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잡이란 ‘길을 인도해주는 사람이나 사물’을 뜻합니다. 흔히 가이드로 대체되는 단어인데요. 이번학기 문화부 기자는 길잡이가 돼 교환학생과 남다른 한국 문화를 체험합니다. 이번주 길잡이와 교환학생은 잠실종합운동장에 다녀왔습니다. 프로야구팀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가 맞붙는 경기였는데요, 신나는 응원가는 물론 떠들썩한 분위기로 교환학생 얼굴에 웃음꽃이 폈다고 합니다. 9회 말까지 펼쳐진 각본 없는 드라마에 웃고 울었던 기자와 교환학생의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Let's go! 

 

열정을 담은 응원은 야구장을 오롯이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다. 친구들과 함께한다면 경기에 몰입하는 즐거움은 배가 된다. 

 하나둘씩 켜지는 환한 불빛. 빠른 직구를 그대로 밀어치는 타자의 강한 한방.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탄식과 환호성. 지난겨울부터 봄이 오기만을 얼마나 염원했던가. 푸른 잔디 위에 써 내려가는 각본 없는 드라마는 올해도 우리를 웃고 울게 할 예정이다. 어느덧 프로야구가 개막한 지 약 3주가 흘렀다. 야구장은 춤과 노래는 물론, 음식까지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문화공간이다. 무엇보다도 목이 터지라 외치는 응원가와 단결된 율동이 경기 흥을 돋운다. 이렇듯 야구장에서 응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막대하다. 교환학생은 한국 야구 응원문화를 어떻게 바라볼까. 한국 야구장 방문이 처음인 교환학생과 함께 지난 10일 잠실종합운동장을 찾았다. 

 

  야구장 도착과 동시에

  경기 시작시간에 맞춰 아슬아슬하게 도착했다. 서둘러 입장하는 빨간 유광 잠바와 파란 줄무늬 유니폼 대열이 보인다.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 팬이다. 응원 대열에 합류하지 않을 수 없다. 서둘러 오프라인 매장에 들러 빨간색 막대풍선을 구매한다. 미국에서 온 에스더 학생(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3)이 묻는다. “그러고 보니 야구팀 이름이 삼성과 LG인데요?” 단번에 말귀를 못 알아들은 기자가 답답했는지 에스더 학생이 덧붙여 말한다. “메이저리그 팀은 모두 지역 이름으로 구성돼 있거든요. ‘LA 다저스’, ‘보스턴 레드삭스’를 보면 알 수 있죠. 한국에선 기업이 구단을 후원하는 건가요?” 기습 질문이다. 과거 우리나라 구단은 기업의 홍보 수단에 불과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구단이 연고도시를 부각하는 마케팅을 점차 강화하는 추세다. 유니폼에 해당 야구팀의 도시 이름을 기입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건물 안 치킨 가게 앞은 문전성시다. 야심 차게 치즈 가루가 뿌려진 순살 치킨을 주문한다. 헝가리에서 온 에스테르 학생(생명과학과 3)은 헝가리 사람들도 음식과 함께 경기를 관람한다고 전한다. “헝가리에서도 경기와 음식은 서로 뗄 수 없는 관계죠. 관람하는 동안 함께 핫도그와 구운 해바라기씨 등을 나눠 먹곤 해요.” 치킨에 맥주가 빠질 수 없다. 편의점에 들러 페트병 맥주 한병을 집는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 이제 본격적으로 야구를 즐길 차례다.

 

  비슷한 듯 다른 야구문화      

  응원가가 울려 퍼진다. 좌석을 빼곡히 채운 관중의 함성이다. 2회말 LG 트윈스 유강남 선수가 받아친 타구가 담장을 넘긴다. 홈런이다. 때 이른 홈런 소식에 관중 얼굴에 웃음꽃이 가실 줄 모른다. “무적 엘지! 유강남~ 워어어어~ LG의! 유강남~ 워어어어~” 에스테르 학생 얼굴도 한껏 상기돼 보인다. “대박이에요! 팬과 선수가 일심동체네요.” “헝가리도 응원문화가 발달돼 있나요?” 기자 질문에 에스테르 학생이 대답한다. “축구 응원문화가 장난 아니죠. 마치 정신 나간 사람처럼 응원해요. 안내 요원이 술 취해 난동부리는 팬을 잡아갈 정도죠.” 아직 분위기 파악 중인 에스더 학생에게 귀띔해준다. “한국에서는 이렇게 선수마다 다른 응원가를 불러줘요.” 흥미롭다는 듯 에스더 학생이 대답한다. “물론 지역마다 다르겠지만 제가 살던 LA에는 선수 개인을 위한 응원가는 없었어요. 이렇게 조직적인 응원도 없었고요. 정말 놀라운 경험이네요!”

  헝가리에도 프로야구 리그가 존재한다. 그러나 에스테르 학생은 헝가리 프로야구 인기는 약한 편이라고 밝힌다. “헝가리에도 프로야구가 존재하긴 해요. 하지만 다들 관심이 없죠. 경기 중계는 물론 야구 뉴스도 찾아보기 어렵고요. 그나마 구단도 동부 지역보다는 부다페스트와 서부 지역에 많아요. 그 지역이 더 잘 살거든요.” 

 

  경기 관람을 다채롭게  

  공수 교대가 이뤄지는 시간, 전광판 화면에 젊은 연인이 잡혔다. 키스타임이다. 캐나다에서 온 제네사 학생(프랑스어문학전공 3)이 흥미로운 듯 쳐다본다. 스피드스택스를 응용한 게임도 진행된다. 구단에서 ‘회원의 날’을 맞이해 마련한 순서다. 이처럼 공수 교대 중간마다 전광판에서 중계되는 이벤트가 제네사 학생은 퍽 즐거운 모양이다. “관중을 의기투합해주는 시간인 가 봐요. 키스타임이 특히 마음에 드네요.” 

  치어리더가 아이돌 노래와 트로트 노래에 맞춰 춤춘다. 제네사 학생과 레이첼 학생(경영학부 3)도 리듬에 몸을 맡긴다. 캐나다에서 온 레이첼 학생이 노래를 듣자마자 반응한다. “들었어요? 트와이스 노래잖아요!” 에스테르 학생은 치어리더가 낯설게 느껴진다고 말한다. “헝가리에는 춤추며 응원하는 치어리딩 문화가 없어요. 그러나 다 함께 노래를 부르기는 하죠.” 에스더 학생도 한마디 거둔다. “MLB 경기에서는 7회가 끝나고서 다 함께 일어나 노래를 부르는 전통이 있어요. ‘Take Me Out to the Ballgame’이라는 노래를 최대한의 목소리로 힘차게 따라 부르곤 하죠.” 

 

  역전패 충격을 덤덤히

  5회말 LG 트윈스가 삼성 라이온즈를 4:0으로 앞서간다. 이윽고 LG 트윈스 4번 타자 조셉 선수가 타석에 선다. 전광판을 본 에스더 학생이 신기한지 말을 걸어온다. “전광판에 ‘조셉’ 두 글자가 한글로 적힌 걸 보니 신기하네요. 저 선수는 스카우트된 건가요? 아니면 본인이 희망해서 온 건가요?” 그 순간, 탕! 조셉 선수가 적시타를 뽑아낸다. 3루 주자는 홈으로 들어와 1점 격차를 벌려 어느덧 점수는 5:0이 된다. 

  그러나 7회초부터 어딘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흐른다. LG 트윈스 선발투수 윌슨 선수가 2점 실점한 뒤 교체된다. 설상가상으로 LG 트윈스의 연이은 수비실책으로 경기는 점차 미궁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8회초 결국 5:6으로 역전에 이른다. 아직 경기 종료 전인데도 LG 트윈스 팬들이 하나둘씩 경기장을 떠나기 시작한다. 에스더 학생은 못내 아쉽다는 표정이다. “경기 초반 5점이나 앞서다가 한번에 실점하니 허탈함이 크네요. 경기에 몰입한 탓이겠죠?” 그러나 에스더 학생은 야구의 묘미를 알고 있었다. “그래도 점수가 왔다 갔다 하는 게 살아있는 야구의 묘미라고 생각해요.” 결국 9회말까지 또 한번 점수를 뒤엎는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GOODS 좋아요! 

  경기장을 나서는 길, 가판대가 보인다. 굿즈를 파는 곳이다. 주위에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다. 가판대에는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은 헬로키티 피규어는 물론, 파우치와 카드지갑 등이 놓여있다. 이를 본 제네사 학생은 흡족한 표정이다. “헬로키티를 활용한 제품이네요. 좋은 마케팅이에요. 오늘을 추억할 수 있는 특별한 야구 기념품이 될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러나 제네사 학생은 끝내 지갑을 열지는 않았다.

  에스더 학생은 야구장에 언제든지 다시 오고 싶다고 말한다. “응원 문화를 직접 겪어보니 왜 한국 사람들이 야구에 이토록 열광하는지 알게 됐어요. 기회가 닿으면 또 올까 봐요.” 에스테르 학생은 벌써 구체적인 계획도 세웠다. “날이 따뜻해지면 한번 더 오고 싶어요. 경기 후반부에는 조금 쌀쌀하더라고요.” 프로야구 시즌이 현재 순항 중이다. 중간고사를 마친 기쁨을 야구장에서 만끽해보는 건 어떨까. 물론 시험 기간 스트레스를 풀러 야구장에 들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문화수첩: 에스테르, 제네사 학생이 열광하는 스포츠는?

 

 헝가리는 수구 강국이다. 수구는 수중 경기장에서 두 팀이 공을 이용해 득점을 겨루는 수영 경기다. 물속에서 진행되는 유일한 구기 종목인 수구는 ‘물속의 핸드볼’이라고도 불린다. 현재 헝가리 수구 리그에는 남자 총 16개, 여자 총 10개 프로팀이 존재한다. 이 중 수도 부다페스트에만 7개 남자 프로팀과 5개 여자 프로팀이 존재한다. 헝가리에서 가장 큰 수구 선수권 대회는 매년 2월부터 5월까지 개최된다. 프로 리그 경기는 TV로 생중계되며 헝가리 국민의 수구에 대한 관심도 높은 편이다. 헝가리 수구 국가대표팀이 대회마다 월등한 성적을 뽐내주기 때문이다. 헝가리 남자 수구 국가대표팀은 9번의 올림픽 금메달과 3번의 세계 선수권대회 우승을 거머쥔 적 있다. 

 

  캐나다는 아이스하키 강국이다. 캐나다 국민은 어릴 적부터 동네 빙상 경기장에서 하키 스틱을 들고 논다. 북미아이스하키 리그(NHL)는 총 31개 팀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캐나다 연고 팀은 토론토, 밴쿠버, 몬트리올 등 총 7개 팀으로 구성돼 있다. 다만 온전히 캐나다 팀으로만 구성된 성인 프로 리그는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정규 리그는 10월 첫째 주에 막을 올려 이듬해 4월 첫째 주에 막을 내린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김정민 팀장은 캐나다 아이스하키는 우리나라 프로야구 인기에 비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하키가 곧 캐나다죠. 캐나다에서 만들어진 스포츠고, 캐나다가 제일 잘해왔고, 선수와 지도자 숫자 측면에서도 범접 불가니까요.” 관중석 열기도 매우 뜨거운 편이다. 적대적인 선수에 대한 야유도 다른 종목에 비해 심하다. 얌전한 밴쿠버 팀 팬들이 일으킨 폭동 역시 플레이오프 우승이 좌절되고 나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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