함께하게 될 타임캡슐도 봉인됐죠. 부속 중·고등학교 학생들까지 함께했던 그 시대의 축제는 범 중앙인의 축제였습니다.

  시대가 지나며 축제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습니다. 유신시대와 신군부 집권을 거쳤기 때문일까요. 1980년대 초 축제는 양캠에서 각각 개최했고 비정치적 행사가 주를 이뤘습니다. 당시 유신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학원자율화에 대한 논의가 일었지만 신군부 집권세력은 오히려 학도 호국단을 부활시키며 대학 민주화에 역행했죠.

  그러다 1980년대 중반 신군부 정권이 안정기에 접어들며 지난 1985년 총학생회가 부활했습니다. 자연스레 축제의 모습도 변화했죠. 이때부터 한강축전은 ‘의혈대동제’라는 이름으로 재편됐습니다. ‘이름값 한다’는 말처럼 의혈대동제는 모든 구성원이 몸을 부대끼는 화합의 장이었습니다. 고싸움을 즐기거나 서적을 판매하는 등 다양한 행사가 열렸죠.

  예년과 달리 축제는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정치적 의사를 표할 수 있는 자리가 됐습니다. 총학생회 주최로 본관 앞에 모여 학내문제에 관한 집회를 열거나 모의 시위를 진행했습니다. 또한 집권당 및 미국을 향한 반감은 독특한 축제 문화를 만들어 냈습니다. 성조기 위에서 춤사위를 선보이는 한편 군부세력과 미국에 대한 반대 의사로 모의 장례식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지난 1991년의 중앙대는 구성원 간 갈등이 극에 달했습니다. 당시 중앙대 공대는 교육부 대학평가에서 C등급을 받고 말았죠. 수많은 학생이 결과에 분노했고 재단과 대학본부에 강력한 불신을 표했습니다. 격동의 순간, 축제는 또다시 구성원 간 유대를 공고히 하는 화합의 장이 됐습니다.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서 열린 범 중앙인 한마당에 약 2만명의 학내 구성원이 참가하며 갈등의 골을 메웠습니다.  

  시간이 흘러 문민정부가 들어서자 학생운동 열기는 수그러들고 축제의 정치적 색채도 점차 옅어졌습니다. 그 사이 의혈대동제는 의혈축전을 거쳐 LUCAUS가 됐습니다. 이후 문화축제 양상이 이어졌으나 「주세법」이라는 굴곡이 축제의 모습을 한번 더 뒤바꿨습니다.

  지난 2018년 교육부는 전국 대학에 「주세법」을 준수하고 축제 기간 주류 판매를 금지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습니다. 「조세범 처벌법」 제6조 ‘주세법에 따른 면허를 받지 아니하고 주류를 제조하거나 판매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에 따라 대학생들이 주류를 판매하는 건 위법이라는 이유였죠.

  이로 인해 대학 축제 꽃이었던 주점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캠퍼스 내 음식점을 빌리는 일일호프가 그 자리를 대신했죠. 당시 변화를 겪은 사람들은 주점폐지에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김동욱 동문(신문방송학부 14학번)은 “과거 주점 운영 시 공간이 개방돼 있어 누구나 쉽게 방문할 수 있었다”며 “일일호프로 바뀐 뒤에는 재학생만을 위한 공간으로 변용돼 아쉬웠다”고 말했습니다. 김다희 동문(심리학과 14학번)도 “졸업 전 주점이 폐지돼 너무 아쉬웠다”며 “부스만 운영하고 끝나니 축제기간 저녁에 즐길 거리가 사라졌다”고 말했죠.

  최근의 축제를 돌이켜 봅시다. 영화제를 개최하고 배리어프리 존을 만드는 등 나름의 발전을 이뤘습니다. 그러나 축제에 관한 우리들의 낭만을 채우기에는 부족한 듯합니다. 구성원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자리, 축제의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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