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 헌법 제 1조에서 말하듯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다. 4·19 혁명, 부마민주항쟁, 5.18 민주화운동, 6.10 항쟁과 같이 우리나라 근현대사에 민주화는 그 시대 민중의 꿈이었고 소망이었다. 타는 목마름으로 부르짖던 그 민주주의라는 이름은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그만큼 소중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민주주의에 살고 있는가.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민주주의’(democracy)라는 말의 기원은 고대 그리스인들이 데모스크라토스를 합성하여 데모크라티아라는 말을 사용했던 데서 찾을 수 있다. 여기서 크라토스는 권력과 힘에 대응하는 티탄 신이다. 아이스킬로스의 비극 결박된 프로메테우스에 등장해 제우스의 명령으로 프로메테우스를 협박하고 코카서스 바위산에 결박하기도 한다. 크라토스는 이렇듯 상대를 무력화하고 자신을 따르게 하는 힘이자 권력이며 그 지배를 의미한다. 이제 데모크라티아는 데모스에 의한 지배라고 이해될 수 있다.

  그렇다면 데모스는 무엇인가? 데모스의 뜻은 “common people” 즉 보통 사람들이다. 우리말로 민중(民衆) 혹은 인민(人民)이라고 번역하는 이 말은 유명한 고전인 플라톤의 국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면 어떤가? 아마도 다른 나라에도 통치자들과 민중이 있겠지만 ”(플라톤 국가5463a, 박종현 역)이라는 문장에서 데모스는 통치자(Archon)와의 대비를 통해 등장한다. 이로써 데모스는 아르콘(통치자)와는 애초에 구분되는, 피지배계층으로서의 민중임을 알 수 있다.

  이제 우리는 데모크라티아의 본래 의미가 민중의 지배’, 다시 말해 피지배계층에 의한 지배’, ‘억압받는 사람들에 의한 지배임을 상기하여야 한다. , 민주주의는 어떤 권력(크라토스)에 대한 저항정신이다. 우리 사회에서 무언가가 누군가를 억압하는 권력을 만든다면 그 권력에 저항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본래 정신이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는 이 정신 속에 자리 잡혀 있는가. 우리 대학생과 대학 학생회는 이 정신 속에 민주주의를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가. 우리 모두는 민주주의의 시민으로서 그 역할과 책임을 다하고 있는가.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드는 문제다.

  오늘날에는 다수’, ‘일반’, ‘정상이라는 수식어가 이 수식어를 달지 못한 이들에게 어떤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 같다. 장애인, 노동자, 여성, 노인, 청소년, 성소수자는 그러한 억압을 당하고 있는 사회적 소수자이자 지금 여기의 데모스. 아직 우리는 데모스의 민주주의에 닿지 못했다. 우리 모두가 이들이 더 이상 억압받지 않고 차별받지 않으며 당당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고 연대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민주주의가 아닐까. 714일 무지갯빛 깃발이 서울 거리거리를 수놓았던 그날처럼 말이다.

민현기

자연과학대학 학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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