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중대신문 기자 정주ㄴ-”
“저기요, 지금 저희 얘기하고 있는 거 안 보이세요?”
차가운 눈빛과 가시 돋친 말투에 입이 안 떨어진다. 서럽다. 나를 소개하기도 전에 대차게 거절당했다. 
“짧은 인터뷰 도와주실 수 있나요?”
“제가 이런 거 정말 질색하거든요. 진짜 못 하겠어요. 가볼게요.”
앞에 있던 학생이 얼굴을 굳히며 자리를 뜬다. 미안하기까지 하다. 준비했던 인터뷰 내용은 이미 머릿속에 온데간데없다. 발을 옮기는 내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기자는 이번 학기 매주 여러 주제로 게릴라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금 바빠서 죄송하다”며 지나가는 사람도 만났고 “다음에 만나면 꼭 도와드리겠다”며 부드럽게 거절하는 학생도 마주했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말 걸지 말라”며 쏘아붙이는 사람도 있었다.


사람들과 대화하는 건 자신 있었다. 1년 넘게 영화관 아르바이트를 하며 이미 서비스 마인드를 갖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며칠 만에 자신감이 송두리째 무너졌다. 바쁜 학생들의 소중한 시간을 나누어 받기는 생각보다 어려웠다. 인터뷰 서너 개에 성공하기까지 거절의 고배를 매주 삼사십 번을 들이켰다. 한 달 반 만에 거절 100번이라는 과업을 달성했다. 


이후에도 인터뷰하며 한동안 크고 작은 마음의 상처를 얻었다. 거절을 마주하면 어찌할 바를 몰랐다. 거절을 거절하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결국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다. 현장에서 거절은 인사만큼 숱하게 마주하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근사한 인사법을 넘어 ‘멋지게 거절당하는 법’을 궁리해야 했다.


“바쁘신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해요.” 멋지게 거절당하는 법은 간단했다. 쌀쌀하게 거절한 사람에게도 태연하게 고마움을 표시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언젠가 “못 도와드려 죄송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경계하는 사람에게는 말을 건넨 이유를 분명하게 밝혔다. “18학번 과잠을 입으셔서 수능이 생생하게 기억날 것 같았어요.” 그랬더니 기분 좋은 웃음이 돌아왔다.


 조금 더 용기를 냈다. 갈 길이 바쁘다는 학생에게 “혹시 인터뷰 가능한 친구분 있으면 이 명함에 있는 번호로 연락 좀 부탁드려요.”하고 너스레를 떨었다. 학생은 잠시 고민하더니 명함을 가져갔다. 사진 촬영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에게 “오늘 찍은 사진, 프로필 사진으로 활용하세요!”라고 말하자 기뻐했다.


기자와가 인터뷰를 요청한 사람과의 만남은 단 한번으로 끝날 확률이 높다. 다른 모습을 보여줄 기회가 없다. 거절당하고 떠나는 순간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인다면 상대방은 기자를 비굴한 모습으로만 기억할 것이다. 누군가에게 영영 그렇게 기억되기는 싫었다.


거절을 대하는 자세를 바꾼 후 인터뷰가 즐겁다. 승낙은 성공, 거절은 실패라고 단정해 마음이 괴로웠다. 하지만 거절을 막다른 길이 아닌 과정으로 받아들이니 썩 괜찮다. 거절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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