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학기에도 수강신청 관련 불만은 끊이질 않았다. 담당 교수 미배정 문제, 갑작스러운 수강 취소 통보 등 다양한 문제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강의 여석 문제다. 올해도 학생들은 충분한 강의 선택권을 보장 받지 못한 채 학기를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대학본부의 대응은 미온적이다.

  강의 여석 문제는 강의 매매와 같은 불법적인 행동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학기 특정과목은 학교 커뮤니티인 중앙인에서 100만원에 구매하겠다는 글까지 게재됐다. 특정 학문단위에서는 80명 정원의 전공필수 과목 수업 하나에 300명이 넘는 수강생이 장바구니 신청을 하는 문제도 발생했다. 이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이 커지자 해당 학문단위는 부랴부랴 분반을 설치했지만 큰 원성이 없는 수업의 경우 학생들이 듣고 싶은 강의를 듣지 못하는 상황도 있을 것이다.

  특히 다전공을 이수하고 있다면 수강신청은 하늘의 별 따기에 가깝다. 중대신문이 지난호에 보도한 중앙대 서비스 만족도 조사에서 보여준 학생들의 반응은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복수전공·연계전공, 타학과·부전공 여석이 자과 자학년, 자과 타학년 여석에 비해 부족하며 여석 배정 우선순위에서도 밀린다. 대학본부는 여석을 최대한으로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다전공 학생을 위한 강의 분반 수 자체를 늘리는 등 실질적인 해결책 없이 당장의 불만 해결에 급급한 실정이다.

  이는 주변 경쟁대학들과의 다전공 이수 비율 비교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중앙대의 다전공 이수 비율은 16.3%인 반면 경쟁대학들은 20%에 가깝거나 4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중앙대가 표방하는 ‘다빈치형 인재상’은 창의 융합형 인재를 의미한다. 이를 위해 대학본부는 다전공 이수를 적극 권장하지만 현재로서는 다전공 수강신청부터 어려운 상황이다. 

  애써 수강신청에 성공했더라도 학생들은 콩나물 강의실과 마주하게 된다. 강의실 앞부터 빼곡히 매운 자리는 이곳이 대학 강의실인가 의심만 들 뿐이다. 교수와 학생 간 토론이 활성화되고 대화가 오고가는 강의는 전혀 기대할 수 없다. 결국 주입식, 암기식, 문제풀이식 교육이 지속해서 양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학생들은 고액의 등록금을 대학에 납부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강의 선택권과 강의 질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강의 질’은 교육의 기본이다. 대학은 학생에게 학문을 위해 고민하고 생각할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이는 학생들의 강의 선택권 보장과 강의 수강 인원 조정에서부터 시작된다.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

  물론 대학본부 역시 2019학년도 신입생부터 학점이수 제도를 개편하고 졸업 이수 학점을 낮추는 등의 정책 변화를 예고했다. 하지만 재학생을 위한 대책은 아직 나오지 못하고 있다. 현재의 콩나물식 강의와 제한된 다전공 제도로는 중앙대가 표방하는 다빈치형 인재가 만들어질 수 없다. 문제를 인지했다면 이제는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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