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교육은 올바른 성 인식을 배우고 성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러나 「학교성교육표준안」(「표준안」)은 이와는 반대의 방향으로 구성돼 있다. 「표준안」에 나타난 문제의 원인은 무엇일까. 올바른 성교육표준안은 어떤 내용을 포함해야 할까. 존중을 기반으로 한 성교육의 방향성은 무엇인지 전문가들과 살펴봤다.


  편협하게 가르치면 편협하게 자란다


  교육부는 ‘바람직한 성 가치관 형성을 위해 사회적으로 합의된 가치에 근거해  「표준안」을 구성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김대유 교수(경기대 교육대학원)는 「표준안」이 특정 집단의 가치에 편향됐다고 말한다. “성교육은 관습과 종교에서 벗어나야 하지만 「표준안」은 종교 편향적이고 보수적인 이데올로기를 반영하고 있죠.” 


뿐만 아니라 한국성폭력상담소 백목련 활동가는 우리 사회의 보수적인 성인식이 「표준안」 제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한다.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적 구분을 바탕으로 이성애 중심적이고 성차별적 인식을 강화하는 내용이 「표준안」에 포함돼 있어요.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는 이러한 이데올로기가 「표준안」에 영향을 준거죠.” 한국여성의전화 오은영 활동가 또한 순결을 강요하는 경향의 「표준안」은 사회 분위기와 관련 있다고 덧붙였다.

  「표준안」의 존치를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에 차이가 보였다. 김대유 교수는 「표준안」 폐기를 언급했다. “인권침해 요소와 반인권적인 내용이 다수 포함된 「표준안」을 폐기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성교육의 기준으로서 「표준안」의 역할은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이 있다. 백목련 활동가는 성교육 대상자에게 어떤 내용의 성교육을 제공할지의 합의점으로서 ‘표준안’ 자체는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성교육을 지원하는 책임자들의 가치관은 합의되지 않았어요. 다양한 가치관을 통합하기 어렵기에 합의된 표준안이 필요하다고 느끼죠.”
 

  피해자 규정 말고 가해·방관 막아야

  「표준안」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꾸준하다. 현재의 「표준안」은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한 행동지침을 강조하고 있다. 탁틴내일청소년문화센터 한송이 센터장은 피해자 중심의 성교육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전했다. “피해자의 행위를 규정하는 성교육이 아니라 가해자가 되지 않기 위한 교육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오은영 활동가는 성폭력의 개념을 ‘피해자가 거절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동의하지 않았을 경우 성폭력인 것’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방관자가 되지 않기 위한 성교육도 포함돼야 한다. 박시현 교수(간호학과)는 최근 해외에서는 제3자가 어떻게 성폭력 사건에 개입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성폭력 피해자를 발견했을 때 제3자 입장에서 어떻게 피해자를 지지하고 도와야 하는지 가르치고 있어요. 피해자에게 초점을 맞추지 않고 ‘방관자 개입’의 관점에서 성폭력 문제에 접근하죠.”
 

  시대는 변하는데 교육은 그대로?

  성교육은 자기정체성을 탐구하고 고민하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백목련 활동가는 성교육을 통해 가치관을 정립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자신의 가치관에 질문케 하는 성교육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내가 여성이라 생각하는 근거는 무엇이지?’, ‘여성이라는 확신이 있나?’ 같은 질문을 통해 정체성을 탐구할 수 있어요. 현재 교육은 특정한 가치관만 강요하고 있어 교육 효과가 있는지 반문하고 싶습니다.”

  포괄적 성교육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포괄적 성교육은 지난 2018년 유네스코가 제시한 국제 성교육 가이드다.‘젠더 이해’, ‘폭력과 안전’, ‘성 및 생식 건강’ 등 총 8가지 핵심 개념을 중심으로 구성된 커리큘럼 기반 교육과정이다. 이를 통해 청소년들은 자신의 권리를 지키는 데 필요한 지식을 학습한다. 한송이 센터장도 그 필요성을 언급했다. “성교육은 성과 관련된 생물학적, 사회적, 정서적 측면을 비롯한 모든 측면을 포괄해 배워야 합니다.”

  한송이 센터장은 「표준안」을 꾸준히 개정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요즘처럼 변화가 빠른 시대에는 성 관련 의제가 계속해서 등장하기 때문에 1년 전 자료라도 지금의 현실과 맞지 않을 수 있어요. 성교육의 내용은 시대적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사안을 즉각 반영해야 합니다.” 

  더불어 성교육은 생애주기의 변화와 함께 지속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교육이다. 백목련 활동가는 생애주기별 성교육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청소년들과 중장년층이 성을 바라보는 인식이 다를 수 있어요. 이 차이로 인해 의사소통의 오류가 생기죠. 그 간극을 줄여나가려면 생애주기별로 성교육을 진행함으로써 성적 감수성을 꾸준히 개발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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