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채식주의자』는 지극히 그로테스크한 전개로 물음을 남긴다. 인물의 행동은 괴이하리만큼 요상하며 인물의 심리와 상징적 의미를 해부해내기 쉽지 않다. 그러나 문학비평 부문 입선자 김선빈 학생(경제학부 1)은 『채식주의자』가 표상한 것은 다름이 아닌 ‘현실’이라고 말한다. 『채식주의자』 속 인물 4명은 페미니즘 운동에 반응하는 우리 사회 속 네 가지 군상과 일치한다. 바로 남성 중심 사회에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무지’와 문제의식을 느끼면서도 권력을 포기하지 않는 ‘위선’이다. 다음은 잘못된 문화를 적극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사회 흐름을 따라 가만히 있는 ‘소시민’이 있다. 마지막으로 사회를 바꾸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진보’ 부류가 있다.

  -등장인물을 통해 페미니즘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4가지로 분류한 게 인상 깊었다.
  “『채식주의자』를 구성하는 세 가지 소설은 언뜻 따로 노는 느낌이 들어요. 하지만 ‘한강’이라는 뛰어난 작가가 관련 없는 소설을 하나로 엮은 게 아닐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채식주의자』 속 세 소설을 하나의 프레임으로 보기 위해 노력했죠. 그 결과 ‘영혜’는 진보, ‘남편’은 무지, ‘형부’는 위선, ‘언니’는 소시민을 말하는 게 아닌가 생각하게 됐어요.”

  -4가지 태도를 바탕으로 페미니즘을 받아들이는 한국 사회를 평가하자면.
“여전히 ‘무지’한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Me Too(미투) 운동’과 같은 페미니즘 운동이 활발해지면서 오히려 반발심을 갖는 사람도 많고요. 남성 중심 사회가 잘못됐음을 알지만 이를 고치지 않는 ‘위선’의 태도를 보이는 사람도 많이 보여요. 그래서 아직 한국 사회가 바뀌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당선자가 생각하는 ‘무지’와 ‘위선’은 어떤 존재를 의미하나.
“미투 운동 이후 ‘여성과 아예 술을 마시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니냐’며 ‘펜스 룰’을 주장하기도 했어요. 성추행 사건은 권력을 가진 가해자가 부주의하고 권력을 남용하는 문제에서 비롯되죠. 이를 해결할 방법은 여성과 술을 마시지 않는 게 아닌데 근본적인 해결책을 잘못 인식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나와 다른 주장도 꼭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일부는 자신과 다른 주장을 막연하게 싫어하거나 무조건 거부해요. 책을 읽거나 학문을 배우며 논리적으로 따져보지도 않고요. 또 남성 중심 사회의 문제점을 인식했으면 사회를 바꾸기 위해 같이 노력해야 해요. 잘못된 걸 안다고 바로 고쳐지는 게 아니라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다 함께 노력해야 하는 거니까요.”

  -페미니즘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한 초등학교 교사가 ‘여자아이들은 왜 운동장을 갖지 못하느냐’고 발언한 적이 있어요. 저도 한땐 남자아이는 운동을 좋아하고 여자아이는 앉아서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니, 남자아이가 운동장에 많이 모이는 건 자연스럽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아는 누나에 따르면 초등학생 때부터 ‘여자가 무슨 운동이냐’는 말을 듣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때를 계기로 우리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도 사회화의 결과라는 점을 인식했죠.”

  -앞으로 페미니즘과 관련해 어떤 공부를 할 건가.
“『채식주의자』를 읽으며 제 자신을 ‘깨어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저를 반성하게 됐어요. 지금도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아요. 예전엔 ‘위선’에 속하는 사람이기도 했고요. 앞으로 페미니즘 서적도 많이 읽고 강의도 들어보려고요. 다양한 의견을 듣고 좋은 삶이 무엇인지, 올바른 사회란 무엇인지 생각해야죠.”

  -글 욕심도 있나.
“‘제13회 비평 공모전’에선 사회비평 부문에 도전해보려 해요. 자신의 의견을 표출할 기회가 적은 현 교육체계를 비판해보고 싶어요. 사실 이번 공모전 결과도 너무 좋지만 다음 공모전에선 당선작에 선정되고 싶네요.(웃음)”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