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밥 한번 먹어요.” 친하지 않은 사이에서 자주 하는 말이죠. 정말 밥이 먹고 싶을 수도 있지만 당신과 가까워지고 싶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번학기 여론부에서는 한학기 동안 매주 다른 중앙대 유명인사와 ‘밥 약속(밥약)’을 잡고 함께 식사할 예정입니다. 이번주 밥약의 주인공은 대학생 음악 서바이벌 프로그램 ‘보컬플레이 : 캠퍼스 뮤직 올림피아드’에 그룹 ‘옥타치(XCTARCH)’로 출연하고 있는 김희백 학생(물리학과 2)과 서승환 학생(광고홍보학과 1)입니다. 새로운 음악 장르로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는 이들과 친해지는 시간을 가져보시죠.

사진 정준희 기자
사진 정준희 기자

프로그램 위해 급조됐지만
음악 전공생 속 우수한 성적

클래식 힙합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 도전


“오디션에서 저렇게 대놓고 오토튠을 사용하는 참가자는 처음 봐요!” ‘보컬플레이 : 캠퍼스 뮤직 올림피아드’의 한 심사위원이 예선 무대에 선 ‘옥타치’를 보고 녹화 현장에서 한 말이다. 첫 무대에서 용감하게 오토튠을 사용한 이들은 “우리 음악은 퓨전요리 같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번주는 그룹 옥타치로 활동 중인 김희백, 서승환 학생과 밥약을 잡았다. 언제나 새로운 도전을 추구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미 밥약한 사이

  지난 19일 약속을 위해 107관(학생회관)으로 향했다. 6층으로 올라가 한 동아리방 앞에 서자 듣기 좋은 노랫소리가 두꺼운 벽을 뚫고 복도를 울렸다. 여러 악기들로 어질러진 방 속에서 합주에 집중하고 있는 두 학생의 모습이 보였다. 학업은 물론 중앙동아리 ‘MuSE’와 그룹 옥타치 활동까지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김희백, 서승환 학생이었다.

  합주 연습을 마친 이들과 본격적인 인터뷰를 진행했다. 두 학생이 친해지게 된 계기부터 들어봤다. “올해 초 새내기 여러 명이 동아리방을 찾아왔어요. 많은 후배들 사이에서 승환이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죠. 실력이 뛰어날뿐더러 음악 이해도가 높은 친구라고 생각했거든요.”

  친해지는 데에는 ‘밥약’만한 게 없다. 실제로 김희백 학생은 서승환 학생과 가까워지기 위해 망설임 없이 밥약을 잡았다. “흑석을 벗어나 색다른 장소에서 새로운 음식을 사주고 싶었어요. 동묘에서 삼계탕 칼국수를 함께 도전해보기로 했죠.(웃음)”

  밥약 후 동아리와 음악 활동을 함께하며 더욱 친밀해진 이들은 방송 출연까지 도전하게 됐다. “희백이형이 예선 심사에 나가보는 게 어떻겠냐며 먼저 제안했어요. 보컬뿐 아니라 랩, 악기 등 장르에 제한 없이 출전할 수 있더라고요. 클래식 피아노를 연주하는 승환이형과 랩·작곡을 하는 제가 팀을 이뤄 출전하면 승산이 있겠다 싶었죠.”

  그렇게 프로그램에서 중앙대를 대표하는 그룹 옥타치가 결성됐다. 사실 옥타치는 방송 출연을 위해 급하게 지어진 이름이다. “제가 태어난 10월(OCT)과 승환이가 태어난 3월(ARCH)의 영어 발음을 차용해 작명했어요.” 이들은 자신을 표현하는 손짓을 만들어 예선 무대에서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O’는 정답을 의미하잖아요. 그런데 그 정답의 정의는 과연 누가 내리는 건지 의문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정답이라는 틀에 갇히지 않는 음악을 보여주겠다는 의지로 ‘X’ 손짓을 직접 만들었어요.”

 

  새롭게, 또 다양하게

  식사를 위해 학생회관에서 흑석역 근처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번주는 퓨전음식점에서 들깨크림파스타를 함께 맛보기로 했다. 동아시아에서 주로 재배되는 들깨와 이탈리아에서 건너온 파스타가 조화를 이루는 음식이다.

  김희백 학생은 클래식 피아노, 서승환 학생은 힙합을 주종으로 삼고 있다. 상상하기 어려운 조합이지만 옥타치는 시청자의 귀를 매주 즐겁게 해주고 있다. 다소 생소한 콜라보임에도 은근히 잘 어우러진다는 점에서 들깨크림파스타와 옥타치는 공통점을 가진다. 낯설지만 기대되는, 옥타치와 똑 닮은 새로운 퓨전음식에 함께 도전해보기로 했다.

  옥타치는 방송에서 자신을 클래식 힙합 듀오로 소개했다. “클래식 힙합이라는 새로운 장르에 도전했어요. 대중에게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한 음악을 선보이고 싶었거든요.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김희백, 서승환 학생은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로의 도전도 서슴지 않았다. “클래식 힙합, 재즈, 발라드 등 라운드마다 다른 장르를 준비해 무대에 섰어요. 한 가지에만 얽매이고 싶지 않았거든요.”

  급조한 그룹에서 장르에 변화를 주는 일은 분명 쉽지 않다. 하지만 이들은 신선함으로 음악 전공 학생들 속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지난 16일 방영된 라운드에서 5위를 기록하며 다음 라운드 진출을 확정했다. “사실 결과 욕심은 없었어요. 저희가 도전한 새로운 장르가 대중에게 참신하게 느껴져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아요.”

 

  끝없이 도전할게요

  김희백, 서승환 학생은 물리학, 광고홍보학 전공으로 음악과는 관련 없는 비전공생이다. 비전공생으로서 음악으로 경쟁하는 일이 어렵지는 않을까. 서승환 학생은 오히려 함께 출연하는 음악 전공생들로부터 많은 자극을 받는다고 한다. “음악 공부를 전문적으로 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이론 공부를 해야 실전에서의 실력도 향상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거든요.”

  김희백 학생은 음악뿐 아니라 전공 공부도 소홀히 하지 않을 계획이다. “음악과 물리학 둘 다 공부하고 싶은 분야에요. 그러다 보니 두 가지 모두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당연한 생각을 하게 됐죠.(웃음) 음악 활동한다고 학점을 등한시하지 않으려고요.”

  옥타치는 프로그램에서 심사위원의 조언이 음악 활동을 지속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스윗소로우 인호진 심사위원이 음악을 전문적으로 공부하지 않더라도 기죽지 않아도 된다며 자신감을 가지라고 조언해주셨어요. 몇 달 전인데 아직도 생생히 기억날 만큼 큰 힘이 됐답니다.”

  식사를 마무리하며 마지막으로 이들이 계획하는 앞으로의 도전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희백 학생은 해외 버스킹을 꿈꾸고 있다. “매체를 통해 많은 사람에게 제 음악을 들려주는 일도 좋지만 해외 길 한복판 버스킹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요.” 서승환 학생은 꾸준함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 “방송에 출연하면서 음악을 관두고 싶다는 생각을 꽤 많이 했어요.(웃음) 스케줄이 워낙 강행군이었거든요. 꾸준함이 정말 중요하겠더라고요. 음악을 업으로 삼는 순간 이 모든 걸 극복해야 하니까 말이죠. 그래서 적어도 10년 동안은 음악 활동에 매진하려고 노력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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