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에도 부연 하늘은 해가 떠오를 자리를 주지 않습니다.
이른 아침에도 뿌연 하늘은 해가 떠오를 자리를 주지 않습니다.

미세먼지는 영어로 ‘Fine Dust’다. ‘미세’와 ‘Fine’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 때문인지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미세먼지가 미치는 영향은 절대 작지도 괜찮지도 않다.

  미세먼지가 뭐길래

  미세먼지는 크기에 따라 두 종류로 나뉜다. 하나는 지름이 10μm보다 작은 미세먼지 PM10이고 다른 하나는 지름이 2.5μm보다 작은 초미세먼지 PM2.5이다. 미세먼지가 몸속에 쌓였을 때 위험한 이유는 작은 크기 때문만이 아니다. 미세먼지는 황산염과 질산염, 탄소류, 검댕 등 유해한 성분으로 구성돼 염증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특히 초미세먼지는 일반 미세먼지에 비해 표면적이 넓어 같은 농도일 때 유해물질과 더 잘 흡착된다. 또 입자가 작아 들이마셨을 때 기도에서 걸러지지 않고 폐포까지 침투한다. 이러한 이유로 세계보건기구(WHO) 산하의 국제암연구소는 이미 지난 2013년 미세먼지를 1군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미세먼지, 폐에만 폐 끼치지 않아

  미세먼지는 폐에 쌓일 뿐만 아니라 혈관을 따라 몸 곳곳에 퍼진다. 따라서 호흡기 질환, 심혈관 질환, 안과 질환, 피부 질환 등 다양한 증상을 유발한다. 중앙대병원 신종욱 부원장은 “미세먼지가 비염, 천식 등의 호흡기 질환을 악화시킨다”며 호흡기가 약한 사람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미세먼지로 인한 호흡기 피해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으로도 이어진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미세먼지 농도가 10μg/㎥ 증가할 때마다 만성 폐쇄성 폐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은 1.1%, 폐암 발생률은 9% 증가한다.

  미세먼지 피해는 호흡기 질환에서 그치지 않는다. 미세먼지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심근경색과 같은 허혈성 심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이 낮게는 30%, 높게는 80%까지 증가한다. 또한 미세먼지는 알레르기성 결막염의 발생 가능성을 높이며 콘택트렌즈 사용자의 안구에 건조감과 이물감을 유발한다. 최근 연구 자료에 따르면 미세먼지는 염증 반응을 일으켜 표피 장벽기능을 떨어뜨리고 주름과 색소반점과 같은 노화증상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마스크를 쓰고 계단을 내려가는 학생들.
마스크를 쓰고 계단을 내려가는 학생들.

  막아내고 씻어내고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선 일상에서 대처법을 실천해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보건용 마스크’ 착용을 권장한다. 보건용 마스크는 의약외품으로 분류된 마스크로 외부 포장에 입자 차단 성능을 나타내는 KF지수가 표기돼 있다. KF80은 미세먼지를 80%, KF94는 94%, KF99는 99%를 막아낸다. KF 뒤에 오는 숫자가 클수록 입자차단율은 높아지지만 마스크 착용 시 들숨에 저항이 생기고 이산화탄소 농도가 짙어져 숨쉬기 불편해진다. 특히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는 보건용 마스크가 오히려 건강을 위협할 수 있어 마스크 착용 전 의사와 상의하는 등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위생관리도 철저해야 한다. 콘택트렌즈를 착용한 경우 8시간 이상의 장시간 사용을 피하고 렌즈를 깨끗이 세척해야 한다. 외출 후 집에 돌아오면 환경부에서 배포한 대응매뉴얼에 따라 손과 얼굴을 꼼꼼하게 씻고 식염수로 눈과 코까지 씻어내야 한다. 그러나 씻는 것만이 만능열쇠는 아니다. 신종욱 부원장을 비롯한 식약처, 환경부, 질병관리본부 등의 전문가 모두가 무엇보다도 외출을 자제할 것을 권했다.

평소에 선명하던 남산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평소에 선명하던 남산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도둑맞은 현재

  환경운동가 테오 콜본의 저서 「도둑맞은 미래」에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다음 세대를 위협하는 많은 화학물질은 우리 몸으로 들어올 길을 찾고 있다. 안전하고 오염되지 않은 곳은 어디에도 없다.” 유해화학물질이 응축된 미세먼지는 호시탐탐 우리의 몸을 노리고 있다. 그리고 공기처럼 어디에나 있다. 우리는 이 곳곳에 있는 침입자를 힘껏 막아내고 씻어내야 한다. 미세먼지의 심각성에 비해 보건용 마스크를 쓰고 손과 눈을 씻는 일이 미약해보일 순 있다. 그러나 이는 미세먼지에 맞서는 1차적 조치다. 오늘날 미세먼지 농도가 짙어지는 만큼 미세먼지 대응요령을 생활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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