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예술마을’은 국내 예술가 중에서도 대학생 또래가 많은 청년예술가의 작품활동에 주목합니다. 청년들은 마을 어디선가 그들만의 표현 방식을 통해 사회에 목소리를 내고 있어요. 이번 중대신문 문화면에서는 ‘주거공간과 취향’를 주제로 한 이시내 작가의 전시를 다녀왔습니다. 똑똑, 문을 두드려보세요. 우리 옆집에 어떤 청년예술가가 살고 있을까요?

사진제공 이시내 작가

 

집은 사람에게 없어선 안 될 공간이다. 과거 비바람을 피하기 위해 몸을 숨겼던 동굴부터 빼곡히 들어선 아파트까지. 그동안 집은 생활을 영위하는 장소 혹은 거주자의 생활양식이나 정서적 가치가 나타나는 공간으로서 존재했다. 하지만 과도한 도시 성장 과정 속에 집의 가치를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주거지를 선택함에 있어 개인의 취향이나 심미적 요소가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상황 속에 그들은 불만을 억눌렀다. 심지어는 높아져 가는 집세에 주거공간을 소유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등장했다. 바로 타인의 집에 계약된 기간 동안 거주하는 세입자다. 그들은 소유하지 못한 공간을 통제하는 권리를 상실했다.

  이시내 작가는 이러한 현실에 주목한다. 그의 개인전 ‘버블의 때’는 전셋집과 그곳에 거주하는 세입자의 취향 간 불편한 동거 관계를 조명한다. 부동산을 움직이는 힘을 둘러싼 궁금증으로 시작한 이 전시는 집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태도와 가치, 심리적 거리를 작품에 담아냈다. 타인의 흔적과 세입자의 취향이 공존하는 어색한 공간 속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사진제공 이시내 작가

  부담 없이 보기엔 다소 복잡한 사정
  전시를 관람하기 위해 계단을 오르면 선반 위 고무줄로 묶인 종이 뭉치를 확인할 수 있다. 고무줄을 풀고 내용을 확인할 당시에는 단순한 부동산 정보를 제공하는 인쇄물이라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인쇄물은 전시 의도를 가장 잘 표현한 작품이다. 「부담 없이 연락 주셔서 좋은 매물 선점하시길 바랍니다」는 부동산 플랫폼의 상세페이지를 흉내 내 해당 전시공간을 전셋집 매물처럼 소개한다. 이는 거주 공간을 향한 거주자의 복잡한 사정에 주목하도록 유도한다. 이 작품은 전시의 평면화를 방지하고자 작가가 의도적으로 배치한 장치다.   

  이시내 작가는 이 작품이 전시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이라고 강조한다. “해당 집에 거주한다는 의미는 결국 본인이 선정한 조건에 따라 가장 최적화된 공간에 들어가게 됐음을 말하죠. 이 공간을 단순히 ‘저는 전셋집이 너무 싫어요’라는 문장으로 요약해버리지 않고 더 많은 이면의 내용을 포괄하고 싶었어요. 다양한 관점을 비교하며 전시를 관람했을 때 드는 생각이 바로 제가 전달하고자 하는 전시의 의도입니다.”

사진제공 이시내 작가

  일부분이 보여주는 본질의 발견 
  민트색 컵의 손잡이, 마감이 덜 된 벽지. 전시를 관람하면서 다소 의아할 수 있다. 개인의 취향이 담긴 물건, 거주 공간에 가지는 불만 등을 제시하는 방식이 상당히 부분적이기 때문이다. 이시내 작가는 대상을 추상적으로 묘사해 대상의 본질에 접근하는 추상 미술의 특징을 전시 작품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다고 설명한다. “추상적으로 대상을 다루면 본질에 더욱 접근하게 돼요. 집중하고 싶은 부분만 촬영하니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기더군요. 그렇게 물건이나 집을 둘러싼 개개인의 불만을 부분적으로 찍게 된 거죠.” 전체적인 묘사 대신 일부분만 제시하는 방식이 본질에 집중하는 추상의 효과를 이끌어냈다는 의미다.

사진제공 이시내 작가

  낯선 방에서 느껴지는 묘한 동질감
  전시의 흐름에 몸을 맡기다 보면 한 공간에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낯선 방의 초대에 이끌려 공간에 소속되는 순간 익숙함이 밀려온다. 유튜브 형식의 영상을 제공하는 공간이다. 해당 전시공간은 보편적인 전세방의 모습으로 연출됐다. 무난하지만 어색한 괴리감의 장소로 관람객을 초대한다.

   이시내 작가는 이 전시 공간을 영상을 시청하는 관람객의 방이라 말한다. “보편적인 전세방을 제시하고 싶었어요. 무난한데 어딘가 어색한 느낌의 방이죠. 본인의 집이 아니기 때문에 당시에 제일 저렴한 상품을 가져다 설치하며 점점 엉망이 되는 집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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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이시내 작가

  전시를 마무리하는 감각적인 배려공간
  2층의 모든 작품을 관람했으면 마지막으로 3층 옥상으로 올라가 보자. 옥상은 생각 외로 단출하다. 공간에는 작품 하나만이 자리해 있다. 그마저도 거대한 벽지에 붙여진 6개의 사진이 전부다. 하지만 이 공간은 작가의 배려로 완성된 전시 요약본이다. 해당 작품 「블링블링」은 가장 상반된 감각적 대립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타인의 공간에 적응하는 와중에 자신의 취향을 고수하려고 노력하며 구석에서 열심히 살고 있는 세입자의 모습을 통괄한다. 전시 관람을 마치고 몸을 틀어 바깥 풍경을 바라보는 순간 올라와 보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이시내 작가는 옥상을 통해 전시에 환기 공간을 조성하고 싶었다는 말을 전한다. “스트레스를 주는 전시가 되지 않기를 바랐어요. 글도 영상작업도 많은 집중을 요구하잖아요. 옥상으로 올라오면 바깥 풍경이 펼쳐지면서 환기가 되는 느낌을 주도록 기획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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