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3관(법학관) 3층 쉼터는 암묵적으로 흡연이 이뤄지는 금연구역입니다. 종종 우리는 이곳에서 흡연 중인 사람들을 볼 수 있죠. 그러나 시야를 조금만 넓히면 곧 출입문 앞에 우뚝 서 있는 정의의 여신상이 보입니다. 참으로 모순적이죠. 방치된 중앙대 흡연문화의 현주소를 파악하고 누구도 정의하지 못했던 해결책을 위해 중대신문이 나섰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4면에서 확인하세요.

  ※ 본 기사는 흡연자 다섯 분의 실제 인터뷰 내용을 재구성했습니다. 기사에 나오는 인물은 모두 새롭게 각색한 인물임을 알려 드립니다.

  ‘유명무실’한 흡연구역

  오늘도 느껴지는 따가운 눈초리들. “아, 담배냄새.” 길을 지나는 학생들의 볼멘소리와 찌푸린 눈살에 204관(중앙도서관) 앞에서 담배를 피우던 A씨는 구석으로 몸을 옮긴다. 분명 학교에서 지정한 흡연구역임에도 A씨는 눈치가 보여 좀처럼 견딜 수가 없다. 흡연자인 그가 보기에도 많은 인파가 지나다니는 길목에 위치한 흡연구역은 참으로 이상하다. 새로운 흡연구역이 마련됐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A씨는 구석에 몸을 숨긴 채 빠르게 담배를 태워야 했다.

  한차례 곤욕을 치른 A씨. 오후에는 203관(서라벌홀) 4층과 법학관 지하 1층 사이에 위치한 밀폐형 흡연구역을 찾았다. 항상 느끼지만 학교에 단 하나뿐인 흡연부스는 좁고 답답해 숨이 ‘턱’하고 막힌다. 부스 안에서 담배를 태우고 나니 옷에서 담배냄새가 진동을 한다. 곧 있을 수업에 강의실에 들어가기가 벌써부터 눈치 보인다. 분명 흡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웠음에도 종일 눈치를 보느라 괜스레 억울한 마음마저 드는 A씨다.

  여기 흡연구역 아닌가요?

  법학관에서 수업을 듣는 B씨는 총 3개의 흡연구역을 이용한다. 지하 1층 입구에 위치한 밀폐형 흡연부스와 6층의 개방형 흡연구역,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2층 발코니다. 주로 6층 출입문 앞에 위치한 흡연구역을 애용하는 편이지만 종종 2층 발코니에서도 담배를 피우곤 한다.

  최근 B씨는 이 2층 발코니가 금연구역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많은 사람이 이곳에서 담배를 피우지만 한번도 제재받는 걸 본 적이 없는데도 말이다. 큰 재떨이도 떡하니 마련돼 있어 당연히 흡연구역이라 생각했던 B씨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그나저나 발코니에서 흡연하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데 아무리 찾아봐도 금연구역이라는 표시는 없다. B씨는 당최 이곳이 흡연구역인지 금연구역인지 혼란스럽다.

  다들 피는데 뭐 어때요

  C씨는 쉬는 시간만 되면 흡연을 하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서라벌홀 옥상으로 올라간다. 처음 입학했을 땐 금연구역 표시가 있어 담배를 피우지 않았지만 교수님과 함께 이곳에서 흡연한 이후로는 옥상에서 주로 흡연을 즐긴다. 담배꽁초를 버리는 통까지 있는 걸 보면 암묵적으로 흡연구역이라 지정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한다. 나무바닥 틈새에 담배꽁초가 빼곡히 들어차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물론 금연구역에서의 흡연은 불법이니 이곳을 제외한 다른 금연구역에선 절대로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는 C씨다. 때마침 옥상으로 올라온 사람들이 하나둘 담뱃갑에서 담배를 꺼내 무는 걸 보며 C씨는 마음을 놓는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