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얼었던 가슴을/따뜻한 바람으로 녹이고/겨우내 목말랐던 입술을/촉촉한 이슬비로 적셔주리니” 용혜원 시인의 「꽃 피는 봄엔」의 한 구절처럼 봄은 얼어붙었던 몸과 마음을 녹이는 계절입니다. 긴 겨울을 깨고 다가와 잠들었던 우리를 일으켜 세우죠. 잠에서 깨어나 눈을 뜨면 어느새 사색(四色)의 풀과 꽃이 반깁니다.  하지만 여름과 겨울이 길어진 탓일까요. 아쉽게도 봄은 우리 곁을 금방 스쳐지나갑니다. 활짝 피었던 각양각색의 봄꽃들도 금세 얼굴을 감춥니다. 이번주 사진부는 봄이 떠나기 전에 그 아름다운 모습을 기록했습니다. 다양한 곳을 방문해 4월의 풀과 꽃을 사진에 담았는데요. 보기만 해도 꽃향기가 나는 향긋한 사진 속으로 안내합니다.

서울캠의 소나무도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서울캠의 소나무도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사계절 푸른색을 유지하는 사철나무지만 봄에는 특히 더 아름답습니다.
사계절 푸른색을 유지하는 사철나무지만 봄에는 특히 더 아름답습니다.
대나무의 푸른빛을 받아 주변이 온통 푸른색으로 물듭니다.
대나무의 푸른빛을 받아 주변이 온통 푸른색으로 물듭니다.

  겨울 지나가고 다가온 4월의 어느 날

  아름다운 봄꽃에  발걸음 멈춘다면

봄이 다가오면 우리는 아름다운 봄의 풍경을 기대합니다. 어느 계절보다 봄을 기대하는 이유는 빠르게 피고 지는 ‘봄꽃’ 때문이겠죠. 꽃은 우리의 마음을 대신 표현해줍니다. 어떤 이는 사랑을 담아 빨간 장미꽃을 전해주기도 하고 어떤 이는 축하를 담아 노란 프리지어를 전해주기도 하죠. 마음을 담아 꽃을 전하고 싶은 봄은 사색(思索)에 빠집니다. 어떤 모습으로 찾아와 사람들에게 마음을 전할까 하고 말이죠. 바로 여기, 우리에게 꽃을 선물하기 위해 사색(四色)의 물감을 든 봄이 있습니다.

  겨울이 떠나고

  포근한 눈이 녹고 매서운 바람이 부는 늦겨울이 남기고 간 자리를 본 적 있나요? 봄기운이 완연하기 전 겨울이 남긴 자리는 황량하기만 합니다. 추위에 얼었던 딱딱한 땅이 녹는 시간이 지나면 봄은 우리를 찾아옵니다. 차가운 겨울바람을 받아낸 곳에 새로운 새싹이 돋아나고 꽃이 피어나면서 말이죠.

  언제나 그 자리에

  봄이 오면 햇살의 응원을 받으며 꽃들은 아름다운 모습으로 피어납니다. 길 위의 화려한 색은 관심을 끕니다. 그런데 만개한 꽃 사이 눈치 못 챈 색이 있습니다. 걷다 보면 쉽게 보이는 나무의 색입니다. 자기 자리에서 늘 푸르는 소나무와 중간 중간 새순이 자라는 사철나무, 대를 곧게 뻗어 자라나는 대나무는 신기하리만큼 오래전부터 봄의 문이 열리길 기다리며 푸른빛을 냅니다.

  초록 물결이 펼쳐지면

  따뜻한 봄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쯤, 넓은 들에는 작은 풀꽃들이 초록 물결을 만듭니다. 초록 물결 사이에는 이제 막 흙을 뚫고 나온 새싹도 보이네요. 사람들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는 마음을 담은 걸까요? 작은 새싹들은 누군가의 발걸음을 무서워하지 않고 푸르게 더 푸르게 자라나고 있습니다. 초록이 만든 조용한 길은 걸음을 옮기는 사람의 마음도 편안하게 만들어줍니다. 그리고 풀내음 가득한 길은 옆 사람과 같이 있는 시간을 가치 있는 시간으로도 만들어주죠. 푸른색을 뿜는 잎들은 곳곳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며 화려한 봄꽃을 맞이할 준비를 합니다.

벚나무 가지가 드리운 불광천에서 아버지와 아이가 꽃놀이를 즐깁니다.
벚나무 가지가 드리운 불광천에서 아버지와 아이가 꽃놀이를 즐깁니다.
벚꽃·목련·민들레·수선화·튤립·명자나무꽃·동백꽃
벚꽃·목련·민들레·수선화·튤립·명자나무꽃·동백꽃
원미산 입구에서 시작한 분홍색 물결은 산꼭대기까지 이어졌습니다.
원미산 입구에서 시작한 분홍색 물결은 산꼭대기까지 이어졌습니다.
나들이객은 개나리의 고운 노란빛을 사진에 간직했습니다.
나들이객은 개나리의 고운 노란빛을 사진에 간직했습니다.
매화 속을 걷는 연인의 뒷모습에서 봄의 따뜻함이 느껴졌습니다.
매화 속을 걷는 연인의 뒷모습에서 봄의 따뜻함이 느껴졌습니다.

  하얀 꽃잎, 세상을 환하게

  길가에 흐드러진 벚꽃은 장관을 만듭니다. 아이를 안은 아빠는 벚꽃 잎을 더 가까이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손을 뻗어봅니다. 고개를 숙여 땅바닥만 보며 걷던 사람도 고갤 들어 가지에 핀 벚꽃을 바라보게 되죠. 지나가는 이의 위로받고 싶은 마음을 아는 것일까요? 벚꽃의 꽃잎은 머릴 쓰다듬어주는 듯 어깰 다독여주는 듯 봄바람에 실려 천천히 떨어집니다. 저기 목련도 누구보다 힘주어 활짝 피어있네요. 잎보다 먼저 꽃을 피우는 목련은 희고 큰 꽃잎을 뽐내고 있습니다. 자세히 보려고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는지 데이지는 수많은 잎을 더욱 활짝 펴 보입니다.

  웃음 가득히, 노랑

  따뜻한 햇살에 더욱 빛나는 꽃들도 있습니다. 개나리에서 나오는 노란빛은 휴대전화 카메라를 저절로 켜게 합니다. 개나리 군집 앞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네요. 노란 수선화도 봄을 더 환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활짝 핀 꽃잎과 긴 잎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모습을 뽐내면서 말이죠. 길을 걷다 보면 솜털 씨앗에서 피어난 앙증맞은 민들레도 볼 수 있습니다. 생명력이 강해 어떤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민들레는 ‘행복’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죠. 무심코 지나가는 길에 발견한 민들레는 봄이 주는 또 다른 소소한 행복입니다.

  빠른 걸음도 빨강 앞에선 머뭇

  빨간 튤립도 꽃망울을 터뜨려 봄이 왔음을 알리고 있네요. 놀이공원의 튤립은 짜릿한 놀이기구만큼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한가득 피어있는 튤립은 사람들의 감탄을 불러 낼 만큼 아주 아름답습니다. 화려한 색깔뿐만 아니라 은은한 향기로 주위를 돌아보게 만드는 꽃도 있습니다. 바로 초록 잎 사이로 보이는 명자나무의 붉은 꽃이죠. 살짝 겹쳐진 빨간 꽃잎 사이로 보이는 노란 수술이 매력적인 명자나무의 꽃은 가지마다 옹기종기 피어있어 더 아름답습니다. “동백꽃을 보신 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후두둑 지는 꽃 말이에요.” 송창식의 노래  「선운사」 가사에는 동백꽃이 떨어지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동백꽃은 꽃잎이 떨어지는 꽃들과 달리 시들기 전에 꽃송이가 통째로 떨어지죠. 동백꽃은 가지에 피었을 때뿐만 아니라 떨어지고 나서도 아름다움을 간직합니다.

  사색(四色)을 품은 봄의 사색(思索)

  봄은 우리 곁에 오래 머물지 않고 빠르게 지나갑니다. 차가운 공기를 뚫고 나온 꽃들은 여름이 찾아오기 전 꽃잎을 하나둘씩 떨어뜨리고 말죠. 꽃잎이 떨어진 벚나무와 색을 잃은 개나리, 줄기만 남아있는 튤립을 사람들은 더 이상 꽃이라 부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봄이 채운 꽃들에 발걸음을 멈춘 순간을 추억합니다. 코앞의 중간고사도, 회사에 쌓인 업무도 잠시 내려놓았던 순간이었죠. 봄의 사색은 우리에게 행복을 전하며 따뜻한 기억으로 스며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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