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 100주년이 다가왔다. 이에 맞춰 오는 10일에는 기념식 및 뉴비전선포식을 치른다. 100주년 기념식이 지금까지의 중앙대를 기념한다면 뉴비전선포식은 앞으로의 중앙대 모습을 보여주는 자리다. 하지만 구성원들은 지금까지 공개된 비전에 대해 ‘중앙대만의 색깔이 없다’, ‘영어 단어의 조합이 억지스럽다’는 등의 반응을 보인다.

  비전은 그 조직의 미래 방향을 제시해준다. 해당 조직이 무엇을 선택하고 집중해야 하는지 알려주며 구성원의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만큼 비전이 그 조직과 구성원에 끼치는 영향력은 크다. 앞으로 중앙대의 미래를 제시해 줄 ‘CAU2030(가칭)’은 “인류사회에 기여하는 창의 인재. 중앙”이라는 비전 아래 ‘미래 선도 지식 창출’, ‘학생 성공 지원’, ‘글로벌 허브’라는 목표를 세웠다.

  언뜻 보면 대학이 갖춰야 할 연구, 교육, 글로벌 역량을 키워 공적기관으로서 인류사회에 이바지하겠다는 소리로 고개가 끄덕여질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시각에서는 어느 대학의 비전이라고 해도 크게 이질감을 느끼지 못할 비전이다. 중앙대만의 특성과 시선이 담기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Connect, Converge, Contribute를 뜻하는 Triple-ON은 억지로 끼워 맞춘 느낌마저 든다. 사회가 빠르게 변하고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 시대에 자기 색깔이 없는 조직의 미래는 어떨지 우려스럽다.

  인류사회와 시대가 품고 있는 문제를 외면했다는 점도 안타깝다. 대학은 사회 문제와 시대 흐름을 생각하고 정리하고 답을 찾는 곳이다. 인류사회 공헌은 이 과정을 얼마나 성실히 수행했는가로 평가되며 그것이 진정한 대학 평가일 것이다. 미국 하버드대는 ‘왜 지식인이 더 부패하고 비도덕적인가’라는 질문의 답으로 ‘윤리적 사유’라는 기초교양 과목을 개설했다. 이러한 고민은 비전에 명분을 부여하기도 한다. 우리 대학이 왜 그러한 선택과 집중을 하는지, 왜 그러한 방향으로 가야하는지에 이유가 되어준다. 명분이 충분하지 않은 비전은 결국 구성원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 한다. 

  구성원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 한 비전의 결과는 뻔하다. ‘CAU2018+’ 계획만 보더라도 중앙대가 왜 그렇게 변하고 달라져야 하는가는 없이 ‘세계가 선호하는 명문대학’이라는 공허한 말 뿐이었다. 그 결과는 지금의 중앙대 모습이 CAU2018+ 계획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 보면 알 수 있다. 간단한 설문조사와 일방향의 설명회가 아니라 구성원들이 함께 모여 중앙대의 미래를 충분히 고민하고 그 생각들 위에 비전을 세웠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고등교육 시장의 변혁이 이미 시작됐다는 점에 있다. 4차 산업혁명과 학령인구 감소를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대학의 변화는 이미 체감할만한 수준이다. 이러한 변혁기에는 기존의 질서가 무너지고 새로운 질서가 확립된다. 중앙대가 새롭게 도약할 기회인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공개된 비전을 보고 어떤 구성원이 중앙대가 대한민국을 대표하고 세계의 중심이 되는 대학으로 성장하리라 생각하고 가슴이 뛰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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