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는 피부에 잡히는 주름살과 같습니다. 주름은 자연스러운 노화 과정이지만 사람들은 주름을 가리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살면서 쓰레기가 만들어지는 일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모든 물건은 결국 쓰레기가 됩니다. 얼마나 값진 물건이든 사용가치가 끝나면 결국 버려지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쓰레기를 흉물로만 여겨 시야에서 지우고 싶어 합니다. 심지어 생각도 멀리하려 합니다. 사진부는 우리의 시야와 생각에서 배제되는 쓰레기를 따라 이동했습니다. 가까운 학내부터 쓰레기의 종착지인 매립지까지 발걸음을 옮겼죠. 삶의 주름마다 이야기가 들어있듯 쓰레기에도 다양한 이야기가 새겨져있었습니다.

  ① 버려진 쓰레기

  캠퍼스 곳곳에 쓰레기가 수거되기를 기다린다. 음료컵·술병·과자봉지 등 온갖 종류의 쓰레기가 쓰레기통 주변뿐만 아니라 여기저기에 널브러졌다. 중앙마루에 학생들이 버린 쓰레기는 미화원이 출근하기 전까지 고스란히 방치된다. 310관(100주년기념관 및 경영경제관) 1층 쓰레기통에는 배달음식이 떠나고 쓰레기만 남았다. 이 쓰레기를 치우기 위해 누군가는 허리를 굽힐 것이다.

  ② 수거·분리·배출

  오전 6시가 조금 넘은 시간, 누군가의 손길이 학교 곳곳에 닿는다. 미화원은 일반쓰레기·종이·캔·플라스틱 등 커다란 글자가 적혀있는 통에서 쓰레기를 하나씩 꺼내 다시 분류한다. 깊숙이 들여다본 적 없는 쓰레기통을 들여다본다. 지저분한 플라스틱 컵은 이물질이 묻어있어 골라낸다. 일반쓰레기통에 버려진 종이와 캔은 재활용이 가능해 따로 분류한다. 이렇게 그들의 손을 거친 쓰레기는 집하장에 모여 다른 곳으로 향한다.

  ③ 재활용 자원 선별

  재활용선별장은 수거된 폐기물 중 재활용 자원을 선별하는 시설이다. 성남시 재활용선별장에는 경기도 성남시에서 수거된 모든 쓰레기가 모인다. 하루 동안 약 80톤의 쓰레기 중 종이·플라스틱·병·고철 등 재활용품을 가려낸다. 하지만 분리배출 방법이 올바르게 지켜지지 않아 재활용되는 자원은 적다. 폐기물 속에 이물질과 음식물을 넣거나 재질을 혼합해서 버렸기 때문이다. 선별장을 위탁 운영 중인 중원기업 김대현 대표는 “올바르게 분리배출하지 않으면 재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결국 쓰레기로 남는다”고 말했다.

  ④ 폐기물 매립

  선별장에서 선별 작업을 거친 쓰레기 중 소각 불가능한 것은 매립지에 묻혀 일생을 마친다. 하루 약 1만5000톤의 폐기물이 반입되는 수도권 매립지는 서울·경기·인천의 쓰레기를 처리한다. 수도권 매립지 부지는 총 1600만㎡으로 차량 없이는 이동할 수 없을 만큼 넓었다. 우리가 따라갈 수 있는 쓰레기의 발자취는 여기까지다. 매립된 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천천히 분해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까이서 들여다 본 쓰레기의 여정도 여기서 끝났다.

  은밀하게 위대하게

  취재 과정에서 교내 미화원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누구보다 먼저 학교에 나와 청소를 완료한다는 설명에 덧붙인 “우리는 유령이야”라는 한마디에 깜짝 놀랐다. “유령이 아니라 우렁각시죠” 라며 너스레를 떨어봤다. 좋은 표현이라며 기뻐했지만 사실 편견이 가득한 대답이었다. 우렁각시도 유령을 듣기 좋게 포장한 말에 지나지 않았다.

  우리는 산처럼 쌓인 학내 쓰레기가 다음날 그대로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학내에서 발생한 폐기물이 미화원의 손길을 거쳐 매립지나 소각장으로 보내진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쓰레기의 발생과 달리 처리는 일상과 다소 먼 이야기다. 쓰레기는 혐오와 기피의 대상이며 드러나지 않는 곳에 모이고 또 흩어진다. 쓰레기의 여정은 우리의 일상 밖에서 은밀하게 이뤄진다.

  그리고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그 일상의 뒤에는 위대한 노력들이 존재한다. 그 사실을 단순히 인지함을 넘어 고개를 돌려 바라볼 때 실제로 쓰레기를 줄이고 올바르게 배출하는 행동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쓰레기를 더듬는 목소리

  학내 쓰레기를 처리하는 미화원이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사소했다. 최점덕 미화원은 “플라스틱 컵에 든 음료는 건물에 따라 비치된 통이나 변기에 따라보내고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물질이 묻은 플라스틱은 업체에서 선별과 세척 과정을 거쳐야만 재활용될 수 있는데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여자 화장실의 위생용품 수거함을 적절히 이용해 줄 것도 부탁했다. 휴지 이외의 이물질을 변기에 버리면 변기가 쉽게 막히기 때문이다. 특히 사용한 생리대를 변기 뒤로 치워놓지 말아 달라고 전했다.

  한편 재활용선별장 관계자는 실질 재활용률을 지적했다. 한국의 분리수거율은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우리가 재활용품을 나름대로 분리배출해도 실제로는 재활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선별장을 위탁 운영 중인 중원기업 김대현 대표는 그물로 된 과일 완충재를 가리키며 “해당 쓰레기는 재활용이 가능한데 모아놔도 수요처가 없다”고 토로했다. 부피에 비해 가벼워 운송비 측면에서 손해인데다가 상품화 가능한 분량을 채울 정도로 입고량이 많지도 않아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처리를 위해 별도의 기계설비까지 필요해 사실상 재활용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비닐 포장돼 있거나 단일 재질로 이뤄지지 않은 물건은 재활용이 가능한 재질이더라도 사실상 재활용이 어렵다. 김대현 대표는 개인이 쓰레기를 배출하는 단계에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재활용이 가능한 복합재질로 이뤄진 제품에 대해 제작업체가 책임지고 회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Out of Sight, Out of Mind

  눈에 보이지 않으면 곧 잊혀진다. 쓰레기가 그렇다. 휴지통에 버리는 순간 우리 관심 밖으로 벗어난다. 하지만 쓰레기가 어디론가 치워지고 더 이상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매립돼 부패하거나 소각돼 오염물질을 남기기 때문이다. 쓰레기의 여정은 형태가 바뀌며 지속적으로 퍼져나가는 과정이자 처음의 모습으로는 되돌아갈 수 없는 길이다. 그리고 우리 시선 밖에서 조용히 선명한 궤적을 남기며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