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바나 우나나~(Havana ooh na-na)” 모두 한 번쯤 들어본 적 있을 텐데요. 이 노래는 카밀라 카베요의 ‘Havana’라는 곡입니다. 곡 전반에 녹아 있는 라틴 사운드가 인상적이죠. 작년 8월 발매돼 지금까지도 국내외 음원 순위 상위권을 유지할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자랑합니다.

  해외에 Havana가 있다면 우리나라엔 마마무의 ‘너나 해’가 있습니다. “움띠야이야 띠야이야~” 중독성 강한 이 노래 역시 라틴팝 정서를 담고 있는데요. 마마무는 지난 3월 라틴풍의 노래 ‘별이 빛나는 밤’을 발매해 인기를 끌면서 라틴음악의 매력을 대중에게 알렸죠.

  마마무뿐 아니라 오늘날 많은 국내 가수가 K팝과 라틴팝의 접목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SF9의 ‘오 솔레미오(O Sole Mio·오 나의 태양)’, 슈퍼주니어의 ‘로 시엔토(Lo Siento·죄송합니다)’ 등이 있는데요.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방탄소년단의 ‘에어플레인 파트2(Airplane Pt.2)’ 역시 라틴팝 장르에 속합니다. 멕시코풍의 비트가 인상적인 곡이죠.

  라틴아메리카 음악의 특징은 다양한 리듬입니다. 라틴아메리카 대륙은 식민 지배, 독립 전쟁, 혁명, 내전 등 끊임없는 갈등으로 얼룩진 상처의 땅입니다. 열정적 리듬 속에서도 역사적인 한을 발견할 수 있죠. 그러나 이런 역사를 바탕으로 라틴아메리카 사람들은 다양한 문화와 접촉하면서 자신들만의 색다른 음악을 창작할 수 있었습니다. 수천 년 동안 이어온 인디오(라틴아메리카 원주민)의 전통과 이들을 지배한 유럽의 클래식 선율, 북아메리카에 노예로 끌려 왔던 아프리카 흑인의 리듬감이 모두 조화를 이루는 ‘그들만의’ 음악이 탄생한 거죠.

  이런 배경을 가진 라틴풍 노래가 최근 한국에서 인기를 끌게 된 것은 미국 트렌드의 영향이 큽니다. 미국은 전 세계 대중문화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사실 미국 음반 시장에서 라틴 음악은 90년대 후반부터 이미 하나의 주요 장르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특히 미국에 거주하는 히스패닉 인구 증가는 라틴 음악 확산에 기여했죠. 조혜정 교수(예술대학원 예술경영학과)는 미국 내 히스패닉 인구 증가로 그들의 문화가 대중문화에 미치는 영향 또한 커졌다고 설명했습니다. 히스패닉은 스페인어를 구사하는 라틴계 미국 이주민과 그 후손을 의미하는데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기준 미국 내 히스패닉은 전체 인구의 약 17.7%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미국 트렌드는 SNS 플랫폼을 통해 우리나라에도 반영되죠. 유튜브, 페이스북 그리고 트위터 같은 SNS 플랫폼이 큰 역할을 하는데요. 특히 음악 영상의 경우 언어에 대한 의존도가 비교적 낮기 때문에 SNS를 통해 세계화되기 더욱 쉽습니다.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얻기 위한 한국 뮤지션의 노력도 라틴풍 음악 확산에 한몫하고 있습니다. 국내 많은 뮤지션이 다양한 지역의 음악을 찾아 듣고 자신의 음악에 반영하는 실험을 하고 있는데요.

  대표적인 예가 방탄소년단입니다. KBS <명견만리 시즌2>에 출연한 방탄소년단 프로듀서 방시혁 씨는 음악 시장을 미리 읽고 완성도 있는 음악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016년 발매된 ‘피 땀 눈물’은 레게 장르를 베이스로 한 곡인데요. 레게는 자메이카의 민속 음악으로 다소 빠른 리듬이 특징입니다. 이는 이미 2년 전부터 라틴풍 노래가 한국 음악에 자연스레 스며들고 있었다는 사실을 방증하죠.

  한편 라틴풍 음악의 유행이 무거운 현실의 무게로부터 도피하려는 현상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조혜정 교수는 이런 현상을 1930년대 미국에서 진행된 뮤지컬 영화의 유행에 빗대 설명했습니다. “대공황을 겪은 1930년대 미국은 사회·경제적으로 힘든 시기였어요. 당시 미국인들은 노래와 춤을 기반으로 한 해피엔딩의 뮤지컬 영화를 보면서 현실을 잊고자 했죠.” 이처럼 오늘날 우리도 흥겨운 라틴풍 음악을 통해 청년 고용 문제, 최저 시급 문제 등 우리를 둘러싼 여러 사회 문제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숨통을 트고자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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