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여행을 갔을 때 일입니다. 좋아하는 영화 음반을 사고 싶어 친구들이 밥을 먹는 사이 홀로 그 음반 재고가 있는 매장에 다녀왔습니다. 2시간 가까이 걸렸지만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그때 사 온 음반에는 음악뿐 아니라 추억이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CD를 넣으면 플레이어가 CD를 읽으며 작게 지지직소음을 냅니다. 그 찰나의 순간, 곧 흘러나올 음악을 기대하며 숨을 죽입니다. 곧이어 나오는 음악은 영화의 장면, 그 장면을 보며 느꼈던 감정, 그리고 음반을 사러 가던 기억을 살포시 건네줍니다. 플레이어 앞에 앉아 음악을 듣던 시간은 소소한 행복이었죠.

지금은 이사 문제 때문에 음반을 다른 곳에 보관해 둔 상태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는 음반과 달리 듣고 싶은 음악을 언제 어디서든 들을 수 있게 해줍니다. 플레이어에 넣기까지 과정이 길던 음반과 달리 재생 버튼을 누르면 즉시 음악이 흘러나오죠. 빠르고 편리하지만, 기자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습니다.

터치만 하면 재생되는 스트리밍 음악처럼 세상의 모든 일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일상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음 내용을 기다리기 싫어 방영 중인 드라마 대신 완결 난 드라마를 보기도 하고 서점에 가는 시간이 아까워 종이책 대신 e-book을 보기도 합니다. 과정은 사라지고 순간의 즐거움만 남은 것이죠. 기자가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아쉬움을 느낀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은 우리에게 많은 시간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스트리밍 음악처럼 빨리빨리 지나가길 재촉하죠. 바쁜 현대인에게 시간을 지불한다는 건 사치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다들 과정 속 설렘을 잊어버린 것만 같습니다.

영화를 보러 간다고 상상해보세요. 가족이나 친구 또는 좋아하는 사람과 영화를 보러 갑니다. 어떤 영화를 볼지 고르고, 예매를 할 거예요. 영화 보면서 먹을 팝콘과 콜라도 살 겁니다. 시간이 조금 남으면 영화 전단지를 보거나 동행인과 이야기를 하며 상영 시간을 기다리겠죠. 이 모든 게 영화를 보기 위한 과정입니다. 이 과정은 영화와 함께 추억으로 남을 겁니다. 영화를 다시 볼 때마다 이 순간이 떠오르겠죠.

기자가 오디오 플레이어 앞에 앉아 노래를 듣는 순간도 그렇습니다. 닳고 닳도록 들었던 CD라도 플레이어를 통해 흘러나올 때마다 지나간 사진 앨범을 펼치는 것만 같거든요. 음악을 다 듣고 나면 그때의 감정이 전해주는 여운을 즐기기도 합니다.

돌아가는 것도 좋습니다. 무작정 직진하지 말고 때로는 샛길로 빠져보세요. 돌아가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만나고 많은 것을 남길 수 있거든요. 기자는 그래서 스트리밍 음악보다 음반이 건네주는 울림이 좋습니다.

오디오 플레이어가 CD를 읽으며 작게 지지직소음을 냅니다. 제 추억 어딘가를 읽고 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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