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남북 정상회담 협의문을 발표했습니다. 협의문에는 핵 없는 한반도 실현을 중심으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성 설치, 이산가족 상봉 등의 내용이 담겼죠. 판문점선언 이후 평화의 분위기가 계속되면서 한반도에서는 오랜만에 교류가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스포츠 분야에서 단일팀이 구성됐으며 남북 철도 연결을 위한 공동조사가 시작됐죠. 대학들 또한 적극적으로 교류의 움직임을 보이는데요. 남북 대학 교류의 현황을 살펴보고 독일의 사례를 통해 대학 교류가 나아갈 방향을 알아봤습니다.

남북으로 퍼지는 학문의 장

 

휴전선에 가로막혔던
남북 대학들

평화의 기류 속에서
손잡고 내딛는 한 걸음

 


지난 4월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다. 남북 정상이 손을 맞잡고 환하게 웃으며 휴전선을 넘는 모습은 한반도 역사에 길이 남을 장면이다. 한반도에 평화의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남북 대학들도 교류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 남한과 북한 대학이 힘을 합쳐 학문을 연구하고 기술을 개발하고자 하는 것이다. 중앙대 또한 지난달 9일 평양과학기술대(평양과기대)와 교류하기 위해 만남을 가졌다. 남북 대학 교류의 현황을 짚고 남북 대학 교류의 의미와 나아갈 방향을 알아봤다.

지난달 9일 김창수 총장과 평양과기대 전유택 총장을 포함한 관계자들이 양교 간 공동연구 및 교수교류 협정 체결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다.
지난달 9일 김창수 총장과 평양과기대 전유택 총장을 포함한 관계자들이 양교 간 공동연구 및 교수교류 협정 체결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다.

 

발걸음을 뗀 중앙대


 지난달 9일, 중앙대 서울캠에 북한 소재 대학인 평양과기대가 방문해 교류 협력에 대한 회의를 진행했다. 이후 평양과기대는 지난달 21일부터 23일까지 3일간 열린 QS APPLE 컨퍼런스에 초청되기도 했다. 홍준현 국제처장은 평양과기대와 공동연구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수 차원에서 이뤄지는 연구 중심의 교류를 논의했어요. 평양과기대에 있는 농생명과학부, 전기컴퓨터공학부, 국제재무관리부, 의치의학부 등의 학과와 관련 있는 중앙대 전공단위와의 추후 공동연구 가능성을 언급했죠.”


 중앙대와 평양과기대의 교류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단계다. 학생 차원에서 이뤄지는 교류와 구체적인 절차는 계획이 없는 상태다. “학생 차원의 교류는 정부와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라 중장기적으로 검토하려고 해요. 교류협력의 내용을 보다 구체화하기 위해 조만간 추가적인 만남을 계획하고 있어요.” 홍준현 국체저장은 교류 내용을 상세히 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함께 나아가는 학문의 장

 현재 남북 대학 간 교류는 학문 연구를 중심으로 논의가 오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강원대, 전남대, 한동대 등이 평양과기대와 교류 협약을 맺었다. 이외에도 포항공대와 고려대, 한국정보통신대(현 KAIST), 단국대 등의 대학이 과거에 평양과기대와 교류 협약을 맺었다.


 국내 대학과 활발히 교류하고 있는 평양과기대는 남한과 미국의 자본으로 북한에 설립한 특수 대학이다. 정구연 교수(강원대 정치외교학과)는 평양과기대가 북한의 다른 대학과 비교해 자율성을 지닌다고 말했다. “평양과기대는 한국의 사단법인 동북아교육문화협력재단과 북한의 교육 행정기관인 교육성이 공동으로 투자한 사립대학이에요. 일반적인 북한 내 종합대학보다는 자율성이 있죠.”


 강원대의 경우, 분단도이면서 가장 긴 DMZ를 보유하고 있는 강원도의 지리적 특수성을 살려 ‘통일 한국의 중심대학’을 비전으로 삼았다. 이에 따라 강원대는 평양과기대와 지난 8월 남북 학술교류와 공동연구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서는 농업, 축산, 산림 분야 공동 연구와 교수·학생 교환, 국제 학술행사 공동 참가 등이 언급됐다.


 정구연 교수는 최근에도 강원대에서 북한 대학과 협력을 위한 논의가 계속해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에 강원대 남북교류협력위원회 출범 선포식이 있었어요. DMZ의 평화적 이용과 에너지자원 개발, 삼림협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방안을 논의했죠.”


 한동대 또한 ‘통일을 준비하는 대학’이라는 모토를 내걸고 평양과기대와 사업 협약을 맺었다. 한동대는 지난 3월 북한 식량과 보건 및 환경 분야 개선 사업에 우선 협력하기로 했다. 지난 9월에는 평양과기대 총장단 및 교수진과 함께 공동 워크숍을 개최하고 상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한동대는 DMZ 인근에 북한 학생들의 학습을 돕고 통일 관련 교육 및 정책 등을 연구 및 수행하는 센터 설립도 추진 중이다.


 전남대의 경우, 평양과기대와 농업 중심의 학술 교류를 약속했다. 전남대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북한농업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대학이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전남대는 평양과기대와 공동협력사업에 관한 협약서를 체결했다. 협약은 전남대의 친환경농업, 시설원예, 스마트 팜과 같은 우수한 기술과 연구실적에 대해 평양과기대 농생명과학부가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며 남북농업협력을 제안하면서 이뤄졌다. 두 대학은 평양에 북한주민의 생활환경을 개선하고 북한 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신기술 복합농업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의견을 나눴다.


 한편 남북 학생 간 교류를 추진하는 대학으로는 서울대가 대표적이다. 서울대는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서울대학교·김일성종합대학 교류추진위원회(서울대 교류추진위)’를 설립해 김일성종합대와 교류를 준비하고 있다. 서울대 교류추진위는 지난 6월과 7월 두 차례 김일성종합대에 학생 간 만남을 추진하고 싶다는 메일을 보냈다. 이후 8월에는 김일성종합대가 서울대 72주년을 축하하는 내용과 교류에 긍정적인 입장을 담은 답신을 보내왔다. 서울대 교류추진위는 김일성종합대와 교류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통일 공모전과 공동경비구역 견학을 계획하고 있다. 

 

이제는 닿을 수 있을까

 많은 대학이 북한과 교류를 위해 노력하지만 북한 대학과 직접 접촉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여전히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 대학 구성원 간 직접적인 만남이 어렵기 때문이다. 정구연 교수는 북한 대학과의 교류를 위해 엄격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통일부의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고 북한은 노동당 내부의 결정과정을 거쳐야 해요. 북한 대학과의 교류가 용이한 구조는 아니죠.” 서울대 또한 김일성종합대에 교류를 제안하는 메일을 보내기 전 통일부의 북한 주민 접촉 승인을 받았다.


 지난 10월에는 강원대 교수진이 북한 대학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아직까지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에 대한 접근은 인도적 지원 차원에서만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에요. 북미 간 비핵화 협상 진전여부에 따라 본격적인 대학 교류가 가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어요.” 정구연 교수는 남북 교류와 협력이 지금보다 더 활발하게 이뤄져야 방문이나 학생 간 교류 또한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한과 상이한 북한 대학의 체계 또한 대학교류에서 한계점으로 작용한다. 북한 대학 중 종합대학은 3개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주로 야간 대학이나 이공계 단과대이다. “북한의 대학교육은 오랫동안 북한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도구 역할을 수행해 왔어요. 종합대학은 김일성종합대와 일부 대학으로 제한돼 있고 당 간부 양성을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죠. 반면 대부분의 대학은 공장, 기업소, 협동농장 등에 부설된 대학으로 기술인력을 육성하기 위한 기관으로 기능하고 있어요.” 남한과 북한 대학의 제도적, 기능적 차이는 남북 대학 교류에 큰 한계가 되며 협력의 폭도 제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구연 교수는 대학 교류의 접근법을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남북간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교류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남북 대학 간 교류는 앞으로 통일을 주도할 젊은 세대들의 화합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정구연 교수는 남북 대학 간 교류가 계속해서 이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남북 간 교류가 일회적인 행사로 끝나지 않고 적극적으로 지속될 수 있도록 철저한 준비가 필요해요. 특히 대학 교류는 지식공유 사업 측면에서 남북한 간의 지식 격차를 줄여나가야 하죠. 앞으로 대학 간 교류는 통일을 이끌어 나갈 후속 세대가 서로 신뢰를 형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기대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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