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를 정리하다 교통비 때문에 놀랐다. 지난달 교통비가 43만원이 나왔다. 방학 때 고향에서 가족들이랑 설날 지낸 것 외엔 별거 없었는데? 아 맞다! 집과 학교를 두 번 왔다 갔다 했다. 학교에 갈 때마다 왕복 약 20만원의 지출이 발생한다. 가계부를 적으면서 본인이 제주도민이라는 사실을 뼈아프게 기억해낸다.

  ‘중앙대 제주향우회’는 비싼 교통비를 감당하면서도 서울에 온 같은 처지인 사람들의 모임이다. 회원들에게 서울에 온 이유를 물어봤다. 대부분 공통된 답을 해줬다. “말은 제주로 사람은 한양으로.” 제주도민이라면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은 말이다. 이 말은 말에게 적합환 환경은 제주도이고 사람에게 적합한 환경은 서울이라는 의미이다. 예로부터 제주도는 바다로 둘러싸여 말이 많아도 교통이 열악해 산업이 발달할 수 없었다. 이토록 사람이 섬에게 나가기 힘든 구조에도 서울로 가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는 제주도에 일자리가 적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들 그렇게 ‘인서울’에 목을 맸다. 우리 제주도민은 일자리 가뭄을 피해 이동하는 말 떼다.

  서울시 청년통계에 따르면 2017년 서울시로 진입한 청년의 수는 21만7407명으로 전출 인구보다 1만7754명 많다. 저출산, 인구감소 추세라 하지만 서울로 몰려드는 인구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와 같은 서울 인구 과밀화는 서울 취업 시장을 과열 경쟁으로 치닫게 한다. 서울의 한 취업학원의 수강생은 10명 중 7명이 지방 출신이다. 취업을 위해 지방에서 서울로 많이 사람이 많이 몰려 학원 등록도 경쟁해야만 가능하다.

  기자가 다니던 고등학교에서는 대략 50%의 학생들이 서울 소재 대학에 진학했다. 청년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서울로 일자리를 찾으러 제주를 떠났다. 이러다 제주도의 인구 그래프에서 청년 부분이 텅 비지는 않을지 걱정된다. 떠나는 청년의 증가는 제주도만 겪는 현상이 아니다. 2017년 한국고용정보원의 통계에 따르면 전라남도 고흥군은 25세에서 29세의 청년들 10명 중 6명이 떠나는 상황에 부닥쳤다. 만약 청년이 지속적으로 지역을 떠난다면 지방이 소멸할지도 모른다.

  청년들의 수도권 집중 현상은 대한민국의 오랜 문제이다. 여기서 질문이 생긴다.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온 청년들이 문제인 걸까, 지방에서 서울로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가 문제인 걸까. 분명 수도권 집중현상은 오랜 문제임에도 아무도 이 질문에 분명한 답을 주지 않고 있다. 완화는커녕 심화되는 실정이다. 지방에 일자리가 부족해 청년들은 지역을 떠나고 지역의 산업은 더욱 발전할 길이 좁아진다. 이런 구조적 문제에 답이 아예 없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청년을 지방으로 끌어들이는 임시방편보다는 먼저 지역이 청년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제주도에만 말이 있는 것은 아니다. 서울에 가야지만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제주도는 말만의 고향이 아니다. 그러니 이제 더이상 서울 가야 취직된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다. “말은 제주로 사람은 한양으로”라는 말을 그저 옛말로만 남겨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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