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성소수자 지원 부재

조례조차 없는 지역도 많아

 

비 갠 하늘에 무지개 뜨듯

보호 체계 앞날도 맑아질까

 지난 15일 경상남도교육청(경남도교육청)이 제출한 「경남학생인권조례안」이 부결됐다. 해당 조례안은 ‘성적 지향성 및 성 정체성에 따른 차별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고 이에 일부 집단이 반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위법인 「국가인권위원회법」은 이미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행위를 금하고 있다. 즉 청소년 성소수자의 성적 지향성 및 성 정체성 역시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됐다는 의미다. 개인의 성적 지향에 대해 ‘불법’이라거나 ‘허용’한다는 제3자의 판단도 어불성설인 셈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청소년 성소수자는 교육 현장에서 가장 기본적인 권리마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고충을 털어놓을 상담체계가 마련되지 않음은 물론 이들을 보호할 현행법도 그 성격이 소극적이다. 교육계 내 청소년 성소수자 보호제도가 마련되지 못한 원인을 전문가와 짚어봤다.

  소극적 금지에 그친 법

  국내 모든 교육기관은 「국가인권위원회법」과 「초·중등교육법」을 따른다. 해당 법은 특정 조건을 이유로 한 차별행위를 금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개인의 성적 지향도 포함된다. 경기도교육청 김민태 학생인권옹호관은 헌법상 제한된 차별금지행위는 소극적 차원의 차별금지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국가인권위원회법」이나 「초·중등교육법」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행위를 금하고 있어요. 이를테면 청소년 성소수자의 교육받을 기회를 박탈하거나 학생자치 참여를 제재하는 행위 등이 있죠. 이는 소극적 차원의 금지이지 청소년 성소수자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법은 아니에요.” 그는 현재 교육 현장에 청소년 성소수자를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한 법률은 없다고 언급했다. “장애 학생은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 따라 별도의 특수교육 기관을 설립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이 의무화돼 있어요. 단순히 차별을 금지하는 차원의 법과 지원을 의무화하는 법은 다르죠.”

  경기도교육청 이충란 장학관은 일부 학부모의 반대도 법률 제정에 어려움을 주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교육계에서 청소년 성소수자 인권을 논의할 때 이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학부모도 적지 않아요. 교육은 보편적인 중간 지점을 찾아야 하니 청소년 성소수자를 위한 구체적인 보호 체계가 자리 잡기 어렵죠.”

  인권 보호, 지역마다 다르다고요?

  각 시·도 교육청별로 학생 인권을 보장하는 정도에 큰 차이가 있다는 점도 문제다. 모든 교육기관에 적용되는 「초·중등교육법」과는 별도로 일부 교육청은 ‘학생인권 조례’를 제정한 상태다. 비록 학생인권 조례에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학교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행사하는 학칙 제정과는 관련이 깊다. 교육청이 조례를 제정하면 해당 지역 교육기관은 학칙 제정에 이를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학생인권 조례는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가운데 경기도교육청, 광주광역시교육청, 서울특별시교육청, 전라북도교육청 등 4개 교육청에서 제정한 상태다. 김민태 학생인권옹호관은 학생인권 조례 존재 여부가 청소년 성소수자의 인권 보호 및 신장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학생인권 조례 같은 상위 제도가 없다면 학교가 제한하는 학생인권의 범위가 넓어지죠. 청소년 성소수자 인권도 마찬가지고요.”

  경남도교육청의 경우 지난 2009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경남학생인권조례안」 제정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지난 24일에는 경남도의회 의장이 조례안을 직권상정 하지 않아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해당 조례안 제16조(차별의 금지)는 성적 지향성 및 성 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또한 제16조 2항에서 차별금지가 보다 적극적인 지원으로도 이어져야 한다고 구체화했다. 그러나 이 조항에 일부 학부모 집단은 ‘학생들이 성적으로 문란해질 것’이라며 반발했다. 이 때문에 일부 지역에선 청소년 성소수자 인권 신장을 위한 첫걸음조차 떼기 힘들었다. 경기도교육청 안해용 사무관은 학생 인권 보호에 있어 지역 간 편차가 크게 나타나는 현실을 문제 삼았다. “경기도교육청은 성과 관련한 혐오 및 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성 인권 특별팀’을 구성했어요. 하지만 대부분의 타 시·도 교육청은 아직 마련하지 않았죠.”

  안해용 사무관은 교육의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교육의 본질은 소수자 인권을 존중하는 것에 있어요. 교육은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금하는 것은 물론 이들 인권을 보호하는 인식을 형성할 수 있도록 기여해야 하죠.” 그는 오늘날 청소년 성소수자 인권 문제가 교육의 본질이 아닌 정치 진영의 문제로 다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교육부 차원의 일괄적인 권고도 쉽지 않다는 의미다.

  그들의 고민은 쌓여만 가고

  청소년 성소수자는 학내에서 고충을 털어놓기도 쉽지 않다. 이들을 위한 상담체계와 전문적인 상담 인력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민태 학생인권옹호관은 학내에 별도의 상담체계가 마련되지 않아 외부기관과의 연계를 추진하고 있다고 답했다. “청소년 성소수자 상담은 학내에서 처리하기보다 성소수자의 어려움을 잘 아는 외부 전문기관으로 연계하고 있어요. 아직 성소수자에 대해 잘 모르는 교사가 오히려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이죠.” 그는 심리 상담을 원하는 청소년 성소수자가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에 방문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아무리 외부기관에서 전문적인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학내에 이들을 위한 상담체계가 없다는 사실은 여전하다. 

  학내에 기본적인 상담체계도 갖춰지지 않다 보니 성소수자 전문 상담 인력 역시 거의 없는 상황이다. 성소수자인 청소년 내담자를 담당할 상담자는 인권 감수성을 충분히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학내에 배치된 상담 인력을 위한 성소수자 이해 교육 및 연수제도는 없다. 안해용 사무관은 아직 교육청 측에서 전문 상담 인력을 양성할 체계를 갖추지 못했다고 말했다. “교육계가 보수적인 경향이 있어 청소년 성소수자 상담체계가 필요하다는 논의조차 나누기 힘들어요. 필요성에 대한 공론화가 이뤄지지 않으니 정책에 반영하고 실제 지원체계를 갖추기도 어렵죠.” 그는 학내 결정권자의 평균 연령대가 높은 편이라는 점 등 현실적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인권 감수성이 부족한 게 큰 문제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인식 개선이 먼저 필요해 보여요.”

  교육 현장에서 청소년 ‘성소수자’는 침묵해야 할 금기이거나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특히 인권이 진영의 논리로 해석될 대상이 결코 아님에도 청소년 성소수자 인권은 누군가에 의해 재단돼 왔다. 이제라도 사회는 ‘청소년’ 성소수자를 돌아봐야 한다. 냉대와 차별 속에서 외로이 싸우고 있는 그들을 위한 방패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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