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는 3차원의 공간과 1차원의 시간으로 구성된 4차원 시공간이라고 한다. 공간은 전후, 좌우, 상하 그 어디로도 이동이 가능하지만 시간은 과거에서 현재 그리고 현재에서 미래로의 오직 한 방향으로만 흐른다. 물리학의 열역학 제2법칙에 따르면 우주의 모든 변화는 무질서도(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만 이루어진다. 따라서 엔트로피가 감소하는 방향인 과거의 시점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깨어진 유리잔은 스스로 원래 모습으로 복원되지 않으며 과거로 돌아가 우리의 삶의 흔적을 바꾸어 놓을 수 없다는 것이다.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미래로의 시간여행이 과학적으로는 가능하다고 할지라도 출발지인 현재로 되돌아올 수 없기에 이 또한 의미 없는 상상에 불과하겠다.


  우주 탄생과 함께 시간이 시작되었고 지금 이 순간도 시간은 쉼 없이 흘러가고 있다. 때로는 너무도 빠르게 때로는 너무도 지겨울 정도로 천천히 흘러간다. 우리의 삶은 매 순간의 우리 스스로 행동한 결과들로 가득 차게 된다. 아쉬움으로 다시 기회를 갖고 싶은 순간도 있고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들로 채워진 과거의 조각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시간은 혼자서만 흘러가지 않는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우리 자신도 변화해 간다. 점차 지력과 체력이 줄게 들고 나이를 먹게 되며 미래의 보장된 시간이 줄어듦에 따라 인생에서 주어진 기회의 횟수도 점차 줄어만 간다. 흔히들 우리의 인생을 리허설이 없는 연극무대라고 한다. 한 번의 기회가 더 주어지면 더 잘할 수 있을 텐데, 며칠만 시간이 더 주어졌다면 시험을 더 잘 볼 수 있었을 텐데 하며 아쉬워하기도 한다. 시간을 되돌릴 수 없고 매 순간들이 반복되지 않기에 소중한 것이라면 지금 이 시간은 진정 소중한 것이다.


  필자가 대학생 시절 읽었던 리처드 바크의 단편소설 ‘갈매기의 꿈’에 나오는 다음 구절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고 좌우명이 되어버렸다. ‘당신은 진정한 자신이 될 자유가 있으며 바로 지금 여기에서(here and now), 당신을 가로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모든 갈매기가 먹는 일에만 집중할 때 스스로의 진정한 자유와 자아실현을 위해 외톨이의 길을 나섰던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 이 모든 것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는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순간도 아니요 바로 지금 이 순간이다. 우리는 흔히 앞으로 주어질 시간이 충분히 많다고 여기며 따라서 지금의 방황이나 실패가 큰 문제가 안 될 거라고 생각한다. 조바심으로 시간에 쫓기기 보다는 일보 전진을 위하여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잠깐 동안의 휴식은 오히려 약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현실도피이거나 자신에 대한 변명이 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그 휴식이 무의미한 것들로 가득 찬 시간들의 연속으로 이어진다면 그 버려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시간은 흘러가고 있다. 시간이 한 방향으로만 흘러가고 되돌릴 수 없음에 지금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한상준 교수
물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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