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뒷골목에 어두침침한 분위기, 내부가 보이지 않게 가려진 유리창.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성인용품점의 모습이다. 그러나 최근 번화가를 중심으로 들어선 성인용품점은 다르다. 화려한 간판과 시원하게 뚫린 통유리, 아기자기하고 알록달록한 기구들. 기존에 금기시됐던 성인용품은 어느새 ‘트렌드’가 돼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최근 유행하는 성인용품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큰 변화는 ‘화려’해졌고 ‘예뻐’졌다는 점이다. 성인용품의 대중화는 곧 성(性)문화의 개방을 의미한다. 성인용품점 방문 및 관련 제품 사용 경험이 있는 A씨(21)는 이러한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화려하고 예쁜 성인용품이 친근하게 다가오는 건 사실이죠. ‘성’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요.”

  김민석 학생(홍익대 법학부)은 성인용품의 대중화가 안전한 성문화 조성에 기여한다고 말한다. “성인용품이 양지화되면서 인체에 무해한 재질 및 성분으로 만들어진 제품이 많이 등장하고 있어요. 매장에서 그런 제품을 추천받기도 하고요. 더욱 안전하게 성을 즐길 수 있는 기반이 된다는 면에서 환영할 만한 변화라고 생각해요.”

  성인용품은 성관계와 자위를 ‘즐길’ 수 있는 ‘토이(toy)’다. 뿐만 아니라 BDSM(결박·구속·가학성애·피학성애)과 같은 은밀한 문화마저도 친근하게 이끌어온다. 이러한 제품이 여전히 낯뜨겁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그러나 A씨는 이 또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한다. “드라마 속 키스 장면이나 핫팬츠가 처음 등장했을 때도 사회적으로 파장이 컸어요. 미풍양속을 해친다며 욕을 먹기도 했죠. 하지만 지금은 굉장히 자연스러운 현상이 됐잖아요?” 성인용품도 곧 자연스러운 문화로 녹아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편 성인용품의 대중화는 왜곡된 성(性)인식을 고착화할 수 있다는 부작용을 동반한다. 실제로 사람 신체 일부를 본뜨거나 아동의 신체를 모티브로 하는 기구에 대해서는 꾸준히 문제 제기가 이뤄지고 있다. 성 상품화 혹은 소아성애와 같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김민석 학생은 일부 성인용품이 갖는 윤리적 문제성에 공감한다. “논란이 되는 제품의 경우 일부 남성들의 비윤리적인 성적 환상을 충족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읽혀요. 특히 아동을 성적 대상화하는 건 매우 부적절하다고 생각해요.”

일부 성인용품은 여성의 신체를 적나라하게 묘사하거나 아동·청소년을 성적 대상화하곤 한다.
일부 성인용품은 여성의 신체를 적나라하게 묘사하거나 아동·청소년을 성적 대상화하곤 한다.

  건강한 성을 즐기기 위해서는 사회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김민석 학생은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음지에 있던 성문화가 양지로 올라오는 현상은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해요. 다만 그런 움직임이 더 구조적으로 일어났으면 좋겠어요. 어린 학생들부터 체계적인 성교육이 필요한 이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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