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취재하러 다닐 일이 많습니다. 사진기자이기 때문이죠. 카메라를 들고 인터뷰를 요청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이거 얼굴도 나와요?”라고 되묻습니다. 얼굴이 나온다고 답하면 취재를 거절당하기 일쑤입니다.

  사람들은 얼굴이 매체에 노출되는 걸 꺼립니다. 사진이 찍히면 삭제 버튼을 누르기 전까진 지워지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죠. 이렇게 사진은 한순간을 포착해서 기록으로 남깁니다. 아마 이런 특징 때문에 사진이 언론에 활용됐을 겁니다.

  언론에 사진이 들어가면 그 글은 큰 힘을 얻습니다. 디스패치가 연예인 스캔들 기사를 낼 때마다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 오르는 이유도 결정적인 장면을 사진으로 남기기 때문이죠.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사진=실제’라는 전제하에 사진을 보게 됩니다.

  하지만 사진은 쉽게 조작하고 보정할 수 있습니다. 실제 장면에서 일부분만 포착해서 찍거나 포토샵 같은 사진 보정 프로그램으로 합성도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사진가가 진실 일부만을 포착해 찍을 수 있다는 것, 심지어 그것을 보정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진=실제’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조작한 사진을 실제처럼 믿게 하기는 매우 쉽습니다.

  특히 사람이 그 대상이라면 문제는 더 커집니다. 피사체인 상대가 의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자연스러운 동작이나 표정을 찍는 ‘캔디드 포토그래피’라는 사진기법이 있습니다. 이 기법은 1920년대 말 사진기술이 발달해 기동성이 좋은 카메라가 출현하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났습니다. 이런 캔디드 포토그래피는 순간적 장면을 포착해 시간을 표현할 수 있는 점에서 보도사진 부문에 혁신을 가져오게 되죠. 하지만 ‘피사체인 상대가 의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찍는다는 것 자체가 상대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습니다. 또한, 포착한 ‘순간적 장면’이 진실과는 달라 대상을 왜곡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프라이버시권이 과도히 침해될 우려가 있거나, 사진 촬영 방법이 윤리적이지 못하거나, 대상이 실제와는 다른 사람으로 오해받도록 할 여지가 있는 사진은 한 사람의 인생을 나락으로 떨어뜨릴 힘을 갖고 있습니다. 사진기자는 이런 사진의 힘을 잘 알고 올바르게 사용하도록 노력해야 하죠.

  신문은 개인을 대신해서 사회의 상황 및 변화에 대한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서 일반 대중에게 전달합니다. 대중들은 신문에 실린 사진이 진실이라고 믿기 때문에 실제와 다른 사진이 실린다면 진실이 된 거짓이 사람들을 현혹하게 됩니다. 그래서 신문에는 세상의 이치에 어긋나거나 조작된 사진이 실리지 말아야 합니다.

  또한, 신문이 대중에게 공개되는 것인 만큼 사진에 나온 사람의 프라이버시권을 필요 이상으로 침해하지는 않았는지 고민해봐야 합니다. 이것이 사진기자로 활동하는 저를 비롯한 언론인들의 책임감이라 생각합니다. 이들은 사진을 신문에 싣기 전 진실을 왜곡해 잘못된 여론을 형성할 가능성과 촬영된 사람의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이 싹트고 있는지를 마땅히 살펴봐야 합니다.

 

김유림 사진팀 정기자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