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학년도 2학기, ‘중국현대산문’이라는 전공과목을 맡았다. 그동안 어학에 집중된 수업이 대부분이었던 필자에게 있어 그 의미는 남달랐다. 왜냐하면 필자의 전공인 중국현대문학을 학우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기쁨을 감출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수업 준비에 있어 작지 않은 난관에 부딪쳤다. 방대하기 그지없는 중국현대산문의 세계에 과연 어떤 작품을 수업의 시작으로 삼을지에 대한 고민이 컸다. 고심 끝에 선택한 작품은 바로 중국 근대 사상가 량치차오(梁啓超)의 정론문(政論文) 「소년중국설(少年中國說)」이었다. 이 글은 량치차오가 1900년 『청의보(淸議報)』에 기고한 글로 당시 중국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주체는 다름 아닌 ‘소년’이라고 여긴바, “소년이 강하면 나라가 강하고, 소년이 성장하면 나라도 성장한다.”는 자신의 확신을 유감없이 드러내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소년’이라는 개념은 성별을 초월한 ‘젊은이’, ‘젊은 사람’, 즉 ‘청년’을 가리킨다. 당시 역사적 과도기 하에서 중국의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급속히 변하고 있었다. 이러한 위기감 속에서 ‘소년’은 당시 중국에 머지않아 도래할 새로운 시대적 소명을 이뤄나갈 수 있는 ‘주체’로서 인식되었다. 이처럼 「소년중국설」에는 ‘소년’을 향한 량치차오의 기대와 희망, 더 나아가 근대적 국민국가 건설에 대한 량치차오의 뜨거운 열망이 내포돼 있다.

  필자는 량치차오의 글을 통해 다시금 ‘소년/청년’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봤다. ‘소년’, 즉 ‘청년’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다양한 고민과 방식을 통해 끊임없이 모색하는 ‘열정’의 상징이 아닌가? 이러한 상징성은 비단 특정 국가, 특정 시기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당시 망국(亡國)의 위기 속에서 중국을 새롭게 일으킬 수 있었던 유일한 원동력이자 희망은 바로 ‘청년’이었다.

  청년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이끄는 발판이자 국가를 이루는 밑거름이다. 다만 급변하는 시대에서 작금의 현실 사회를 바라보는 청년들의 가치관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우리 사회의 각박한 취업난에 시달리다 보니 청년들은 점점 희망을 상실하고 있음을 누가 부정할 수 있으랴? 희망의 상실은 현실에 대한 부정과 절망으로 치닫고 있으며,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가 돼버렸다. 자신의 꿈과 재능을 키우는 데 주력해야 할 청년들의 삶이 치열하기 그지없는 경쟁의 최전선에서 싸울 수밖에 없는 처지를 생각하노라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그런데도 필자는 우리 청년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래도 안주하는 삶보다는 끊임없이 ‘도전’하고 ‘고뇌’하기를,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기를, ‘진취적’이고 ‘열정적’인 정신을 잃지 않기를 바라는 바이다. 마지막으로 량치차오의 글을 일부 발췌 인용하며 졸고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소년이 지혜로우면 나라가 지혜롭고, 소년이 부유하면 나라도 부유하다. 소년이 강하면 나라가 강하고, 소년이 성장하면 나라도 성장한다.”(“少年智則國智, 少年富則國富. 少年强則國强, 少年進步則國進步.”)

한지연 교수

중국어문학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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