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리학을 국가 이념으로 내세웠던 조선 사회는 상인을 천하게 여겼다. ‘청빈’을 중요시하는 사대부 입장에서 상인들은 사사로운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생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힘쓴 의로운 상인들도 있었다.

거상 김만덕
거상 김만덕

  대표적으로 손꼽히는 인물이 바로 ‘거상 김만덕(1739~1812)’이다. 김만덕은 원래 제주 지역에서 이름을 떨친 기생이었다. 이후 기생 신분에서 벗어난 그는 제주도와 육지 물품을 교역하는 유통업에 뛰어들었다. 제주도의 특산물인 미역, 말꼬리 털, 전복 등을 육지에다 팔아 큰돈을 모았다.

  김만덕이 오늘날까지 이름을 떨치게 된 것은 단지 막대한 부를 이뤘기 때문만이 아니다. 가뭄과 홍수가 지속돼 백성들이 기근에 시달리던 어느 해였다. 조정에서 보낸 구휼미까지 풍랑에 침몰해 많은 제주도민이 굶어 죽을 위기에 처했다. 이때 백성들에게 손을 내민 인물이 바로 김만덕이었다. 그는 유통업을 통해 모은 전 재산을 털어 구입한 쌀로 제주도 백성들을 살려냈다.

  김만덕에 대한 소문은 곧 한양까지 퍼졌고 많은 사람이 앞다퉈 그를 칭송했다. 정조 임금은 김만덕에게 ‘의녀반수’라는 벼슬을 내렸다. 여성이자 상인으로서 이례적으로 이름을 떨친 그의 삶은 이후 드라마 <거상 김만덕>을 통해 재조명되기도 했다.

거상 임상옥
거상 임상옥

  또 다른 상인 임상옥(1779~1855)은 의주 지역에서 청나라와의 무역을 담당했다. 그는 조선 최고의 특산품인 인삼을 팔아 큰 이익을 남겼다. 이후 우리나라 최초로 국경 지방에서 인삼 무역권을 독점해 천재적인 장사 수완을 발휘하기도 했다.

  그의 재치와 수완이 드러나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사절단 수행원으로서 청나라를 방문했을 때였다. 청나라 상인들이 불매 동맹을 맺고는 조선 인삼을 사주지 않았다. 인삼 가격을 낮춰 헐값에 사들이려는 교묘한 계략이었다. 이를 눈치챈 임상옥은 기지를 발휘했다. 청나라 상인들이 보는 앞에서 일부러 인삼을 불태워버린 것이다. 깜짝 놀란 청나라 상인들은 그를 말렸고 결국 임상옥은 원가의 수십 배로 인삼을 매각해 막대한 재화를 벌어들였다.

  이러한 일화는 임상옥의 상업적 수완만을 강조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상업 활동으로 벌어들인 돈 대부분을 굶주린 백성과 수재민을 구제하는 데에 썼다. 임상옥은 이후 드라마 <상도>에서 다뤄지며 다시 주목받았다. “장사는 돈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다.” 그가 남긴 명언은 오늘날까지도 전해져오며 기업이 추구해야 하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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