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외로움과 답답함을 느낀다. 미열과 두통, 그리고 피로. 경미한 증상에도 매일 늘어니는 확진자 수에 코로나19 감염을 의심하며 극도의 공포와 불안에 떨게 된다.

  코로나19 사태가 지속함에 따라 기자가 직접 겪은 경험이다. 이 이야기는 기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누군가는 지금 이 순간에도 겪고 있는 이야기다. 재택근무와 실내생활의 장기화로 우울감과 무기력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코로나19’와 우울함을 뜻하는 영어 단어 ‘블루(Blue)’가 합쳐진 ‘코로나블루’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사람을 만나지 못해 무기력한 상황에서 누군가에게는 급감하는 매출이, 누군가에게는 해고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또 누군가에게는 감염에 대한 공포가 정신적 스트레스를 더욱 고조시킨다.

  코로나19로 지친 개인들에게 현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동행’이다.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정의했다. 우리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상호작용을 통해 어울려 사는 사회적 존재다. 신체적 거리를 두면 심리적 고립이 함께 따라온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한다고 심리적으로까지 거리를 둬야 할 필요는 없다. 물리적으로 접촉하지 않으면서 마음을 교류할 방법이 있다. 몸이 떨어져 있어도 우리를 연결해줄 ‘디지털 미디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미디어를 이용해 오프라인에서 이뤄지던 만남을 온라인상에서 진행하는 모습을 우리 주변에서 발견할 수 있다. 미리 정해놓은 시간에 화면을 켜고 동시에 무언가를 함께하며 온라인으로 어울리는 방식이다. 유튜브 실시간 스트리밍을 통해 요가 수업을 듣거나 화상회의 서비스를 활용해 지인들과 공부를 하고 직장 동료들과 회식을 한다. 크롬의 확장 프로그램 ‘넷플릭스 파티’를 통해서는 원격으로 동시에 넷플릭스를 시청하며, 실시간 대화를 나눈다. 인스타그램에서는 ‘같이 보기(Co-watching)’ 기능을 통해 친구들과 영상통화를 하며 사진과 게시글을 함께 둘러본다. 코로나19가 낳은 ‘비접촉 사회’ 속 외로움을 디지털 미디어의 실시간 소통을 통해 극복해나가는 긍정적 현상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지 않아 사회적 거리두기 참여는 당분간 계속 지속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타인과의 신체적 거리는 좁힐 수 없지만, 발전된 디지털 기술은 즉각적인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우리의 심리적 거리를 줄여줄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의 힘을 코로나19가 깨닫게 해주는 시점이다.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이 상황에서 현실을 원망하고 걱정만 하는 태도는 우리의 마음을 더욱 멍들게 할 뿐이다. 이제는 마음에도 방역이 필요한 시기, 멀리서도 온라인에서 같이 뭉쳐 우울의 늪에서 빠져나와 보자. 병든 마음은 혼자가 아닌 함께라면 치유해낼 수 있다.

 

한수지 뉴미디어부 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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