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그때의 우리! 우리 사회가 21세기에 들어선 지 올해로 20년이 지났다. 지난 20년간 우리 사회는 어떤 문화를 보여줬을까? ‘그때의 교집합’에서는 중대신문이 직접 각 연도의 문화를 살펴보며 앞으로의 문화를 조망한다. 이번에 살펴볼 년도는 ‘2018년’이다. 사회를 뜨겁게 달군 2018년의 키워드가 무엇인지 함께 살펴보자. 

키워드: 개인

2018년을 뜨겁게 달군 키워드로 ‘소확행과 워라밸’, ‘무인주문기’, ‘평창 올림픽’ 세 가지를 선정했다. 접점이 없어 보이는 해당 항목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개인’을 모든 판단의 중심에 두는 2018년을 보여주는 예시라는 점이다. 압축성장으로 인해 누적된 피로감으로 개인이 누리는 일상이 소중해졌다. 과거, ‘나’의 존재는 집단에 소속된 구성원으로서 의미를 가졌다. 하지만 20·30세대(밀레니얼 세대)의 등장과 함께 조직의 이익보다 개인의 가치를 우선시하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졌다.

  서찬석 교수(사회학과)는 개인주의의 도래가 근대화 단계 중 하나라고 설명한다. “집단에서 개인으로 가치의 중심이 변화하는 현상은 근대화를 경험하는 모든 사회가 겪는 현상이에요. 특히 한국사회는 압축적 근대화의 영향으로 집단주의 문화와 개인주의 문화가 혼재돼있었어요. 그래서 집단주의에서 개인주의로의 변화가 뒤늦게 가속화된 거죠."

집합A) 사회현상 - 소확행과 워라밸
   ‘위스키 한잔과 담배 한 모금. 이 두 가지만 할 수 있으면 집 정돈 없어도 괜찮다.’ 2018년에 개봉한 영화 <소공녀>의 주인공 미소가 느끼는 행복의 가치다. 영화 <소공녀>는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대변해 개봉 당시 큰 인기를 끌었다. 이처럼 2018년에는 말 그대로 ‘소확행과 워라밸’ 열풍이 일었다. 두 단어는 각각 작지만 확실한 행복, 일과 삶의 균형을 의미한다. 불확실한 미래보다 일상 속 행복을 찾자는 치료의 의미로 많은 사람이 공감했다. 김난도 교수 (서울대 소비자학과)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지난 2018년 출간한 ‘트렌드 코리아 2018’은 두 단어를 10대 키워드로 선정했다. ‘소확행’의 경우 취업포털 커리어가 구직자 450명을 대상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행복 키워드를 설문조사 한 결과 1위로 뽑히기도 했다.
 
  이런 단어들이 등장한 배경엔 행복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변화가 자리한다. 사회적 잣대와 타인의 평가에서 벗어나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선행가치로 두는 문화가 확산된 것이다. 서찬석 교수는 해당 용어들이 개인주의의 본격적인 도래를 의미한다고 말한다. “사람들의 인식이 집단주의에서 개인주의로 더욱 빠르게 이행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용어에요. 평생을 바쳐 조직에 희생했던 과거의 집단주의 패러다임이 내 삶의 소소한 행복과 여유를 즐기려는 개인주의 패러다임으로 변화하고 있는 거죠.” 서찬석 교수는 청년의 취업난 역시 인식 변화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한다.

 

집합B) 소비 - 무인주문기(키오스크)

사진출처 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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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패스트푸드점에 들어가면 주문을 받는 점원 대신 무인주문기가 나란히 들어서 있는 모습이 익숙하다. 말 한마디 하지 않고 터치를 통해 주문하면 총 주문 시간이 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고객이 원하는 경우에만 점원의 도움을 받는다. 최근 무인주문기는 패스트푸드점은 물론 영화관, 셀프 주유소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확산됐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지난 2018년 무인주문기 시장 규모는 약 3천억원으로, 2006년 당시 600억원 규모였던 무인주문기 시장과 비교했을 때 매해 연평균 13.9의 성장률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세대 구조가 변화하면서 점차 대면 관계를 꺼리는 소비자의 태도 변화를 무인주문기 확산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성용준 교수 (고려대 심리학과)는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관계 부담을 기피하는 현상이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디지털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비대면 접촉 플랫폼이 늘어났어요. 대인관계에서 오는 피로감을 경험한 소비자들이 온전히 개인의 시간을 갖고 소비에 집중하기 위해 무인주문기를 사용하는 추세입니다.” 성용준 교수는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타인에게 개인정보 노출을 꺼리는 경향도 무인주문기의 확산에 일조했다고 덧붙인다.

 

집합C) 스포츠 - 평창올림픽 - 남북단일팀 구성

사진출처 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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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구성 반대가 큰 화두였다. 지난 1991년 처음으로 구성된 남북단일팀은 그동안 남북 화합의 상징으로 국민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그러나 평창올림픽이 개최되고 이러한 가치에 의문부호가 붙었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구성이 국내 선수들에게 인권침해라는 진정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제기됐기 때문이다. 남북단일팀 구성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4년 동안 올림픽을 위해 노력한 개인의 기회가 정치적인 이유로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SBS와 국회의장실이 발표한 ‘평창올림픽의 단일팀 구성에 관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단일팀을 무리해서 구성할 필요는 없다’는 응답이 72.2%로 부정적인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특히 젊은 세대의 반대가 거셌다. 젊은 층은 개인의 가치가 국가에 의해 무시되는 현실을 경계하며 자신의 일처럼 흥분했다.
 
  이에 서찬석 교수는 해당 여론이 개인의 노력과 능력을 통해 공정한 경쟁을 요구하는 청년층의 요구라고 설명한다. “40대 이상은 남북 단일팀의 구성 자체에 민족 차원의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는 반면 청년층은 개개인의 노력과 능력에 따라 공정한 경쟁을 통해 대표팀을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해요. 즉 ‘민족’의 대의를 위해 ‘개인’이 희생돼서는 안 된다는 믿음이 강하다는 의미죠. 정부가 각종 정책을 추진할 때 과거의 가족, 국가, 민족 등 집단의 수준이 아닌 개인 수준에서 정책을 설계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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