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이번에 누구 뽑을 거야?’ 신입생이었던 2016년 3월 동기들과 가장 많이 나누던 대화 중 하나이다. 2016년 3월 제58대 총학생회와 내가 속한 경제학부 학생회장 선거로 주위가 꽤 시끌벅적했다. 학교생활을 좀 더 해본 선배들은 공약 실현 가능성을 두고 이야기를 나눴으며, 처음 대학 선거를 겪는 신입생들은 고등학교와 사뭇 다른 풍경이 낯설고 새로웠다. 총학생회 선거는 접전 끝에 ‘응답하는’ 선본(선거운동본부)이 ‘뭐든지’ 선본을 4% 득표차로 누르고 당선됐고, 선거 과정에서 잡음이 있었던 경제학부는 투표율 미달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됐다.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대표되던 총학생회 선본의 선거운동, 후보자와 공약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학생들. 이렇듯 내가 기억하는 당시 학내 분위기는 학생자치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솔직하게 나는 이런 분위기에 반쯤 휩쓸려 학생회 생활을 시작했다. 점점 학교와 학과에 애정이 생기며 학년 대표, 학부 학생회장, 단대 학생회장까지 여러 직책을 맡으며 오랜 기간 학생자치의 흐름을 지켜보고 나름의 노력을 해오고 있다. 하지만 3년 반이 지난 지금 내가 바라보는 학생자치는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선거철에 각종 비전과 공약을 내세우며 출마를 선언하던 선본은 오간 데 없고 입후보자가 없어 비상대책위원회가 될까 걱정하는 선관위의 모습이 보이는 빈도가 잦아지고 있다. 겨우 팀을 꾸려 나온 선본은 50%의 득표를 기록하게 할 ‘빛 좋은 개살구’ 같은 이상적인 공약을 내세우기 급급하다. 

  당선을 위한 공약에 혹해 소중한 권리를 행사했던 학생들은 이행되지 않는 공약을 지켜보고 실망한 채 등을 돌리고, 당찬 포부와 함께 임기를 시작한 학생회의 끝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학생회가 보여주는 신기루와 같은 모습에 여러 번 속은 학생들은 더는 선거와 투표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무관심은 결국 ‘표를 버리는 사람’을 낳는다. 낮은 투표율은 출마를 두려워하는 예비 학생대표자와 표를 얻기 위한 공약이라는 결과를 가져온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학생으로서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대신 목소리를 내고, 복지를 위해 각종 행사와 사업을 진행할 학생회와 학생자치 활동은 필요하다. 서로 간에 쌓인 불신을 없애기 위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책상에 앉아서 세우는 이상적인 공약이 아닌 직접 목소리를 듣고 세우는 실용적인 공약과 그 공약을 실현하는 모습, 학생들의 불편과 요구를 직접 듣고 학교 본부에 전달하고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어렵지 않은 일이다. 학생들은 ‘무관심’이 아닌 투표와 적절한 비판을 통한 ‘작은 관심’을 보여줘야 한다. 학생들의 비판과 관심이 학생회를 올바른 길로 이끌 원동력이다. 서서히 무너지는 학생자치를 회복할 수 있는 주체는 결국 학생이다. 학생회와 학생들이 보여주는 작은 노력이 있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활발한 학생자치 활동을 다시 볼 수 있을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박건희

경영경제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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