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우리만 빼고 자전하는 느낌” 독자를 맞이하는 『바깥은 여름』의 첫 번째 단편 ‘입동’에서 ‘나’가 나지막이 내뱉는 말이다. 부부의 아들 영우는 어린이집 차량에 치여 어린 나이에 부모 품을 떠나버렸다. 빚을 잔뜩 져 마련한 집에 본격적으로 둥지를 트려는 찰나, 아이의 죽음은 부부의 행복을 통째로 앗아갔다. 보험금을 둘러싼 세간의 시선과 어린이집이 실수로 보내온 복분자액은 부부의 가슴을 세게 후려쳤다.

  『바깥은 여름』은 여름과 대조되는 춥디 추운 개인의 내면을 조명한다. 개인을 벽으로 내모는 사회 구조 속에서 가시돋친 말을 듣고 상실의 아픔을 겪는 등장인물의 모습은 독자로 하여금 ‘입동’과 같은 추위를 느끼게 한다.
단편 ‘입동’으로 시작된 추위는 ‘노찬성과 에반’, ‘건너편’ 등을 거치며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정을 나눈 노견 ‘에반’의 안락사 앞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는 주인 노찬성의 모습이 제시되기도 하고 이별을 앞둔 연인 ‘도화’와 ‘이수’의 이야기가 등장하기도 한다.

  인물을 둘러싼 비극은 연대를 통해 미약하게나마 개인의 숨통을 틔우기도 한다. ‘입동’에서 부부가 아이의 죽음을 겪은 후 상실의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은 서로 간의 유대였으며 ‘노찬성과 에반’에서 ‘에반’의 노화를 잠시나마 잊게 해준 건 역설적이게도 주인을 향한 ‘에반’의 애정표현이었다.

  비극을 맞이하는 개개인의 다양한 모습은 ‘작가의 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여름을 맞는다. 누군가의 손을 여전히 붙잡고 있거나 놓은 내 친구들처럼 어떤 것은 변하고 어떤 것은 그대로인 채 여름을 난다. (중략) 이들 모두 어디에서 온 걸까. 그리고 이제 어디로 가고 싶을까. 내가 이름 붙인 이들이 줄곧 바라보는 곳이 궁금해 이따금 나도 그들 쪽을 향해 고개 돌린다.’ 작가는 서로 다른 개인이 추운 내면의 겨울을 맞이하는 모습을 통해 갈등과 연대가 공존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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