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층 체계로 보장하고 있음에도

여전한 장애인 빈곤을 헤집다

 

“여러모로 나는 행운아였음을 깨닫는다” WHO 세계장애보고서 발간 당시 스티븐 호킹의 말이다. 이어서 그는 전 세계 대다수 장애인이 생산적인 고용과 개인적 성취는 고사하고 매일의 생존을 위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이야기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 장애인이 처한 현실을 들여다봤다.

  층층이 쌓인 빈곤의 늪

  우리나라는 장애인의 소득보장을 위해 다층의 ‘소득보전급여체계’와 ‘추가비용급여체계’를 구축해 운용하고 있다. 장애인 소득보장에 이바지하는 소득보전급여체계는 3개의 층으로 나눠 설명할 수 있다. 첫번째는 ‘0층’의 일반 공공부조다. 해당 층위에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비롯해 모든 빈곤층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가 위치한다. 이러한 기반에 장애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범주형 공공부조, ‘1층’이 쌓인다. 1층에는 장애인연금의 기초급여(기초장애연금)가 속해있다. 이는 공적연금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빈곤을 예방하기 위한 제도다. 그리고 ‘2층’에는 공적연금의 일환으로 장애연금이 포함된다. 여기에 추가비용급여체계에 해당하는 장애수당과 장애인연금의 부가급여가 더해진다.

  김강식 교수(한국항공대 경영학부)는 해당 제도가 도입된 이후에도 장애인의 열악한 소득 상황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김남숙 교수(동명대 사회복지학과) 또한 장애인 소득보장제도의 수급자 수가 제한적이고 지급액이 매우 낮아 유효한 정책수단이 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2017년 기준 장애인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전국 평균의 약 66.9%에 불과했다. 장애인 중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비율은 약 16.3%로 전체 국민 중 수급자 비율인 약 3.2%보다 약 5.1배 높게 나타났다. 빈곤층 비율이 비장애인보다 월등히 높다.

  꼼꼼한 고려가 필요한데

  2층의 ‘장애연금’은 장애인 소득보장을 위한 1차 안전망의 개념으로 마련됐다. 소득 활동 중 발생한 장애로 인해 소득중단·감소 위기에 놓인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노동 능력 상실’이라는 장애 기준을 근거로 한 보상 형태다. 그러나 실제 급여 지급은 ‘의학적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도입 취지와 시행 간에 괴리가 발생한다. 또한 급여 수급 전 우선으로 재활 서비스를 제공하지도 않는다. 이에 대상 효율성을 저해한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대상 효율성은 사회복지 자원이 수요보다 항상 부족하기에 필요가 가장 큰 사람에게 복지를 제공하는 개념이다.

  국민연금 가입 전 발생한 장애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불합리함도 존재한다. 아울러 장애연금은 국민연금 가입자에 한해 지급한다는 특성이 있다. 그러나 전체 장애인 중 약 34.1%만 국민연금에 가입한 상황이어서 이 또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

  1층에 위치한 ‘기초장애연금’은 2차 안전망이다. 노동시장에 진입하기 전 장애가 발생한 중증장애인의 소득감소 보완과 추가비용 보장을 위해 지급한다. 추가비용이란 장애로 인한 의료비, 교육비, 재활보조기구 구매비 등의 추가적인 생활비용을 말한다. 비장애인가구에 비해 소득이 절반 수준에 불과한 장애인가구는 추가비용 지출로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그러나 정종화 교수(삼육대 사회복지학과)는 현행 기초장애연금은 추가비용 보장을 전제로 하기에 장애인들을 보호하기 어렵다고 이야기했다. “장애로 인한 노동능력 상실분을 기준으로 장애연금을 계산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추가비용을 기준으로 연금을 지급해요. 실질적으로 노동능력을 상실해 보장이 필요한 부분에서 연금을 보장하지 않아 소득격차가 크게 나타난답니다. 근로소득상실을 보완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하죠.” 또한 최저임금 대비 기초장애연금액 비중을 계산했을 때, 주요 OECD 회원국이 약 27%에서 75% 사이의 금액을 지급하고 있었던 반면 대한민국은 약 14.3%로 매우 낮게 나타났다.

  장애연금과 기초장애연금은 모두 장애판정 시 근로능력평가가 부재하다. 이러한 소득보전급여체계의 장애평가 기준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의학적 손상 중심의 현행 장애평가 체계가 아닌, 장애가 노동시장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를 의미하는 ‘소득활동능력’ 중심의 기준 도입을 의미한다. 김강식 교수는 해당 기준에 기반해 장애인 지원방식에 차이를 둬야 한다고 언급했다. “소득 활동이 불가능한 경우에 있어 현금급여를 제공해 대상 효율성을 제고해야 해요. 동시에 소득능력이 없지만 근로가 가능한 사람에게 현물지원과 고용서비스 연계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소득능력이 있는 경증장애인에게는 일자리 지원을 강화해야 하죠.”

  촘촘한 안전망을 기대해

  0층의 ‘기초보장제도’는 3차 안전망에 해당한다. 장애연금 또는 기초장애연금 수급 후에도 최저생활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의 최저 생활 보장을 돕는다. 하지만 생계급여 선정 기준에 장애인가구 특성이 반영되지 않았다. 이에 3차 안전망을 거쳤음에도 비수급자로 남아 빈곤한 장애인이 발생한다. 장애로 인한 추가비용의 발생과 노동손실을 원인으로 하는 소득 빈곤 현상이 계속되는 셈이다. OECD 국가와 비교하면 한국의 장애인 빈곤이 더욱 눈에 띈다. 우리나라 장애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OECD 회원국 평균보다 1.6배 높다.

  추가비용급여체계는 장애로 인한 추가비용을 보장하기 위해 독립적으로 운용되며 ‘장애수당’과 ‘장애인연금의 부가급여’가 포함된다. 장애수당은 만 18세 이상, 장애아동수당은 만 18세 미만의 등록장애인 중 중증장애인에 해당하지 않은 사람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 및 차상위계층에 해당하면 지급한다. 김강식 교수는 최저생활을 보장하려면 장애인연금과 장애수당의 병급이 가능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애인연금의 부가급여는 추가비용 전·일부를 보장하기 위한 급여다. 그러나 추가비용에 미치지 못할 만큼 낮은 급여 수준과, 장애유형에 따른 차등 지급이 없다는 한계를 지닌다. 김강식 교수는 장애인 소득보장을 위해 보호수당과 장애인장려세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가족 구성원 중 장애인을 돌봐 경제활동을 하기 어려운 대상에게 지급하는 ‘보호수당’을 이용해야 합니다. 또한 장애 특성을 고려해 장애인가구의 생활안정을 제고하고 근로유인을 강화하는 ‘장애인장려세제’가 필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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