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동북아시아 정세
리더가 갖춰야 할 자세 언급해

지난 1일 반기문 전 총장이 중앙대를 찾았다. 사진 김정훈 기자
지난 1일 반기문 전 총장이 중앙대를 찾았다. 사진 김정훈 기자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이 중앙대를 방문해‘UN과 21세기 글로벌 리더십’을 주제로 강연했다. 서울캠 총학생회와 학생처가 주최한 이번 강연은 지난 1일 310관(100주년기념관 및 경영경제관) B501호에서 열렸다. 강연에서 반기문 전 총장은 급변하는 세계정세를 주도하는 리더가 되기 위해 어떤 자세를 갖춰야 하는지 설명했다.

  반기문 전 총장은 우리나라가 처한 국제 정세를 설명하며 강연의 서두를 열었다. 21세기 동북아시아의 정세는 급변하고 있다. 다자주의를 최고의 가치로 삼으며 세계의 지도자를 자처해왔던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아메리칸 퍼스트’를 앞세우고 있다. 더욱이 북핵 문제와 미국과의 무역에 있어서 중국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시점이다. 반기문 전 총장은“한미 간, 한중 간 관계 속에서 급변하고 있다”며 “이제 우리나라와 세계를 이끌어갈 주역은 바로 여러분이다.”고 말했다.

  반기문 전 총장은 리더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자세로 다섯 가지를 꼽았다. 먼저 그는‘성실한 자세’를 갖춘다면 타인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며 자신이 UN 사무총장으로 선출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로 성실성을 언급했다. 당시 UN 사무총장은 국가 간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있는 중립국이나 제3국 출신이 선출됐었다. 한국은 미국의 최우방국이므로 러시아와 중국의 반발이 예상돼 UN 사무총장을 배출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있었다. 반기문 전 총장은 자신의 성실함을 통해 각국 외교관에게 받은 신뢰로 한국이 미국의 우방국이라는 약점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미래지향적인 사고방식’과 ‘갈등 해결 능력’도 리더가 갖춰야 할 자세다. 인간은 자기 갈등, 개인 간 갈등 더 나아가 사회와 국가 갈등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갈등 속에 산다. 반기문 전 총장은“갈등 속에서도 합의점을 이끌어내고 그 합의점이 미래를 위한 길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예시로 UN 사무총장 재임 중 파리 기후변화 협약 체결 당시 일화를 소개했다. 기후변화 협약을 위한 논의에서 세계 각국의 이해관계는 첨예하게 갈렸다. 개발도상국은 자국의 경제 성장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에서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반기문 전 총장은 이해 당사국을 직접 방문해 설득했다. 뿐만 아니라 북극에서 빙하가 녹아 무너지고 있는 현장을 직접 살핀 뒤 온실가스 문제의 심각성을 전 세계에 알리기도 했다. 그는 이러한 갈등 해결의 노력이 파리 기후변화 협약이라는 미래 지향적인 비전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반기문 전 총장은‘통합적 사고’와 ‘열정’도 리더가 갖춰야 할 자세로 언급했다. 우리는 간혹 사안을 단편적으로 파악해 개별 문제의 해결에만 급급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는“통합적 사고는 생산적인 문제 해결을 가능하게 만들기에 그러한 사고과정을 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인격적으로 고귀하고 아이디어가 많더라도 열정이 없으면 소용없다”며 “강한 열정은 모든 행동의 원동력이 된다”고 덧붙였다.

  해당 다섯 가지 자세를 설명하면서 그는 상선약수(上善若水)를 지도자의 최고 덕목으로 꼽았다. 물은 고여 있지 않고 항상 흐르며 평상시에는 평온하지만 힘을 발휘할 때는 가장 강력하기 때 문이다. 반기문 전 총장은 상선약수의 대표적인 예시로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을 들었다. 세계 인권운동의 상징적인 존재로 남아있는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은 재임 동안 관용과 포용의 리더십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대통령이 되기 전 넬슨 만델라는 아파르트헤이트에 반발해 무장투쟁 운동을 벌여 종신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강연의 말미에서 그는 세계화 시대에 걸맞은 책임 의식을 강조했다. 타인, 타문화를 향한 이해와 관용을 바탕으로 공동체적 사고를 갖추기를 당부했다. 반기문 전 총장은 “환경·지구촌 문제 등 전 세계 이슈에 대한 책임을 느껴야 한다”며 “더 나은 지역사회, 더 나은 한국, 더 나은 세계를 위한 미래 사회의 리더가 되길 바란다”고 말하며 강연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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