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도읍 문터1길 6에 위치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쌩스' 건물 1층의 클래식한 외관이다.	사진 김정훈·이웅기 기자
공도읍 문터1길 6에 위치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쌩스' 건물 1층의 클래식한 외관이다. 사진 김정훈·이웅기 기자

식사와 디저트 모두 즐기는 ‘쌩스’
주민을 위한 문화행사도 진행돼

이국적 매력의 ‘러시안 베이커리’
라떼로 유명한 ‘H카페로스터스’

 

‘목적지에 닿아야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여행하는 과정에서 행복을 느낀다.’ 유명 작가 앤드류 매튜스가 말했다. 꼼꼼하게 계획을 짜서 출발하는 여행도 좋지만, 갑작스레 떠나는 일탈 여행도 그만의 매력이 있다는 뜻이다.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당신이 행복을 향해 휙 떠날 수 있도록, 중대신문이 당일치기 안성 맛집 여행코스를 준비했다.

 

  세계 각국을 음미하다

  안성에 도착했다면 우선 밥부터 먹자. 점심을 먹기 위해 먼저 공도읍에 위치한 ‘쌩스(Thanks)’로 향했다. 쌩스는 이탈리안 음식을 선보이는 레스토랑이다. 하지만 흔한 레스토랑과는 다른 매력들이 존재한다. 총 3개 층으로 이뤄진 이곳은 오직 1층만 레스토랑이다. 2층에는 빵과 커피를 즐길 수 있는 베이커리, 3층에는 여러 종류의 차를 맛볼 수 있는 티카페가 있다.

  고급스러운 조명과 소품은 가게의 분위기를 더욱 살려줬다. “1층은 클래식한 분위기, 2~3층은 모던풍 스타일을 선보이려 했어요. 중국에서 고재를 들여와 테이블을 직접 만드는 등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죠.” 이곳을 운영하는 사장 이명성씨(57)가 가게 곳곳을 소개하며 말했다.  

  음식에도 신경을 많이 쓴 모습이다. 수십년 경력의 셰프와 제빵사가 음식을 만들고 홍차와 우롱차는 각각 독일과 대만에서 직수입한다. 1층에서는 파스타와 스테이크, 리조또 등을 즐길 수 있다. 그중 추천 메뉴는 바로 9900원에 돈가스와 함박스테이크, 치킨가스를 모두 맛볼 수 있는 ‘쌩스정식’이다. 이외에도 스무 가지가 넘는 메뉴가 준비돼있어 취향에 맞는 음식을 쉽게 고를 수 있다.

  만족스럽게 배를 두드리며 2층으로 올라갔더니 커피와 빵 향기가 물씬 풍겼다. 맛깔스럽게 진열된 여러 빵 중에서도 특히 바우&덕이 브레드는 이곳 쌩스에서만 맛볼 수 있다. 이 빵은 안성의 명물로 키우겠다는 사장님의 포부 아래 태어났다. 빵의 이름은 안성에 본거지를 두고 전국을 다니며 풍물놀이와 줄타기 공연을 했던 ‘바우덕이’에서 영감을 받아 지었다고 한다.

2층 베이커리에는 많은 종류의 빵이 진열돼있어 좋아하는 빵을 골라 먹을 수 있다.
쌩스 2층 베이커리에는 많은 종류의 빵이 진열돼있어 좋아하는 빵을 골라 먹을 수 있다.
오직 쌩스에서만 맛볼 수 있는 바우&덕이 브레드다.
오직 쌩스에서만 맛볼 수 있는 바우&덕이 브레드다.

  마지막 3층에서는 홍차와 디저트가 기다리고 있었다. “최근 커피 대신 홍차 산업이 주목받아 얼마 전 홍차 디저트 티카페를 차렸죠.” 2층 베이커리와의 차이를 묻는 말에 사장님은 자신 있게 대답했다. 티카페에서는 영국에서 유래한 ‘애프터눈 티 세트’를 경험할 수 있다. 쌩스에서는 주민을 위한 음악회와 작품 전시회가 열리고 베이킹, 향수 만들기 등 다양한 일일강좌도 진행된다. 아쉽게도 이날은 전시회나 강좌가 없어 가게가 조용했다. SNS에 행사 일정을 미리 올린다고 하니 이에 맞춰 방문하면 좋을 것 같다.

 

  러시아 빵의 매력에 흠뻑!

  식사를 마치고 이동해 시내 중앙로를 걷는 발걸음이 느려진다. 어디선가 바람을 타고 온 고소한 빵 냄새가 코끝을 건드린 탓이다. 걸음이 멈춘 곳은 ‘러시안 베이커리’라는 빵집 앞이었다. 큼지막한 간판에 적힌 빵집 이름은 한눈에 봐도 이국적인 느낌을 가득 풍겼다. 지나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르라는 듯 가게 정문은 활짝 열려있었다.

  가게에 들어가자마자 벽에 정렬된 마트료시카 인형이 다채로운 빛깔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마치 작은 골동품 장난감 가게에 온 듯한 착각이 일었다. 잠시 빵집이라는 사실을 잊고 장식을 구경하다 고소한 냄새가 나는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러시안 베이커리 벽을 장식한 마트료시카 인형.
러시안 베이커리 벽을 장식한 마트료시카 인형.

  ‘돼지고기 작은 파이’, ‘반죽에 소시지’, ‘꿀 당밀 과자’ 등 이름만으로도 무슨 빵인지 쉽게 짐작하게 해주는 이름표가 곳곳에 붙어있었다. 처음 보는 빵이 대다수지만 무엇을 먹을지 한참 고민할 만큼 모두 맛있어 보였다. 고민 끝에 ‘반죽에 소시지’와 ‘다진 닭고기 파이’를 집어 들고 계산대로 향한다. 계산대 뒤편으로도 독특한 퀼트 인형이 큼지막이 붙어있다. “장식들이 독특하네요.” 인형에 눈을 고정한 채 물었다. “러시아 인형을 주로 사용해 가게를 장식했어요.” 빵을 만들며 러시아어로 대답한 주인의 말을 점원이 통역해줬다. “작은 박물관 느낌으로 손님들에게 러시아 문화를 보여주고 싶었죠. 앞으로 더 많이 장식을 늘려 갈 예정이에요.”

  반죽 속에 과일이나 고기가 든 파이류가 대다수였기 때문일까. 테이블마다 놓인 핫소스는 일반적인 프렌차이즈 빵집에서라면 찾아보기 어려운 풍경이었다. 기대하는 마음 반, 걱정되는 마음 반으로 처음 도전하는 러시아 빵을 한 입 베어 문다. 고소한 페이스트리와 양념 된 닭고기가 입안에서 부드럽게 섞여들어 감칠맛이 났다. 기대 이상으로 맛있어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러시안 베이커리의 주 고객층은 우즈베키스탄인이나 한국인이다. “한국인들은 체리 파이나 닭고기 파이를 많이 찾아요.” 러시안 베이커리 주인은 대표 메뉴로 닭고기 파이를 꼽았다. 러시안 베이커리는 24시간 내내 영업한다. 삼시 세끼 중 언제든 갑자기 빵이 끌릴 때면 러시안 베이커리에서 이국적인 빵을 먹어보길 추천한다.

 

  커피 한 잔에 아늑함을 담다

  저녁이 되어 어느덧 쌀쌀해진 바람을 맞으며 석정동에 위치한 ‘H카페로스터스’를 찾았다. 최근 SNS에서 라떼아트 영상으로 주목을 끄는 이 카페는 같은 길목 카페 중 손님이 가장 많아 보였다. 잔잔한 음악과 함께 둘러본 가게 내부는 넓고 따뜻한 느낌을 준다. 나무로 된 인테리어와 의자가 원두 향과 섞여 빈티지한 느낌을 물씬 풍겼다.

  처음 보는 음료인 ‘사케라또’를 주문한 후 옆 테이블 손님들과 짧은 담소를 나눴다. 이곳이 얼마나 유명한지 궁금해 슬쩍 말을 걸어봤다. “SNS에서 찾아보고 오신 거예요?” 웬걸, 오히려 손사래를 치며 경험으로 검증된 곳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 근처 카페들은 거의 다녀봤어요.” 그중에서도 이 카페가 가장 분위기 있고 맛있어서 자주 온다는 이야기다. “SNS를 보고 온 사람들 때문에 더 유명해졌던데, 이제는 저만 아는 명소가 아니게 돼버렸네요.”

  와인잔에 담긴 사케라또는 커피 거품이 가득 올려져 있었다. 한 입 마시니 달콤쌉쌀한 커피 맛이 오묘하게 감돈다. 혹시 일본 술 ‘사케’와 관련이 있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H카페로스터스 대표는 사케라또라는 이름이 생소할 수 있다고 했다. “사케라또의 사케는 ‘shaking’에서 따온 어원이에요. 커피 거품을 많이 흔들어 더 곱게 만드는 거죠. 마실 때도 훨씬 부드럽고요.” 아하. 생각과는 달리 사케와 전혀 관련이 없었다. 화제를 바꾸려 가게 이름이 왜 H카페로스터스인지 물었다. “H는 Honest의 머리글자에요. 항상 정직하게 커피를 만들어 손님들께 드리고 싶어서죠.” 그는 카페 로고의 H모양이 사람이 손을 맞잡고 있는 모양을 본떴다는 점도 강조했다.

  다가오는 가을에 가장 추천하는 메뉴는 따뜻한 카페라떼다. H카페로스터스 대표는 커피의 마시는 즐거움뿐 아니라 보는 즐거움까지도 강조한다. “저희 가게 카페라떼는 특히 라떼아트에 집중해요.” 자신 있는 메뉴라고 자부하기에 다음 방문 때는 카페라떼를 꼭 마시겠다는 대답을 했다. 쌀쌀한 날씨에 따듯한 카페라떼 한 잔이 생각날 때 느린 걸음으로 H카페로스터스를 향해보는 것은 어떨까.

H카페로스터스의 커피. 왼쪽부터 사케라또, 아이스 카페라떼이다.
H카페로스터스의 커피. 왼쪽부터 사케라또, 아이스 카페라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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