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전시, 열어줘서 고맙습니다.’ 여러분도 일상 속 사소함에 고마움을 느낄 때가 있지 않나요? 느지막이 일어난 주말 아침이 주는 여유. 때마침 정류장에 진입하는 버스를 볼 때 안도감. 우리가 느끼는 일상 속 고마움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주변의 크고 작은 전시회에서도 긍정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죠. 이번주 중대신문은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을 따스한 시선으로 담아낸 <내셔널 지오그래픽: 포토아크> 전시회에 다녀왔습니다. 안타까운 현실에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는데요. 전시회를 둘러본 기자가 전하는 생생한 후기. 함께 살펴볼까요?

“전 지구적으로 이뤄지는 생물 다양성 파괴를 조금이라도 늦추고 싶었고 가능하다면 아주 멈추고 싶었다.” 환경 보존을 주제로 사진을 찍는 작가 ‘조엘 사토리(Joel Sartore)’가 한 말이다. 사토리는 탐험과 환경 보호를 통해 지구에 공헌하는 잡지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사진작가다. 그는 10여년 전부터 위기에 처한 야생동물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는 포토아크(PhotoArk)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사진(포토)으로 이루어진 방주(아크)’라는 의미를 담는 이 프로젝트는 생생한 사진을 통해 동물이 맞이한 위기를 대중에게 알린다. 경향아트힐에서 기한 없이 진행되는 <내셔널지오그래픽 : 포토아크 > 전시회를 통해 동물과 이야기를 나눠보자.

  방주 속엔 동물과 나뿐
  
  검정 바탕의 전시관에 멸종위기 동물 사진이 한가득 걸려 있다. 사진 옆에는 ‘IUCN(세계 자연 보전 연맹)’이 지정한 멸종 위기 등급이 표시돼 있다. 등급은 종의 지속가능성을 기준으로 관심대상종과 위기근접종 등 총 일곱 가지로 구성된다. 

  전시회 사진 속 동물은 하나같이 관객과 눈을 맞댄다. 조엘 사토리는 보는 이가 사진 속 동물의 눈을 보며 그들과 교감하길 원했다. “사진 속엔 당신과 동물만이 존재해요. 때로 동물이 당신을 눈에 담고 있음을 알 수 있죠.” 고개를 갸우뚱하는 은색마모셋 사진과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포즈를 취하는 침팬지의 사진이 보인다. 마냥 귀여운 듯 보이지만 두 동물은 각각 관심대상종과 위기종에 해당한다. 마주한 사진 속 똘망한 두 눈이 도움을 요청하는 듯 보인다.

 

다소곳이 앉아있는 코쿠렐시파카.
정면을 응시하는 두 눈이 말을 건네는 듯하다.
코쿠렐시파카는 위기종이다.

  독특한 자세로 눈길을 끄는 동물도 있다. 마치 사람처럼 턱을 괴고 앉아있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전시회 대표이미지에도 등장하는 코쿠렐시파카다. 정면을 또렷이 바라보는 노란 두 눈이 관객의 움직임을 꿰뚫는다. 김민지 도슨트는 코쿠렐시파카가 갖는 다양한 매력을 소개한다. “사진과 달리 코쿠렐시파카는 굉장히 긴 다리를 갖고 있어요. 긴 다리로 뛰어다니는 모습이 춤추는 것 같다고 해서 ‘정글의 댄싱킹’이라고도 불려요. 울음소리도 재밌어요. 우리나라 욕처럼 ‘시팍’하면서 울거든요.” 코쿠렐시파카 역시 생존을 위협하는 위기를 겪고 있다. 해당 동물은 위기종이다. 김민지 도슨트는 코쿠렐시파카가 처한 환경이 열악하다고 설명한다. “코쿠렐시파카는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에 살지만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어요. 나무 사이를 뛰노는 모습이 밀렵꾼의 눈에 많이 띄는 만큼 사냥감이 되기 때문이죠.”   

  동물을 온전히 담아내는 방법

  새끼 구름표범이 환하게 웃고 있는 사토리 머리 위에 매달려 있다. 사토리의 진심이 동물에게 전해진 듯해 따뜻함이 느껴지는 장면이다. 사진 속 구름표범은 얼룩무늬가 마치 구름과 같아 이름 붙여진 고양잇과 동물이다. 호랑이와 같이 긴 송곳니를 가졌지만 중간 정도 크기에 성격은 온순하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크고 작은 고양잇과 동물 사이를 연결해주는 동물로 여겨진다. 하지만 밀렵꾼에게 구름표범은 그저 멋진 가죽을 가진 사냥감에 지나지 않는다. 구름표범은 취약종에 해당한다. 

  사토리는 섣불리 셔터를 누르지 않는다. 전시관에 있는 사진은 대부분 그의 스튜디오에서 촬영됐다. 그는 동물을 온전히 담기 위해 깨끗한 흑색 또는 백색 배경 위에서만 촬영을 진행한다. 김민지 도슨트는 사토리가 사진 속에 동물을 세심하게 담아냈다는 말을 전한다. “사토리는 이리저리 뛰노는 동물이 가진 본연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내고자 했어요. 그러면서도 동물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즉시 촬영을 멈췄죠.”

  머물 공간이 사라져가는

  동물이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고 있다. 사토리는 생태계에 관한 대중의 관심을 환기하고자 프로젝트를 기획했다고 밝힌다. “포토아크의 단순한 목표는 다음과 같다. 지구 생태계의 절박한 위기를 보여줌으로써 더 늦기 전에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자연 생태계가 심각한 위기를 겪게 된 이유는 다양하다. 홍승범 국립생태원 선임연구원은 여러 복합적 원인에 의해 동물의 터전이 피해를 본다고 말한다. “토지 이용변화와 외래종의 확산, 그리고 기후변화가 생물 다양성을 위협하는 핵심요소라고 할 수 있어요.” 

 

물끄러미 앞을 응시하는
플로리다퓨마 : 위급종

  전시관 한편에는 물끄러미 앞을 응시하는 플로리다퓨마가 있다. 숲과 습지에 서식하는 플로리다퓨마는 플로리다주 일대의 숲이 고속도로 건설 등으로 파괴되면서 지난 1995년 개체 수가 30마리까지 줄어든 종이다. 천적이 없기로 유명한 말레이맥은 벌목으로 인한 서식지 파괴로 생명의 위협을 겪고 있다. 북극여우의 흰 털 위장복 역시 기후변화로 인해 그 실효성을 잃어버렸다. 지구온난화 때문에 북극의 눈이 녹아내렸기 때문이다. 

  홍승범 연구원은 기후변화가 야기하는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경고한다. “기후변화가 복합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이 크게 우려돼요. 예를 들어, 기온 상승은 생물 종 자체에 불리한 영향을 끼칠 뿐 아니라 외래종에 서식 기회를 제공해 본래 종에 대한 피해를 더 키우죠. 이처럼 기후변화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복잡해서 파급효과가 어느 정도일지조차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멸종의 소용돌이에 휩쓸린 동물들

 

서로를 다정히 껴안는 오랑우탄 : 위기종
서로를 다정히 껴안는
오랑우탄 : 위기종

   동물 사진 아래 무언가 커다랗게 적혀있다. 김민지 도슨트는 해당 문구가 동물의 생존 현황을 보여준다고 전한다. “이곳은 지금까지 살아남은 개체 수를 보여주는 공간이에요.” 멕시코도롱뇽의 사진 아래 ‘100마리 SURVIVE’라는 문구가 밝게 빛나고 있다. 멕시코도롱뇽이 현재 지구에 약 100마리가 생존해있다는 뜻이다. 서로를 다정히 껴안는 오랑우탄 두 마리의 모습이 애처롭다. 두 마리 오랑우탄 사진 아래에도 예외 없이 ‘45,000 & 7,000마리 SURVIVE’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애처로운 모습의
북부사각 코뿔소 : 위급종 

  멸종의 절벽에 위태롭게 서 있는 동물들도 보인다. 금방이라도 절벽 아래로 사라져버릴 위기에 처한 종들이다. 이들은 가장 심각한 멸종 상황에 직면한 마지막 생존자들이다. 이전 공간과 달리 흰색 커튼으로 구성된 점이 눈에 띈다. 이곳은 앞서 말한 동물을 추모하는 공간이다. 김민지 도슨트는 북부사각입술코뿔소가 멸종 위기에 직면했다고 설명한다. “이 사진 속 코뿔소 ‘나비레’는 사진을 찍고 일주일 만에 세상을 떠났죠. 해당 코뿔소 종은 이제 두 마리밖에 남지 않았어요. 수컷이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아서 멸종되는 수밖에 없어요.”

  멸종의 소용돌이를 잠재울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서식지 보존과 포획 번식 프로그램을 통해 사라져가는 동물을 되살릴 수 있다. 홍승범 연구원은 사람도 생태계의 일부라는 사실을 인지했으면 좋겠다는 희망 사항을 전한다. “생태계가 타격을 받으면 결국 그 대가가 우리에게 돌아온다는 걸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일회용품 줄이기, 음식물 쓰레기 등의 행동도 우리가 생태계 일원이라는 생각에서부터 출발해야겠죠.” 사토리는 동물 사진을 통해 그들이 직면한 위기를 대중에게 전하고자 했다. 우리가 멸종위기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전시 속 동물과 눈을 맞추며 사토리가 동물의 방주를 통해 보여주고자 한 의도를 곱씹어보자.

 

동물의 고통을 명심하라
 
‘PETA(People for the Ethical Treatment of Animals)’는 동물에 대한 윤리적 대우를 촉구하는 세계적인 동물보호단체다. 동물 실험을 반대하고 채식을 권하는 등의 캠페인을 펼친다.  

  지난 2018년 PETA에서 제작한 ‘Goodbye, Milk!’는 동물성 우유를 경계하는 2분 30초 분량 광고다. 동물 보호 메시지를 주제로 하지만, 광고 첫 장면에는 사람이 등장한다. 정든 집을 떠나는 자식을 마중하며 눈시울을 붉히는 엄마의 모습이다. 엄마는 자식을 껴안으며 다시 만나자는 격려의 말을 전한다. 

 

울부짖는 어미 소

  그 순간 화면이 어둡게 전환된다. 헛간 안에서 송아지를 아끼며 핥아 주는 소의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곧 송아지를 강제로 끌고 가는 손길이 난입한다. 끌려가는 자식을 보며 소는 거칠게 저항한다. 울부짖는 소를 뒤로하고 송아지는 어미 소와 생이별한다. 광고는 ‘이 이별이 영원한 이별이라면 그것은 학대’라는 광고 카피를 통해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광고는 동물성 우유 대신 식물성 우유를 마시자는 메시지로 끝을 맺는다.         

  지난 2016년 제작된 ‘Behind the Leather’은 PETA가 제작한 2분 분량 광고다. 가죽 제작을 위해 희생되는 동물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광고는 명품매장을 배경으로 한다. 카메라는 단번에 가죽가방에 초점을 맞춘다. 가죽 표면으로 화면이 가득 채워지는 등 광고 초반부는 흔한 명품 광고와 다르지 않다.   

 

장갑에서 묻어 나오는 동물의 피

  그러나 매장을 방문한 고객이 가방을 여는 순간 반전이 시작된다. 지퍼가 내려감에 따라 서서히 공개되는 가방 안은 적나라한 동물 내장으로 가득하다. 이렇듯 광고는 가죽 제작 과정에서 동물이 잔인하게 죽는 슬픈 현실을 고발한다.

  나정희 교수(광고홍보학과)는 해당 두 편의 광고가 동물 보호 찬성 입장을 공고히 하는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평가한다. “원래부터 동물보호에 공감하던 이들의 입장을 더욱 견고히 하는 효과가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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