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월요일이다. 오늘 일정을 곰곰이 떠올려보자. 오전 수업을 듣고서 익숙한 사람과 함께 익숙한 메뉴로 점심을 먹을 것이다. 식사 후엔 또 어떠한가. 입안을 개운하게 한다는 명분으로 익숙한 카페에 들러 익숙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할 것이다. 다음 수업까지 시간이 남는다면 또다시 익숙한 공간을 찾아 익숙하게 시간을 때우지 않겠는가. 인간의 행동은 습관에 의해 형성된다. 색다른 시도를 해봐도 한두 번, 다시 돌아오기 마련이다. 타성이 무서운 이유다.

  여기에 “아니야!”라고 외쳐보자. ‘갑자기?’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러나 매일 과제, 팀플, 퀴즈 준비에 치여 무채색의 하루를 살아가는 당신을 위해 준비한 주문이다. 속는 셈 치고 따라 해보길 권한다. ‘점심 학식 먹을까?’ 생각이 들거든, “아니야!”를 외치며 정문으로 향하라. 

  일상을 거부하고 나를 포기하자는 거창한 말이 아니다. 일본의 세계적인 경영전략가 오마에 겐이치는 그의 저서 『난문쾌답』에서 인간을 바꾸는 방법 세 가지를 소개한다. ‘시간을 달리 쓰고, 새로운 사람을 사귀고, 사는 곳을 바꾸라’는 게 핵심 골자다. 당장 사는 곳을 바꾸는 건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를 수 있으니 잠시 넣어두자. 첫 번째와 두 번째 내용은 규정된 일상의 틀에서 벗어날 의지와 용기만 있다면 충분히 실현할 수 있다. 사소한 것부터 시작해보자. 항상 마시던 아메리카노가 아닌 따뜻한 유자차의 상큼한 향에서 오는 만족감은 분명 존재한다.

  문화부 기자로서 관심사가 ‘아닌’ 분야를 접하는 중이다. 이색적인 문화 체험은 언제나 유쾌한 충격을 준다. 지난 호에서는 추리 덕후를 만나 추리 세계를 염탐했다. 그들 덕분에 추리 장르는 <명탐정 코난> 그 이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번 호에서는 양지로 올라온 성인용품점 체험 기사를 다뤘다. 직접 만져보고 경험해보니 절로 신세계에 눈을 뜨게 됐다. 퍽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성인용품점 문을 내 집 문 열 듯 당차게 들어갈 사람 몇이나 되겠는가. 그러나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 첫걸음이 불러올 나비효과를 믿는다. 자,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자. 최근 일주일 동안 본인 취향과는 다른 선택을 해본 적 있는가. 평소에는 거들떠보지 않는 메뉴를 주문한 적 있는가. 권태는 어쩌면 평범한 일상에서 오는 지독한 개념일지 모른다.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을 필요는 없다. 그러나 색다른 시도가 주는 즐거움을 느끼고 싶다면 조금씩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인간을 바꾸는 방법을 주장하면서 오마에 겐이치는 ‘새로운 결심을 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무의미한 행위라고 덧붙인다. ‘아까는 시작이 반이라더니?’ 자칫 혼란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그는 결심에서 머물지 않고 실천에 옮기는 행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역설하는 것이다. 다함께 권태를 물리치는 주문을 외친 뒤 힘차게 하루를 시작해보자. “아니야!” 혹시 모른다. 어쩌면 아직 열지 않은 저 수많은 ‘문’이 우리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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