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없이 던진 한마디가
가해 행위와 처벌로 이어져
더 큰 2차 피해 상처 막으려면

‘피해자 코스프레’ 무심코 내뱉는 한 단어가 누군가에게는 상처로 돌아온다. 2차 가해 행위를 둘러싼 부족한 인식과 처벌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는다. 사회적 약자를 향한 2차 가해는 구조적 불평등으로도 연결될 수 있어 더욱 심각하다. 현행법에서는 ‘2차 가해’라는 명목으로 가해자를 처벌하는 별도의 조치가 없다. 하지만 2차 가해 행위에 따라 형법상 명예훼손죄나 모욕죄 등 여러 법률적 조건으로 처벌이 가능하다. 전문가와 2차 가해는 어떻게 처벌 될 수 있는지 알아보고 2차 가해를 막기 위한 대응 방안을 살펴봤다.

  2차 가해를 관통하는 처벌

  2차 가해 행위가 형법 및 기타 관련 특별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죄에 해당하면 당연히 처벌 대상이 된다. 진보라 변호사는 2차 가해 행위에 따라 다양한 처벌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언어적 2차 가해는 명예훼손죄와 모욕죄, 협박죄에 해당할 수 있어요. 유형력을 행사했다면 폭행이나 상해죄에 해당할 수 있죠.” 이외에도 형사 처분 대상이 아닌 2차 가해를 당한 피해자는 법원에 접근금지가처분을 신청하거나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명예훼손죄와 모욕죄, 사이버 명예훼손죄에 해당하는 2차 가해 행위에 무엇이 있을까. 예를 들어 일반인 A씨가 “성폭행 피해자 B씨가 가해자 C씨와 밤에 술을 같이 마시고 동의 하에 성관계를 했음에도 성폭행 피해를 입었다고 신고했고 그 후 가해자 C씨에게 합의금을 요구했다. 피해자 B씨는 꽃뱀이다.”라고 주변 사람들에게 발언했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B씨가 동의 하에 성관계를 맺지 않았다면 A씨는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였으므로 형법 제33장 제307조(명예훼손) 제2항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다. 이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모욕죄가 성립하는 2차 가해 행위는 형법 제33장 제311조(모욕)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모욕죄는 명예훼손죄와 달리 사실 또는 허위사실을 적시하지 않고 경멸의 의사표시를 한 상황에 해당한다. 일반인 D씨가 학대를 당한 장애인 E씨에게 장애인 비하 표현을 사용하며 “학대를 당할만하다.”라고 발언했다면 경멸적 의사표시인 장애인 비하 발언을 했기 때문에 모욕죄로 형사처분을 받을 수 있다.

  한편 인터넷 환경에서 발생한 2차 가해 행위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처벌받는다. 일반인 F씨가 폭행 피해를 본 성소수자 G씨에 대해 “G씨가 활동한 온라인 커뮤니티의 성향으로 미뤄보면 평소 G씨의 사상과 처신이 잘못됐다.”라는 글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했다. G씨가 해당 커뮤니티에서 활동하지 않았다면 F씨가 정보통신망에 공공연하게 허위사실을 드러냈으므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10장 제70조(벌칙) 제2항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다. 이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온라인상에서 일어나는 명예훼손은 정보가 시공간을 초월해 신속하게 전달되는 인터넷의 특성의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일반 명예훼손보다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어 처벌이 가중된다.

  상처받는 피해자 곁에서

  현행법과 국립국어원의 사전적 정의에서 ‘2차 가해’라는 용어는 찾을 수 없다. 이는 2차 가해 개념에 대한 부족한 사회적 합의와 가해자들이 2차 가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과 연관이 있다. 허민숙 입법조사관(국회입법조사처)은 2차 가해에 대한 사회적 정의와 피해자 중심주의가 우리 사회에 상식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고 말한다. “2차 가해와 그로 인한 피해에 대해 정확한 인식과 대응책이 미흡해요. 이는 피해자를 포함한 사회적 약자가 의도적으로 무시당하는 현실과 밀접한 연관이 있죠.” 그는 저마다의 차이에 대해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열등한 존재로 치부하는 불평등한 사회 구조 속에서 피해자의 목소리가 왜곡됨을 지적했다.

  무엇보다도 많은 이들이 2차 가해 행위가 피해자에게 큰 고통을 주는 처벌 대상임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전문가들 역시 2차 가해를 막기 위해 인식적 개선과 법률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주아 전문연구원(중앙대 인권센터)은 교육을 통한 사회구성원 전체의 인식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가해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게 제일 중요하죠. 지자체는 인권센터를 설립하고 지속적인 인권 교육을 위해 노력해야 해요.” 진보라 변호사는 2차 가해에 대한 가중처벌 규정을 언급했다. “현재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 9(보복범죄의 가중처벌 등)에 따라 살인, 상해, 폭행, 체포, 감금, 협박 등의 경우가 규정돼 있죠. 규정된 항목 외에 다양한 2차 가해 행위들이 발생하고 있으므로 가중처벌 되는 행위의 종류를 좀 더 넓히면 좋을 듯해요.

  허민숙 입법조사관은 우선 1차 가해를 정확히 진단하고 처벌해 재발을 막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피해자가 1차 피해로부터 제대로 구제받지 못했을 때 2차 피해 가능성이 열려요. 피해자와 가해자의 정체성과 지위에 의해 사건의 경중이 판단되지 않는 진정한 사회 정의를 실현해야 하죠.” 또한 그는 사회적 약자에게 일어나는 2차 가해를 막기 위해 ‘차별금지법’ 제정을 강조했다. “사회적 약자를 향한 차별적 태도를 지양하지 않는 이상 2차 가해와 유사한 사회 현상을 방지하기는 어려워요. 같은 시민으로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고 타인을 차별하지 않는 태도를 갖추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죠.”

  주변에 2차 피해로 고통받는 이가 있을 때 우리는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김주아 전문연구원은 피해자가 피해에 대응할 수 있을 때까지 소통하며 힘을 줘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그는 피해자에게 소문의 진위에 관해 묻거나 주변의 평가를 전달하는 언행도 2차 가해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피해자는 긴 시간 아픔과 고민을 거쳐 피해 경험을 이야기하므로 주변인의 경청과 공감하는 자세가 바람직하다. 나의 주변 사람이 고통받듯 소중한 누군가가 피해받지 않는 사회를 위해 불의에 눈감지 않고 연대하는 자세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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