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청소년이 학교에 다니지는 않는다. 학교에 소속되지 않았지만 여전히 청소년인 '학교 밖 청소년'도 성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다. 그러나 성교육이 교육 기관을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학교에 소속되지 않은 청소년의 성교육은 사각지대에 놓였다. 학교 밖 청소년의 성교육이 의무라는 지침은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학교를 떠난 이들의 성교육은 현재 어떤 모습일까.

  청소년이 외면하는 청소년 성교육

  성교육은 청소년기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이미은 청소년지도사는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기본적인 성 지식을 알려주기 위해 성교육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또래 성폭력이나 불법 촬영 등의 문제가 발생해도 성교육을 받지 않으면 무엇이 잘못된 행동인지 모를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도 반드시 성교육이 필요하죠.”

  학교 밖 청소년 관련 업무는 주로 여성가족부가 담당한다. 여성가족부는 학교 밖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상담, 교육 등을 진행하는 지침을 만든다. 산하기관에서는 개발한 교육 콘텐츠를 학교 밖 청소년 지원 기관에 제공한다. 각 기관은 전달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전문가와 협력해 성교육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운영한다. 기관에서 성교육 프로그램을 공지 또는 홍보하면 학교 밖 청소년들이 선택해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하지만 학교 밖 청소년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고등학교 1학년 당시 자퇴한 A(19)는 성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된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참여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전에 받았던 성교육이 현실적이기 보다는 이론 중심이어서 아쉬웠어요. 청소년 지원 기관이 제공하는 성교육을 권유받은 적이 있지만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참여하지 않았죠.” 김대유 교수(경기대 교육대학원)도 이러한 상황을 이야기했다. “성교육을 받으려는 학교 밖 청소년들이 많지 않아 청소년 성교육 기관의 강사들이 학교에서 일자리를 찾는 형편일 정도입니다.”

  커리큘럼 마련하고 내실 다져야

  사회 진출이 빠른 학교 밖 청소년에게 성교육은 더욱 필요하다. 하지만 학교 밖 청소년의 성교육은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백목련 활동가는 학교 밖 청소년의 특성상 성교육 프로그램에 지속적인 참여가 어렵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이뤄지는 성교육과 달리 학교 밖 청소년들은 특정 공간에만 머물지 않아 지속적인 성교육을 실시하기 어려워요.” 김대유 교수는 단기적인 성교육의 실상을 지적했다. “학교 밖 청소년을 대상으로 성교육이 지속해서 이뤄지지 않으면 일회성 관찰 교육이나 기본이론 위주로 진행됩니다.”

  국가가 제시하는 구체적인 성교육 커리큘럼이 없기 때문에 세부적인 내용은 청소년 지원 기관마다 다를 수 있다. 이미은 청소년지도사는 통합된 성교육 커리큘럼의 부재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부적인 성교육 커리큘럼이 없어 기관별로 교안을 제작하고 있어요. 성문화센터 청소년지도사들과 성교육전문가들을 모아 구체적인 관련 커리큘럼을 마련해야 하죠.”

  탁틴내일청소년성문화센터 한송이 센터장은 학교 밖 청소년을 만나는 지도사의 대응도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성폭력 피해를 본 학교 밖 청소년을 상담할 때, 이를 고려하지 않고 대응한다면 해당 청소년이 전문적인 상담을 꺼릴 수밖에 없어요. 이처럼 학교 밖 청소년들을 주로 만나는 상담사에게도 전문적인 성교육이 필요하죠.”

  집단 별 특성을 고려해주세요

  가출 청소년, 몸이 아픈 청소년 등 학교 밖 청소년들의 상황은 다양하므로 이들의 특성을 고려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백목련 활동가는 성교육을 받는 대상의 특징에 따라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 밖 청소년은 특성이 매우 다양해요. 각 집단이 평소에 성행동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을 파악해서 교육해야 하죠.” 대상별 성교육도 도움이 된다. 이는 소주제별로 나눠진 성교육을 각 청소년 집단의 특성과 발달단계에 따라 상이한 커리큘럼으로 교육하는 프로그램이다. 상황에 따라 교육 내용을 유동적으로 조정해 운영하기도 한다.

  짧고 쉽고 편하고 알차게

  이미은 청소년지도사는 더 많은 학교 밖 청소년들의 참여를 위해 지원 기관을 알리고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많은 학교 밖 청소년이 성문화센터의 존재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언제든 편하게 찾아올 수 있는 시설이라는 점을 알리고 참여형·체험형의 재미있는 성교육을 진행한다는 것을 홍보해야 하죠.” 한송이 센터장은 청소년들이 자주 사용하는 매체를 이용한 성교육을 제안했다. “청소년들이 유튜브, 틱톡 등을 자주 보고 짧은 영상들을 좋아해요. 이렇게 접근이 쉬운 매체에 성교육 자료를 계속 업데이트하면 좋죠.” 센터 방문을 꺼리는 학교 밖 청소년에게 사이버 강의를 안내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학교 밖 청소년의 질문에 답할 성교육이 필요하다. 한송이 센터장은 학교 밖 청소년들이 언제든지 성과 관련된 질문을 할 수 있는 창구를 제안했다. “현재 청소년사이버상담센터에서도 24시간 문자 상담을 할 수 있지만 모든 청소년 분야를 다루기 때문에 성과 관련해 전문적인 상담을 받기는 어려울 수 있어요. 카카오톡 채널처럼 학교 밖 청소년들이 궁금한 점이 있을 때 바로 질문하고, 답변받을 창구가 있으면 도움이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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