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학기 기자에겐 새로운 취미가 생겼었습니다. 취재를 끝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복권 한 장을 구매하는 일입니다. 학업과 신문사 업무 병행으로 지친 기자에게 요행을 바라는 마음은 사치가 아니라며 복권방의 문을 매주 두드렸죠. 복권은 새벽을 지새우는 기사 마감과 조판 일정이 있어도 설레는 토요일 저녁을 기다리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복권은 행운을 가져다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요행은 한 학기 동안 지역보도부와 문화부 기자로서 학교 밖을 나섰을 때 일어났죠. 지역보도부 첫 기획기사로 성대골 에너지자립마을을 취재할 때였습니다. 화요일부터 부단히 취재원을 발굴했지만 일은 좀처럼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취재가 순탄치 않자 마감이 있는 금요일 아침 기자는 해내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무작정 현장에 뛰어들었습니다. 

  불안감을 안고 도착한 현장에서는 신기하리만큼 일이 술술 풀렸습니다. 취재원이었던 성대골어린이도서관 관장은 기자의 손을 잡고 직접 마을을 소개했고 성대시장 상인회장은 미래세대를 위한 에너지 고민과 해결책을 자세히 전달해줬죠. 그들 덕분에 기사는 무사히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행운이 따른다는 생각이 들만큼 금요일의 취재과정은 순조로웠습니다. 어떻게 취재를 쉽게 마칠 수 있었냐는 동료 기자의 물음에 “운이 좋았어”라고 답했습니다. 

  이후 취재 과정에서도 숱한 거절을 당하고 체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때때로 기자에게는 뜻밖의 행운이 찾아왔고 기사를 온전히 마감할 수 있었습니다. 안성시 아프리카돼지열병 기사를 맡았을 때의 일입니다. 취재 과정 중 우연히 음식물 사료를 사용하는 농장과 연이 닿았습니다. 그들은 갑작스러운 정부 조치로 인해 곤란한 입장에 처해있었죠. 적극적인 취재원 덕분에 기자는 그들의 목소리를 담아 풍부한 기사를 쓸 수 있었습니다. 

  과연 이 또한 운이 좋아서였다고 여길 수 있을까요. 기자는 당시 현장의 상황을 알고자 경기도 소재 수많은 돼지농장에 전화를 걸었고 이 노력을 기반으로 양질의 기사를 마감할 수 있었습니다.

  기사는 절대 운이 좋아야만 쓸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기자는 학교 밖 세상을 누비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기에 기사를 탄생시킬 수 있었습니다. 취재에 난항을 겪다 예상치 못한 길이 열리면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곤 했지만 꼭 요행 덕분만은 아니었습니다. 기자는 매주 새로운 주제와 부딪히며 취재원을 발굴하기 위해 직접 발로 뛰었습니다. 그렇게 쌓인 노력과 시간은 기자에게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능력을 선물해줬습니다. 

  기자는 더 이상 복권을 사지 않습니다. 뜻 없는 파종으로 행복을 수확할 수 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고되지만 따뜻했던 취재 과정은 열 장의 지면 속에 오롯이 남았습니다. 무언가를 위해 고뇌하고 분투했던 당신의 소중한 시간 역시 한 해의 끝자락을 가만히 붙잡고 있을 테죠. 돌아보면 당신에게도 문득 뜻밖의 행운이 찾아왔던 날이 있을 겁니다. 기자는 그것이 단지 요행 덕분만은 아니리라 전합니다. 분명 무던히 쌓아온 당신의 노력이 빛을 발했던 순간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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