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그때의 우리! 우리 사회가 21세기에 들어선 지 올해로 20년이 지났다. 지난 20년간 우리 사회는 어떤 문화를 보여줬을까? ‘그때의 교집합’에서는 중대신문이 직접 각 연도의 문화를 살펴보며 앞으로의 문화를 조망한다. 이번에 살펴볼 년도는 ‘2014년’이다. 사회를 뜨겁게 달군 2014년의 키워드가 무엇인지 함께 살펴보자. 

 

 

신화에 등장하는 키프로스의 조각가 피그말리온은 자신의 이상형을 조각해 여인상으로 만들었다. 그는 아름다운 조각상과 사랑에 빠져 이를 정성을 다해 보듬었다. 그의 진심에 감동한 아프로디테 여신은 조각상에 여인의 생명을 불어넣어 주었다.

  ‘피그말리온 효과는 무언가에 대한 사람의 믿음, 기대, 예측이 실현되는 현상으로 기대의 긍정적 효과를 말할 때 통용된다. 인간은 누구나 기대감을 안고 살아간다. 우리의 관계가 진전되리라는 기대, 먹어보지 않은 음식에 대한 기대, 올바른 사회와 청렴한 국가를 향한 기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6년 전의 우리는 무엇에 대한 기대가 있었기에 울고 웃었을까. 2014년 대표 키워드로 ’, ‘허니버터칩’, ‘세월호를 선정했다. 세 가지 키워드를 통해 기대에 기댔던 그때로 돌아가 보자.

  집합 A)

  ‘내꺼인 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너~’ 2014년 연간차트 1위는 소유x정기고의 이 차지했다. 음원 발매 이후 가요계에 듀엣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썸은 유행어로 번져 간질간질한 설렘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친구 이상 연인 미만의 미묘한 관계, ‘은 앞으로 더 가까워질 수도 있고 자연스레 멀어질 수도 있는 불안정한 상태다. 연애칼럼니스트인 김정훈 작가는 썸이 유행어가 된 이유로 불확실한 상태의 명칭화를 제시한다. “썸은 불확실성을 인정해야 하는 시기에요. 그런 모호한 단계가 썸이라는 단어로써 선명한 개념으로 명칭화됐기 때문에 대중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죠.”

  그러나 이 설렘이라는 순기능만 가지고 있지는 않다. 이동귀 교수(연세대 심리학과)는 관계에 있어서도 합리적인 선택을 하려는 현대인의 경향성을 설명한다. “정신적이고 물질적인 에너지가 투자되는 대인관계에서도 효용성을 따지는 시대가 왔어요.” 신자유주의시대 청년세대 친밀성의 재구성, “(안혜상, 2017)에서는 연애, 결혼, 출산 등을 포기한 ‘N포세대라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의 역기능을 지적하기도 한다. 청년세대는 시간과 비용적인 측면에서 상대와의 관계를 연애로 발전시키지 않고 에 머무르는 경향이 있다는 의미다. 김정훈 작가는 이라는 단어가 엔조이를 합리화하는 역기능을 낳았다고 덧붙인다. “어떤 사람들은 썸을 편리성을 위한 도구로 이용하기도 해요. 관계를 규정짓지 않은 채 적당한 이득만 취하고 책임은 회피하고 싶은 거죠.”

  집합 B) 허니버터칩

  “이 정도로 인기가 많을 거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노란 봉지의 감자칩이 전국을 강타했다. 당시 소비자들은 국내 과자의 과대포장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한 상태였다. 그 와중에도 허니버터칩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허니버터칩 역시 꽉 찬과자는 아니었으나 소비자의 입소문을 탄 인기는 질소과자논란도 잠재웠다.

  김정현 교수(광고홍보학과)는 허니버터칩 성공 요인으로 ‘SNS 마케팅을 꼽았다.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를 통한 유명인들의 인증릴레이가 허니버터칩의 초기 열풍을 이끌었어요.” 정헌배 교수(경영학부)는 기존 감자칩과는 다른 새로운 맛이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았다고 설명한다. “당시 짠맛 감자칩이 주류인 가운데 해태제과에서 단맛 감자칩을 출시했어요. 새로운 컨셉의 감자칩이 소비자에게 혁명적으로 다가온거죠.” 또한 정헌배 교수는 기업의 의도치 않은 매진마케팅이 성공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한다. “과자 물량이 부족했던 현상은 기업의 의도적인 수법이 아니라 당시 생산 구조가 미약했기 때문입니다. 생산적 한계로 품귀현상이 발생한 거죠.”

  정헌배 교수는 소비자 사이에서의 구전마케팅도 한몫했다고 덧붙인다. “허니버터칩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구하기 힘든 과자라는 인식이 퍼졌어요. 상품이 부족하면 간절해지는 소비심리를 자극하기도 했죠.” 실제로 온라인 중고거래 카페에서는 다 먹은 허니버터칩 봉지를 밀봉해 냄새를 판매하는 엽기적인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집합 C) 세월호

  봄날이 다가오면 가슴이 미어지는 이들이 있다. 자그마치 6년 전 어느 봄날 만개한 벚꽃 내음을 맡으며 유람선에 오른 탑승객들은 영영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떠났다. 세월호 진상 규명이 끝나지 않은 현재 유가족들의 눈물도 현재진행형이다.

  당시 학생 전원 구조라는 오보는 실종자 가족에게 두 번의 고통을 겪게 했다. 이는 언론사들의 속보 경쟁이 낳은 결과였다. 한 방송사가 먼저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고 오보를 내보냈고, 이어 타 방송사들도 줄줄이 해당 오보를 냈다. 이는 탑승객들의 무사 귀환을 간절히 바라던 가족들의 기대와 정확한 사실을 전달하는 언론의 역할에 대한 기대를 동시에 저버렸다.

  기자들은 밤낮없이 취재 경쟁을 벌였고, 그 과정에서 오보와 과장보도가 난무했다. 특히 방송뉴스는 영상을 통해 현장 모습을 전달할 수 있는 특성을 악용해 실종자 가족의 얼굴에 카메라를 들이밀고, 구조된 학생에게 다른 학생의 사망 사실 여부에 관해 질문하는 등 피해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취재와 보도가 이어졌다.

  이승조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는 세월호 관련 오보가 일부 언론사가 자신의 성향과 구미에 맞는 기사를 선택하려는 경향과 관계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언론은 사실을 확인하고 진실을 추구해야 해요. 그러나 사실을 확인하기 이전에 자신이 선호하는 내용을 정하고 그 방향에 맞는 기사거리를 찾으려는 언론사와 언론인의 태도가 팽배해 있죠. 세월호 관련 오보 역시 이러한 경향성이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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